SSAFY 5기 비전공자 출신 프론트엔드 개발자 권희은 씨, “비전공자도 SSAFY에서 개발자 됐어요”

-삼성 국내 IT 생태계 확대와 청년 취업지원 위해 SSAFY(삼성청년SW아카데미) 운영
-영어영문학 전공한 '찐 문과생' 권 씨 1년 만에 개발자로
-코딩 전공 지식보다 '어떤 개발자 되고 싶은지' 고민한 것이 합격 비결
-전공자와 비전공자 실력 차이 크지 않아, 취업 위해 '개발자로서 나만의 강점' 파악해야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염준호 대학생 기자] 비전공자에게 개발자가 되는 길은 멀고 막막하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개발이라는 막연한 범주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은 비전공자에게 또 다른 걸림돌이다.

물론 개발자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독학을 할 수도 있고, 국비지원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부트캠프'와 같은 사설 학원에 다니며 단기간에 기술 습득도 가능하다. 그러나 비전공자는 자신이 전공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움츠러들고 확신이 없기 마련이다. 금전적 부담도 당연히 고려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비전공 개발자 지망생 사이에서 SSAFY(삼성청년SW아카데미)는 이른바 '개발자 사관학교'로 통한다.

SSAFY는 삼성이 2018년부터 국내 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1년 1600시간의 커리큘럼과 월마다 지급되는 100만원의 교육 지원금이 장점이다.

서울 강남구 SSAFY 서울 캠퍼스에서 열린 SSAFY 9기 입학식에 참여한 교육생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SSAFY의 또다른 장점은 졸업생 누적 취업률이 74%에 달한다는 것이다. 2018년 1기 입과를 시작으로 현재 9기 교육이 진행중인 SSAFY는, 7기까지 수료한 4732명 중 3486명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KB국민은행 등 국내 유수 기업에 취업했다.

대다수는 전공자 출신이지만, 해가 지나며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로 취업한 이들의 성공담이 퍼지며 경쟁은 매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한 카페서 만난 권희은씨(28, 성남시 분당구)도 그 무수한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이른바 '찐 문과' 출신인 그녀가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SSAFY를 통해 개발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녀는 개발자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권 씨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권희은입니다. 21년 상반기에 SSAFY 5기로 입과했고, 지금은 ‘로스트아크‘와 ‘테일즈러너'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 그룹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요.”

맡고 계신 직무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프론트엔드는 쉽게 말하면 사용자와 맞닿는 화면 앞을 개발하는 직군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화면에 초록색 버튼이 있다고 한다면, 그 버튼을 눌렀을 때 다른 화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영상이 재생될 수도 있죠. 저는 사용자가 그 버튼을 클릭했을 때 어떤 동작이 일어나야 할지, 데이터는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개발자가 되고자 결심한 순간이 있으셨는지
“개발자가 되고자 결심한 순간이라기보다, 코딩을 처음 만난 순간은 기억나요. 교육대학원에 다니며 참여한 VR 프로젝트가 계기였죠. 그때 코딩을 처음 배웠는데, 코딩이 생각보다 잘 맞는 거예요(웃음). 게다가 같은 노력을 들였을 때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생각도 들었죠. 조금이라도 빨리 코딩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입과를 결심하기도 했고요.”

입과 준비 과정이 궁금해요
“사실 준비 기간이 긴 편은 아니에요. 한창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을 때였거든요. 논문과 프로젝트에 정신이 하나도 없던 상황에서 마감을 코앞에 두고 5기를 뽑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SSAFY를 오랫동안 준비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굉장히 늦은 거죠. 그래서 하던 일 다 제쳐두고 자기소개서를 부랴부랴 쓰기 시작했어요.”

대학원 졸업식에서 권희은 씨가 해맑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권희은


에세이(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셨어요
“에세이를 정말 급하게 썼지만 솔직히 조금 잘 썼던 것 같아요(웃음). 정말 간절했거든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고, 꼭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났기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삼성에서는 이 힘든 과정을 ‘얼마나 끈기 있게’ 해낼 수 있고, ‘얼마나 하고 싶은 사람’이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를 보는 것 같아요. 왜냐면, 에세이 질문을 봤을 때, 코딩 기술, 소프트웨어 지식 이런 걸 본다는 느낌을 못 받았거든요. 스스로 위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에세이에 녹여내는 게 중요해요.”

SW적성진단은 어떻게 대비 하셨는지
“지금 돌아보면, 시험에 부담을 느끼고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입과하고 나서 놀랐던 건 동기들 중 시험을 잘 봤다는 친구들이 없다는 거예요. 다들 ‘내가 어떻게 들어왔지?’ 라는 반응이었죠. 이건 아마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논리‘와 ‘추리' 능력을 보는 시험이라서 그럴 거예요. 그래도 많이 불안하고, 남들보다 조금 SW적성진단을 대비하고 싶다면 GSAT(삼성직무적성검사)을 한번 풀어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1년이나 되는 교육 기간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저는 '서른 안에 진로를 찾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노력했어요. 나이에 쫓겨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고 사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려 했어요. 그리고 그 경험에 항상 감사해요. 물론 덕분에 진로가 두 번이나 바뀌기도 했지만요.”

교육 과정 중 힘든 순간이 있으셨는지
“물론 많았죠. 중간에 '그만둘까'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거의 7개월 동안 ‘이렇게 한다고 취업이 될까’라는 생각에 막막했죠. 지나간 기회들에 후회도 되더라고요. 학부 때, 미국에서 잠깐 인턴십 생활을 했을 때가 있어요. 그 때 취업 제안이 왔는데, 정말 힘들 때는 ‘그때 그 일 한다고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럴 때마다 처음 입과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겼죠. ‘너 왜 개발자 하려고 했어’라고요. 막 울면서요(웃음).”

SSAFY 4기 대전캠퍼스 교육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취업률이 높다고 들었어요. 동기들 취업은 잘 된 편인가요
“‘SSAFY에서의 취업은 순서의 차이’라는 말이 있어요. 제 동기 대부분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했어요. 개발자가 안 맞는다고 하소연했던 동기가 반년 뒤에 개발자로 취업할 정도라니까요.”

다 개발자로 가는 건가요
“네. 제가 아는 비전공자 동기들은 취업한 기업은 다양할지 몰라도 결국 다 개발자로 갔어요. SSAFY 특별전형이 있거든요. SSAFY만의 채용박람회도 열려요. 내로라하는 대기업 인사 담당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데, 거기서 채용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아요.”

수업과 하루 일과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1학기와 2학기가 달라요. 1학기는 커리큘럼에 맞춰서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쌓는 기간이죠. 2학기가 핵심인데, 전공자와 비전공자 교육생이 섞여서 한 팀을 이뤄 총 세 번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일과도 저희 스스로 짜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과 테스트까지 한 싸이클을 도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점이죠. 프로젝트를 마치고 처음으로 ‘나 좀 늘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프론트엔드로 참여했던 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네요.”

비전공자와 전공자 실력 차이가 크지 않나요? 그런 걱정을 하는 비전공자가 많을 텐데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맡은 일을 해내는' 것이 실력이라고 본다면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아요. 전공자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비전공자가 갖는 장점도 많아요. 그러니 실력 차이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SSAFY만의 장점은
“현업에 가까운 걸 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우선 프로젝트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어요.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랄까요. 개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얘기도 많이 해주고, 개발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해줘요. 바로 적응할 수 있게. 스크럼(Scrum)이라는 문화도 SSAFY에서 처음 알게 됐죠. 스크럼은 개발 문화 같은 거예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다같이 모여 ‘내가 어제 개발했던 것에 어떤 이슈가 있고’, 이걸 ‘어떻게 해결했고’, 이런 건 ‘도움이 필요해’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오늘 업무 계획을 팀이랑 공유해요. 이건 지금도 하고 있어요. 덕분에 적응이 쉬웠죠.”

판교 테크노밸리


SSAFY 하면 100만원의 지원금도 빼놓을 수 없죠. 어떻게 쓰셨어요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남은 돈은 삼성전자 주식을 샀어요(웃음). ‘어차피 삼성에서 받은 거 다시 준다’ 이런 느낌으로요.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삼성 가면 푸른피를 수혈한다고 하는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기업 입사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비전공자로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비전공자든 전공자든 다 어려워요(웃음). 제가 보기엔 그래요. 같이 밤새고, 같이 고생하고, 같이 모르거든요!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차이라기보다, 한번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차이는 있어요. 이건 현업에서도 느끼고 있는 점이기도 하죠. 내가 해봤으면 할 수 있는 거고. 못 해봤으면 당연히 처음 보니 어렵죠. 아마 모든 동기들이 그렇게 말할 거예요.”

교육 중 겪었던 고충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모르는 용어가 나오거나 코딩이 막힐 때 무작정 다 적어두고 고민했어요.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동기에게 물어보고, 다 같이 고민했어요. 하루를 고민해도 다 같이 모를 때도 있어요(웃음). 그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모른다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물어보면 돼요. 모른다고 해서 지는 게 아니잖아요. 모르는 걸 덮어두면 계속 모르는 거예요. 한번 모르고 넘어간 부분은 나중에 또 마주칠 수밖에 없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현업에서도 동료나 선배에게 계속 물어보는걸요? 근데 재밌는 건 물어봐도 나중에 가면 또 몰라요(웃음). 그럼 또 물어보면 되죠.”

판교 테크노밸리 한 카페에서 권희은씨가 에세이에 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업이 비전공자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생각보다 기업은 전공자인지 비전공자인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요. 그럼에도 중요한 건 기본 역량은 갖춰야 한다는 거죠. 물론 비전공자 출신이라는 걸 감안하기는 해요. 그래도 그게 ‘전공자와 비슷한 개발 지식은 있어?’ 이 정도인 거라서. 개발자로서 개인의 강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어요.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그 부분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고, 나한테 맞는 기업에 지원해야죠. 저는 영문과 출신이라 해외에 관심이 많았어요. 영어가 강점인 셈이죠. 그래서 글로벌 직무에 지원을 많이 했고, 그래서 합격률도 좋았던 것 같아요.”

연봉은 만족하세요
“문과 직종에 있을 때보다 만족하는 것 같아요. 1년이라는 교육 기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요. 그건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웃음).”

개발자는 야근과 업무량이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워라밸도 지켜지는 편인가요
“이건 기업마다, 팀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저희 회사는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 말고도 복지제도에 신경쓰는 IT기업이 많아지는 만큼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SSAFY 출신 개발자가 현업에 많다고 들었는데
“동기들 얘기 들어보면, '어딜 가든 SSAFY 출신이 있다'는 말이 있어요. 면접에 가도 있고, 협업을 해도 있고, 심지어 카페에도 있다고 해요. 저희 회사에도 당장 동기가 있는걸요.”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으신지요
“'코더가 아닌 디벨로퍼'가 되고 싶어요. 디벨로퍼는 개발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향상시키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지금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사람 말이죠. 저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좋은 말이지만 지금 제가 못 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가 있다면
“현업에 종사해보니,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차이는 크지 않아요. 다만 지원하기 전에는 차이가 큰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실제로 저도 그랬고. 그런데 울면서 코딩했던 저도 개발자로 잘 살아가고 있잖아요.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지, 초심만 잘 간직하면 잘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흔한 말이기도 하지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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