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Conneting the dots’
“여러분은 앞을 향해 걸어가면서 점들을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봤을 때, 뒤돌아보며 그 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의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데 자신감을 줄 것입니다.”2005년 6월 12일, 스탠포드 대학교의 114번째 졸업식 연설에서 당시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인용하는 까닭은 그의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을 한 후 약 6개월이 흐른 지금, 결국 나의 오늘을 만드는 것은 과거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 짧지도 않은, 지난 8년간 경험이 현재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점은 무엇인지 공유하려 합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선택에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 넷플릭스 뭐 볼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에 뭐 볼까?’ 터치 한번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반대급부로 선택 받는 상황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곧 거절과 연결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절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거절이 두려운 나머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의 경험 덕분에 거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2017년 3월은 LG전자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인턴에게 주어진 업무는 3주 동안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3주라는 시간은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고 싶은 것은 어떤 사고를 하는지, 실제로 현장을 돌아다닐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난생 처음 콜드콜이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하루에 적으면 2곳, 많으면 20곳 회사에 전화하면서 담당자를 찾아다녔습니다. 실제 업무일수로는 10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100여 곳을 넘게 접촉했습니다. 그 중에서 99% 거절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하나의 거래처 덕분에 그동안의 거절이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거절이 두려워 행동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작은 성공을 세팅해보는 것을 권유합니다. 2017년에 콜드콜을 했던 저는 다음과 같은 설정을 했습니다.
(1) 전화를 건다. → 전화를 걸면 성공
(2) 담당자를 찾는다. → 담당자를 찾으면 성공
(3) 미팅을 성사시킨다. → 미팅 일정을 잡으면 성공
작은 행동은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이 성공 경험은 다음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실패를 잘게 쪼개서 작은 성공을 계속 만들어내시길 바랍니다. 결국 1단계의 성공을 원동력으로 2단계의 성공을 만들고, 3단계를 넘어서 최종 목표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확인을 확인하라
이 일화는 LG전자에서 근무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LG전자의 사장이 실제 영업 현장에서 업무 가이드가 잘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던 때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로봇청소기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매장에 로봇청소기를 시연하라는 가이드가 전달되었습니다.
모 백화점 매장에 방문한 사장님은 매장에서 로봇청소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담당 직원에게 “가이드대로 로봇청소기를 시연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직원은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사장님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던 도중에 ‘직원이 실제로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올라갔습니다. 로봇청소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직원을 불러서 “가이드대로 작동시켜라”라고 얘기했습니다. 직원은 다시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고, 사장님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이번에는 작동시키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올라가서 확인했습니다. 로봇청소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다시 직원을 불러서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라고 말했습니다. 직원은 그제서야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켰습니다.
‘확인을 확인하라’ 업무의 많은 과정에서 확인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언제까지 완수하기로 마감일을 설정했지만, 그 일을 다음 회의 때 다시 얘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확인할 사항이 무엇인지 정리한 다음에는 그것을 수행했는지 확인하는 과정까지 마쳐야 합니다. 많은 회의로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확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웹툰 원작인 드라마 미생에서 원인터내셔널 사장님이 장그래에게 한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퇴근하기 전에 항상 자리를 한번 둘러봐. 그럼 내가 놓치는 게 무엇인지 볼 수 있을거야. 신입사원 때부터 지켜온 내 신조야.” 비단 나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 일상에서 확인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면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앞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유튜브에는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올라옵니다. 유튜버들은 항상 시청자들이 누를 수밖에 없는 썸네일을 만드는 걸 고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선택을 받기보다 선택하는 입장에만 있다 보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큰 자산이 됩니다.
제가 있는 회사에서는 모든 미팅에 앞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들이 볼 자료나 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합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면 무엇을 볼까? 어떤 내용이 중요할까? 우리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강조하면서도 상대방이 편하게 볼 수 있으려면 자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치열하게 내부적으로 고민을 한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 설령 과하다 할지라도 부족한 것보다는 백 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듣고 싶은 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결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습니다. 그렇지 않은 글은 결국 사장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이천 님은 금융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케터로, LG전자와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했지만, 퇴근 후 느껴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창업한 케이스다. 5천만명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오늘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한경잡앤조이에서 '텍스트 브이로거'를 추가 모집합니다>
코로나19로 단절된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人, 스타트업人들의 직무와 일상에 연관된 글을 쓰실 텍스트 브이로거를 모십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사한 하루’,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의 치열한 몸부림’, ‘코로나19 격리일지’, ‘솔로 탈출기’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직접 경험한 사례나 공유하고픈 소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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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