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리고 든든하게…청년 빈곤 해결에 앞장서다, 사회적 협동조합 ‘십시일밥’

-청년 빈곤 해결을 꿈꾸는 사회적 협동조합 ‘십시일밥’
-학생식당 식권과 생필품 지원사업 운영
-청년 세대의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앞장설 예정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나한 대학생기자] 높아지는 물가에 대학생들의 주머니사정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가성비 좋다 여겨지던 대학가 식당들에도 1만원이 넘어가는 메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학식 가격마저 5000원~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도시락을 싸서 다니지 않는 이상 식비를 줄일 방법도 마땅치 않다.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게 대안이라면 대안이다.

단순히 ‘비싸다’는 느낌에서 끝나지 않는 대학생들도 있다. 먹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온 대학에서 다시금 현실의 벽에 막혀야 하는 빈곤 청년들이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기 힘든 빈곤 청년들은 고물가 시대에 한숨만 는다.

여기, 빈곤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이 있다. 바로 사회적 협동조합 ‘십시일밥’이다. 십시일밥은 ‘함께, 든든하게’라는 비전을 갖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그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십시일밥 미래지원팀 박혜진 홍보담당자


십시일밥 미래지원팀의 박혜진 홍보담당자는 십시일밥을 “‘대학생들의 문제를 대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단체”라며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청년 빈곤에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홍보담당자에게 십시일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었다.

청년의 ‘족쇄’가 돼버린 ‘대학생’…그 고리를 끊기 위해 시작하다
십시일밥은 한양대학교 졸업생 이호영 씨(27)가 친구 A씨에게서 들은 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A씨는 형편이 어려운 친구 B씨를 위해 매일 학식을 먹고 난 후 한 번 더 배식을 받아 친구가 끼니를 챙길 수 있게 도왔다. 이마저도 리필이 가능한 국립대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을 계기로 대학생들의 ‘한 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호영 씨는 2014년 1월 3일 비영리 민간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다.

박 홍보담당자는 “현 시대에 이르러 더 이상 대학생은 특권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흔히 대학생을 지식인, 특권층으로 여기지만, 현재의 대학생들은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며 오히려 빈곤층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해지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공부할 시간에 일을 하며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된다. 그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영양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떠안게 된다. 십시일밥은 이러한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청년의 ‘족쇄’를 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십시일밥’, ‘십시일생’, 그리고 ‘십시일킷’
십시일밥의 대표적인 사업은 식권 지원사업과 생필품 지원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가톨릭대, 경북대, 국민대 등 13개 대학이 식권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15개의 대학이 생필품 지원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먼저 식권 지원사업은 ‘열 사람의 숟가락이 모여 한 사람의 한 끼를 만들 수 있다’는 십시일밥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이다. 대학생 봉사자가 공강 시간에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면 십시일밥이 봉사자의 임금을 식권으로 구매한 후 동일한 캠퍼스 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우들에게 나눈다. 이를 통해 학생식당은 인력을 충원하고 수혜자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박 홍보담당자는 “십시일밥이 학생식당, 봉사자, 수혜자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청년 빈곤 문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빈곤 청년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건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진행된 식권 지원사업을 통해 십시일밥은 올해 상반기 13개 대학에서 약2000만원 상당의 식권을 빈곤 학우들에게 전달했다. 사업을 시작한 2014년부터 전달된 누적 식권은 11만8000장으로, 40개 대학의 4000명의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됐다.

2019년부터는 시야를 넓혀 청년들의 생필품 문제에도 관심을 쏟았다. 시작은 여학생들을 위한 생리대 지원사업 ‘십시일생’이었다. ‘십시일생’은 ‘학교에서 만나는 십시일생’과 ‘집에서 만나는 십시일생’ 프로젝트로 나뉜다. ‘학교에서 만나는 십시일생’ 프로젝트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내 생리대를 무상 비치하는 형식으로, 현재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운영 중이다. ‘집에서 만나는 십시일생’ 프로젝트는 사회적 기업 ‘29Days’와의 협업을 통해 모든 여성 청년들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 지원·배송한다. 프로젝트는 반기에 1회 실시하는데, 1년에 한 번은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 제공하기도 한다. 십시일밥은 올해 15개의 대학에서 총1400팩의 생리대를 청년들에게 전달했다.

빈곤 청년들의 생필품 구매 부담을 줄이고 친환경 소비 습관을 장려하고자 친환경 생필품 무상제공 프로젝트 ‘십시일킷’도 운영하고 있다. 십시일밥이 기업 후원을 받아 친환경 생필품 키트를 만들어 청년가구에 전달하면 수혜자들은 만족도·소셜임팩트 조사에 참여해 기업과 십시일밥 측에 피드백을 전달하는 형식이다. ‘십시일킷’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들은 친환경 생필품을 사용해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해당 제품의 소비자가 되는 기회까지 제공받는다. 올해 상반기에 십시일밥은 ‘스페이스 선(Space seon)’의 샴푸 바, ‘퐁(fxng)’의 비누, ‘닥터노아(Dr NOAH)’의 칫솔 등을 ‘십시일킷’의 지원물품으로 전달했다.

십시일밥을 지탱하는 사람들

사회적 협동조합 ‘십시일밥’


십시일밥은 크게 사무국과 이사회로 구성돼있다. 사무국은 십시일밥의 전반적인 사업을 지원하고 전체를 대표해 대외 업무를 처리한다. 각 대학마다 존재하는 이사회는 봉사활동 운영을 관리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십시일밥이 새로운 학교와 사업을 체결하고 일을 처리할 때에 이사회의 장인 이사가 대학과 십시일밥을 연결한다. 또 봉사자를 모집 및 관리하고 대학별 수혜자를 모집하는 일도 수행한다.

먹거리 복지전문 NGO ‘우양재단’,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29Days’, 비영리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 친환경 기업 ‘닥터 노아’, 장애인들의 직업재활과 경제활동 능력 향상을 돕는 사회적 기업 ‘소화아람일터’ 등도 심시일밥과 함께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이 십시일밥을 후원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BC카드’는 작년 여름 카드 사용금액의 일부가 십시일밥에 기부되는 전용 체크카드 ‘밥바라밥’을 출시하기도 했다. 적립된 기금은 올해 취약계층 대학생들을 위한 식권 나눔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박 홍보담당자는 “그 무엇보다 몸소 식당에서, 학교 사업 담당자로서, 운영진으로서 봉사에 참여해 주는 대학생 봉사자들과 개인 후원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십시일밥이 그리는 미래
십시일밥은 올해 하반기에 신규 대학을 모집해 사업을 확장하고 더 많은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질 높은 지원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서포터즈나 소식지 등을 운영해 십시일밥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홍보담당자는 “앞으로도 십시일밥은 적극적으로 청년 문제를 공론화하고 청년 세대의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앞장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십시일밥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박 홍보담당자는 “최종적으로 십시일밥은 청년 문제가 해결된 세상, 즉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청년이 자유롭게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런 세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청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고민하고, 기여할 방법을 찾아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십시일밥은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공감을 나누는 이들에게도 나눔의 가치를 깨닫는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함께, 든든하게’의 가치를 믿으며 청년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오늘도 십시일밥은 청년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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