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건너 카페’ 포화 속 생존법 터득한 카페사장 김혜린 씨

‘취업 말고 사장되기’ 휴학 후 카페 창업 도전
신림역 사건 불안심리로 유동인구 줄어.. 불가역적 영역이자 자영업자의 숙명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커피‧음료 매장 수는 전국에 95,348개로, 1년 전보다 1만 개가 넘는 매장이 생겨났다. 2017년과 비교해보면 5만 개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 중 올해 5월 기준 서울시 관악구 내의 카페는 총 681곳으로, 289개였던 2016년에 비해 400여 곳이 늘어났다.

리얼리서치코리아가 5월 5일부터 9일까지 국내 성인남녀 5,3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9.6%가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 수에 대해 ‘지나치게 많다’고 답하며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커피 전문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식에서인지 폐업한 카페의 수 역시 2021년 667개에서 2022년 1만 8559개로 증가했다. 업소 명에 ‘카페’가 들어가지 않은 곳까지 집계된다면 수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탄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이 시장에 뛰어든 20대 청년이 있다. 대학교를 박차고 나와 부모의 금전적 지원 없이 뛰어들어 동네카페를 운영 중인 카페 사장 김혜린 씨를 만났다.


서울 신림동 ‘디자이너리 카페’


자영업의 길로 어떻게 들어서게 됐나요.
“공대에서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던 중 3년 전 휴학을 하게 됐어요. 그 당시 직장 생활을 하던 언니가 퇴사를 한 뒤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는데, 마침 휴학도 했겠다 싶어 언니의 쇼핑몰에 합류하게 됐죠.”

부모님은 반대 안하셨나요.
“부모님도 사업을 하셔서 그런지 언니와 저의 행보에 큰 반대를 하지 않으셨어요. 카페를 시작할 땐 미리 말씀 안 드렸어요. 그러다보니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없었죠. 다행히 카페가 잘 돼서 자퇴를 할 생각이에요. 내년에 휴학가능 연한이 끝나거든요.”

카페는 언제부터 운영했나요.
“언니와 쇼핑몰을 하던 와중에 카페를 오픈했어요. 일명 ‘샤로수길’이라 불리는 서울대 앞 대학가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어요. 쇼핑몰을 하면서 번 돈과 대출을 받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 됐어요. 그때 쇼핑몰과 카페를 하면서 모은 자금으로 지금의 카페를 인수했어요.”

쇼핑몰, 카페 투잡으로 바빴겠어요.
“초반에는 오전에 쇼핑몰로 출근하고 오후 4시쯤 카페로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했어요. 한 1년 정도 휴식 없이 그렇게 일했던 것 같아요.”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인데, 처음 카페를 오픈했을 때 어땠나요.
“주변에 카페를 해본 사람이 없다보니 자문을 구할 데가 없어 힘들었죠.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가 처음 해보는거라 서툴렀어요. 직원이 그만둔다거나 채용할 때 등등 사람의 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매장 내 설비나 기계들이 고장 났을 때예요. 처음엔 A/S를 신청했는데 기사님이 올 때까지 고장난 채로 놔두는 수밖에 없어 답답했어요. 안되겠다 싶어 스스로 수리법을 배웠죠. 지금은 웬만한 것들은 제 손으로 고칩니다.(웃음)”

프랜차이즈 카페로 창업을 할 생각은 없었나요.
“프렌차이즈도 고민했지만 첫 창업인데 매달 매출의 일부를 본사에 내야 한다는 점이 조금 걸렸어요. 개인 카페를 운영한다면 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구상을 직접 해나가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아 도전했죠.”

카페 창업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매장 매물이 올라오는 인터넷 카페가 있어요. 그곳에서 관심 있는 지역과 선호하는 스타일의 매물이 올라올 때마다 아이쇼핑하듯 구경했어요. 그러면서 동네의 분위기라든지 업계의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제 눈길을 끄는 매물이 올라와 직접 보러 갔고, 바로 그날 계약까지 했어요. 흔히들 집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가서 계약서를 쓰고, 개업 이전에 이수해야 하는 교육을 들으면 돼요. 사업자등록 절차도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요.”

카페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 카페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4층엔 30평 규모의 홀과 중앙정원이 있으며 5층은 동일한 면적의 루프탑이 있어요. 두 층을 통틀어 약 100개 넘는 좌석이 있습니다.”

매출과 지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고정적으로 나가게 되는 비용들로 임대료, 전기세와 같은 각종 공과금, 소득세가 있고요. 그리고 직원의 수가 적은 편은 아니다 보니 인건비도 큰 지출 항목에 속하죠. 재료비도 그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해요. 이런 비용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제 수입이에요. 비성수기 때에는 평균적인 매출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하고. 성수기엔 비성수기 때에 비해 3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구체적 액수는 말하기 어렵지만 제 수익도 그에 따라 변하죠.”

말씀하신대로 시즌별로 매출 변동 폭도 클 것 같은데요.
“이 카페는 중앙정원과 루프탑이 있다 보니 요즘과 같이 아주 더운 한여름이나 한겨울은 손님이 가장 적게 오는 비성수기라고 볼 수 있어요. 반대로 날씨가 좋은 날이 많은 봄과 가을에는 손님의 수가 3배 정도 늘어나죠. 성수기 땐 웨이팅도 있어요.”

관악구만 해도 몇 년 새 3배 가까이 카페 수가 증가했는데, 매출에 영향은 없나요.
“맞아요. 출근하는 길에도 카페가 정말 많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어요. 근데 저희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루프탑이 있는 카페라 경쟁은 있어도 손님 수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또 큰 창문도 많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시야가 트여 전망이 좋은 편입니다. 이것도 중요한 포인트죠. 반면 얼마 전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날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저희 매장이 신림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라 사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어요. 이런 사건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는 건 정말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난감하죠.”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직원관리인 것 같아요. 출근해야 하는 직원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럼 저와 다른 직원들이 일을 메워야 하죠. 그리고 재고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늘 수시로 재고 체크를 해야 해요.”

‘진상손님’은 없었나요.
“생각보다 컵이나 접시를 가져가는 손님들이 많아요. 없어지면 채워 넣어야 하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곤 하죠.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생화 화분을 가져가거나 인테리어용 액자를 가져가는 사람도 있어요. 정말 난감하죠. 기물을 파손하거나 화장실에 토를 한다든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상을 부리는 손님들이 간혹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이라고 생각해요.”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은데, 경험자로서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인과 동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리고 싶어요. 전 언니와 일을 같이 하면서 업무적인 이유로 정말 많이 다퉜는데, 가족이 아니라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때문에 특히나 사업 초기엔 동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처음엔 작게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작은 규모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조금씩 키워나가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재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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