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아닌 1주 기준’으로 주 52시간 위반 논란이 종결됐다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입력 2024-01-17 11:26:43
수정 2024-01-17 11:26:47
[텍스트브이로그] 노무사 언니가 알려주는 노동법⑦ - 근로시간 위반 여부 판단 기준
지난해 연말 주 52시간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연장근로시간의 계산은 1주를 기준으로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이 연장근로시간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이 대법원의 판단을 두고 ‘이게 새로울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주 52시간은 1주 법정근로인 40시간(8시간x5일)에 1주 연장근로의 한도인 12시간을 더한 수치다. 연장근로는 원래 1주 12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 대법원 판단이 어째서 새삼스러운 의의가 있다는 것인지 원심의 판단과 비교해보자.
근로시간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된 해당 사례에서 원심은 하루 소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일단위의 연장근로시간을 각각 계산해 그 총합이 1주 12시간을 넘었는지 보았다. 예를 들어, 주4일 하루 12시간씩 1주 48시간을 근무한 경우 연장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을 초과’한 4시간x4일인 총 16시간으로 계산되므로 1주 연장근로시간의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해 법 위반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주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만을 연장근로로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하루 12시간 주4일 근무한 경우 총 근로시간은 48시간이므로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8시간만을 연장근로로 보아 주 12시간 한도 내에 있으니 근로시간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하는 원심의 판단 기준은 가산수당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의 계산 방식과도 동일하다. 근로기준법 제50조제2항에서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명확히 정하고 있어 하루 8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은 당연히 가산수당의 지급 대상이 된다.
한편, 대법원은 “가산수당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시간 위반 여부 판단 기준에 선을 그었다. 달리 말하면 근로시간 위반 여부에 있어 하루 몇 시간을 근무했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는 입장을 바꿨다. 근로시간 위반 여부와 관련한 기존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1주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발생하는 초과근로시간의 합계가 12시간을 넘으면 법 위반”이라는 것으로 원심의 판단 기준과 동일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직후 연장근로시간 한도 계산에 대한 기준이 제시됐다며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근로시간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가산수당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의 문제는 민사 영역인 반면, 연장근로 한도 위반(근로시간 위반)은 형사 영역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형사처벌의 문제인 만큼 법 해석에 있어 그 판단 기준을 달리한 점에 대하여 일부분 수긍이 되기도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철야, 밤샘 등 몰아서 일하는 근로환경이 가능해졌다. 물론 주52시간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프로젝트성 업무 등 사업 특성에 따라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잘 활용한다면 경직적인 근로환경이 유연해지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몰아서 일하는 경우 장시간 근로 및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문제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연장근로 이전 충분한 사전 조율과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는 환경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차연수 님은 스타트업 인턴, 해외 주재원, 5년 차 직장인을 지나 돌연 퇴사 후 공인노무사 시험에 동차 합격한 뒤 현재 제이에스인사노무컨설팅 파트너 공인노무사로 활동 중이다. 사업주 자문, 인사컨설팅, 교육·강의, 노동분쟁 사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조사, 단체교섭 컨설팅 등 다양한 인사노무 분야를 아우른다. 우리의 일터는 법률적 영역뿐 아니라 법이 답을 내릴 수 없는 관계의 영역이 존재하기에 결국은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