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는 부담스럽고 자만추는 어렵다”, 로테이션 단체 미팅 창업 유행

-무자본으로도 뛰어들 수 있어...낮은 진입장벽이 원인

빔더랜드 전경. 출처=빔더랜드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황지윤 대학생 기자] 지난달 20일 방문한 잠실 카페. 계단을 따라 지하로 들어서자,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입구, 각자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한데 모아져 있는 게시판,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식탁 위에는 와인과 먹음직스러운 디저트가 즐비하다. 그 배경에는 마치 미디어 아트를 연상케 하는 눈 내리는 풍경의 빔(beam)이 펼쳐져 있다.

오후 7시 30분. 약속된 모임 시간이 되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잔뜩 상기된 표정의 남녀가 입구에 들어선다. 호스트는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름표를 전달하고 자리를 배정한다. 본격적으로 단체 미팅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소개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와인이 곁들여지자 이내 긴장이 풀린 듯 농담을 건네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지정된 대화 시간이 끝나자, 참가자들이 자리를 옮긴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호스트가 관심 있는 참가자의 닉네임을 적을 수 있는 쪽지를 전달한다. 미팅 시간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호스트가 매칭 소식을 알린다. 매칭된 이들은 서로 부끄러운 듯 눈을 못 마주치지만, 잔뜩 상기된 표정이 기쁜 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하트시그널, 우리끼리 할 사람 있어?”. 이 말이 현실이 됐다. 2018년 연애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당시, 한 커뮤니티에 일정 기간 펜션에서 합숙하는 하트시그널의 포맷을 빌려 3:3에서 4:4 미팅을 제안하는 글이 게재됐다. 이에 대한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쳤네”, “펜션 주인은 무슨 죄냐?”는 댓글이 달렸고 tvN 예능 ‘최신유행 프로그램(이하 최유프)’은 해당 글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하지만 최근,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방식을 차용한 로테이션 단체 미팅이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이다.

낮에는 커피, 밤에는 와인

인기 순위에 위치된 로테이션 단체 미팅_‘프립’과 ‘문토’ 캡처본



코로나19 종식과 연애 예능 프로그램 부흥,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무료함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단체 미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로테이션 단체 미팅 후기에 대한 글이 쏟아지고 취미·여가 탐색 플랫폼 ‘프립’과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토’ 내 인기 모임 순위에는 늘 로테이션 단체 미팅이 상위에 위치돼 있다.

“결혼정보회사의 가입비는 부담스럽고 어플은 믿을 수 없다”. 직장인이 된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든 20·30 세대가 로테이션 단체 미팅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효율성과 가성비다. 단시간에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단체 미팅은 결혼정보회사에 비해 저렴한 참가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 누설과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이 높은 어플 만남의 문제를 보완해 꼼꼼한 인증 절차를 거쳐 검증된 참가자로 구성된 모임을 주선한다.

(왼쪽)커피 미팅 (오른쪽) 와인 미팅_솔로오프 제공


로테이션 단체 미팅은 커피 미팅과 와인 미팅 두 가지로 구분된다. 커피 미팅은 주로 낮에, 와인 미팅은 주로 밤에 진행된다. 참가자 연령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후반으로 국한한다. ‘러브매칭’ 양보현(남·37) 대표는 “남성의 경우, 만남에 있어 군 복무 여부가 중요하지 않나. 미필자를 제한하기 위해 나이대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참가 인원은 최소 6:6에서 최대 15:15며, 참가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모두와 돌아가며 대화를 할 수 있다. 미팅 종료 후 커플 매칭이 진행되는데, 상호 호감 시에만 연락처 공유가 가능하다.

포화도가 높아진 시장...차별화 전략을 찾아라
유행 증가 추세에 맞춰, 로테이션 단체 미팅 주선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러브매칭 △봄날은 온다 △솔로오프 △어바웃와인 총 4개 업체는 모두 “로테이션 단체 미팅 주선 사업은 무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홈페이지가 없다면 ‘프립’과 ‘문토’에서 시작하면 되고, 모임 장소가 없다면 대관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 4곳 중 3곳은 “대관료, 인건비, 간식비, 세금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은 아니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단체 미팅 주선 사업에 섣불리 뛰어드는 행위는 지양해라”고 말했다.

로테이션 단체 미팅 현장 사진(왼쪽) 러브매칭 (오른쪽) 봄날은 온다 제공


업계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4개 업체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러브매칭’은 오프라인 단체 미팅 외에도 비대면 만남을 선호하는 고객과 지방 거주자 고객을 타겟으로 한 온라인 소개팅을 운영한다. 또한 자체 홈페이지와 앱 개발을 통해 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봄날은 온다’는 소개팅을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다. 연애상담 유튜버 ‘링비쭈’와 콜라보, 매칭 프로그램 자체 개발 및 상표권 등록, 지방 단체 소개팅 개최, 회사 간 소개팅 주최 등 다양한 업체와 제휴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손병진 대표(남)는 “우리 회사가 설립된 지 8년이 됐다. 연차를 거듭할수록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 꾸준히 성장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어바웃와인’은 한정된 모임 시간 안에 질 좋은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저렴한 와인은 쓰지 말자는 최 대표의 신념에 따라, 30개 이상의 도매사 중 최 대표가 직접 엄선한 와인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참가자의 후기에는 항상 와인의 맛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담겨있다.

타 업체와 달리, ‘솔로오프’는 결혼정보회사다. ‘솔로오프’ 김희정(여) 대표는 “대중적인 결혼정보회사와 차별화된 지점은 단체 미팅부터 결혼을 전제로 한 1:1 소개팅까지 모든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운영진이 모두 여성이다. 소개팅을 경계하는 여성 회원들이 친한 동네 언니가 믿을만한 상대를 소개해 준다는 생각을 갖고 편한 마음으로 방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은 DOWN, 남성은 UP...무엇보다 각별한 보안 필요

단체 미팅은 성별 간 가격 차등을 두고 있다. 참가 비용은 5만 원 내외며,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 저렴한 금액으로 참여할 수 있다. ‘어바웃와인’ 최주영(여·32) 대표는 “사업 운영 시 힘든 지점은 참가자 성비 불균형이다. 전체 인원 중 여성이 한 명만 참여했던 적도 있었다”며 “여성 고객 유치를 위해 저렴한 가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여성의 단체 미팅 참여율의 원인은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다. 실제로 2022년, 상위 1%를 대상으로 소개팅을 주선하는 하이엔드 데이팅 앱 ‘골드스푼’에서는 참가자가 술에 취한 상대를 강간해 기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4개 업체는 모두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보안이다”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 노출과 확실한 정보 폐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체는 사전에 명함, 사원증, 재직증명서 등으로 신분과 재직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며 모임 시작 전에 신분증을 재확인하는 등 철저한 시스템으로 참가자를 관리한다.

단, 매칭 후 사적 만남은 업체가 책임지지 않는다. 참가자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자세한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고 육체적 혹은 금전 요구와 같은 행동으로 불쾌감을 받는 경우 연락을 중단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일, 범죄의 위험에 노출됐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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