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 향유권 실태점검 ②] "장애인의 시점으로 대극장에 다녀왔습니다"

대극장에도 ‘수어 통역사 배치(1.0%)’, ‘난청 오디오 가이드(1.2%)’ 같은 감각적 접근성 보장은 미비

“백화점 같은 문화 공간에 가면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엘리베이터 공간이 부족하거나 소극장의 휠체어 석이 부족해 고생한 적이 있어요.”

장애인, 비장애인 연합문화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A씨가 다양한 문화 공간에서 겪은 일이다. 그렇다면 대표 문화 공간인 대극장의 장애인 접근성은 어떤 상황일까.

앞서 1탄에 이어 대극장의 공연 서비스 접근성(1번~3번), 공연장 시설 접근성(4번~7번)을 취재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을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예술의 전당’ 접근성 실태 점검표

장애인 관객 도와주는 매니저 상주하는 대극장먼저 ’예술의전당’ CJ 토월 극장에서 상영 중인 뮤지컬 ‘천 개의 파랑’, ’국립 중앙 박물관 극장 용’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파가니니’는 모두 음성 해설,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 두 극장에도 별도의 접근성 매니저는 상주하지 않았다.

다만, 두 극장은 하우스 매니저, 하우스 안내원이 공연장 내부에서 거동이 불편한 관람객에게 길을 안내했다. ‘하우스’는 무대나 백스테이지를 제외하고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방문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일컫고, 하우스 매니저와 관객 내원은 하우스에서 관객 입·퇴장과 공연 관람을 돕는 직책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하승희 하우스 매니저는 휠체어 관람객이 안전하게 입·퇴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 관람객분은 입장 퇴장을 개별적으로 도와드린다.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관람객이 몰릴 때 휠체어 관람객이 얽히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휠체어로 나가는 길을 따로 알려드리거나 관람객이 몰리는 때와 다른 시간대에 나가도록 안내해 드린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뮤지컬 파가니니 예매 사이트(위)는 장애인 관객 예매를 위한 문의 정보를 명시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공식 홈페이지(아래)에 휠체어 관객을 위한 동선을 설명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웹 접근성은 양호했다. 이곳의 홈페이지에 휠체어 관객을 위해 동선과 휠체어 리프트,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휠체어 동선을 사진과 함께 설명돼 있다. 반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은 온라인에 휠체어 동선을 설명하는 이미지나 영상은 따로 없었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파가니니’에서는 휠체어 석, 장애인 관객 관련 문의를 물을 수 있는 제작사 번호가 공유돼 있었다.

장애인 이동에 필요한 점자블록 부족 등 문제점 지적
‘예술의 전당’ 입구(오른쪽)와 휠체어 석(왼쪽)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모두 출입구 턱이 없어 휠체어가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었다. 두 극장 모두 엘리베이터까지 평지로 갈 수 있어 이동에 방해물이 없었고,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예술의전당’ 장애인 좌석은 평소엔 일반 좌석으로 사용한다. 휠체어 관람객이 예매하면 의자를 이동해 휠체어 전용 좌석 공간으로 만든다. 휠체어 관람객을 위한 기반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극장 모두 공연장 내부에 점자 블록은 없어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장애인 전용 화장실


화장실 시설도 모두 양호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모두 장애인 전용 화장실 칸이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있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 전용 칸이 있어 전동 휠체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었다. 모두 화장실 안에 비상용 벨 또는 비상용 전화기도 구비돼있다.
장애인 물리적 접근성은 비교적 높지만, 감각적 접근성은 아직 낮은 실태점검 결과, 대극장은 장애인 접근성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작년 12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 문화 예술과를 신설했다. 장애 예술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또 작년 10월 24일에 문체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국내 첫 장애 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을 개관했다. 문자 통역, 음성 해설,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연장 내부 바닥을 평면으로 만들었으며, 장애인 문화 향유를 돕는 접근성 매니저가 있다. 이처럼 규모가 큰 극장을 중심으로 접근성을 낮추고 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2022년 문화시설 장애인 접근성 실태조사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662개 공연시설에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바닥 단차 제거(42.3%), 주요 관람 동선 안내(40.6%) 휠체어 사용자석(33.2%) 같은 물리적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보장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어 통역사 배치(1.0%), 난청 오디오 가이드(1.2%) 같은 감각적 접근성은 낮은 수준으로 보장되고 있었다. 공연장 시설 접근성, 공연 서비스 접근성을 모두 고려하는 섬세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홍용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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