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5년 만에 폐간된 청년 독립언론 ‘고함20’, 새로운 아젠다 세팅이 필요한 때
입력 2024-06-25 16:06:45
수정 2024-06-25 16:06:45
-회비나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청년 독립언론...항상 자금 부족이 고민
-질 높은 기사가 선행돼야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어
-놓치고 있는 사회의 빈틈을 메우는 독립언론...공존을 통해 건강한 언론을 만들어 나가야
-편집권 침해가 아닌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해야 지속가능성 높아져
독립언론은 편집권을 제한하는 외부 간섭 없이, 언론의 본래 기능을 자유롭게 실현하는 언론을 의미한다. 청년 독립언론은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청년들이 모인 언론이다. 최근 고함20을 비롯해 여러 청년 독립언론이 인력 및 자금난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금 부족이 가장 큰 문제
청년 독립언론은 주로 회비나 후원을 통해 운영된다. 고함20의 경우, 기자들에게 회비를 걷거나 비영리 독립언론 명목으로 사업 지원금을 신청해 웹사이트 관리 비용을 충당했다. 고함20의 전 편집장 주 씨는 “기자들의 회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돈을 최대한 아껴야 했다”며 “내부에서 커다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도 자금 부족의 이유로 망설인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영리 대학생 독립언론 ‘대학알리’는 쿠키뉴스와의 협업 계약이 종료되면서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대학알리는 현재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2023년 대학알리 대표 김연준 씨는 “후원금에만 의존하는 수익구조로 인해 운영이 쉽지 않았다. 후원자가 중도에 후원을 해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인력 관리 역시 개인의 열정에만 의존해야 했다. 개인 사정으로 기자 활동이 어려워지면 독립 언론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청년 독립언론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자층이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 김 씨는 “질 높은 기사가 선행돼야 독자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주 독자층인 대학생과 청년이 주목하고 귀 기울일만한 유의미한 기사들을 발행해 왔다”고 밝혔다. 주 씨 또한 “고함20은 주류 매체에선 다루지 않는 소수의 이야기를 전할 때가 많다”며 “청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관점의 기사들을 발행해 왔다”고 말했다.
2024년 대학알리 대표 기하늘 씨는 “자금을 모으는 것만큼 독립언론에 대한 끊임없는 노출도 중요하다”며 “매년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를 진행해 현직 기자들과 예비 언론인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독립언론은 존재해야 한다
청년 독립언론은 자유로운 편집권을 통해 주제의 제약 없이 다양한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기성 언론이 놓친 이야기들이 청년 독립언론에서 발굴되기도 하고, 청년 독립언론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기성 언론으로 퍼져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김 씨는 “독립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감시견의 역할을 한다”며 “대학알리는 학보사가 보도하지 않는 학교의 부정을 알려 학생들이 알권리를 보장받도록 했다. 이외에 소외된 학생들, 교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알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독립언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대응해 세상을 바꾸려는 기자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은 항상 새로운 시각과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꿈꾸는 독립언론과 기성 언론이 공존해 건강한 언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편집권 침해가 아닌 새로운 아젠다 세팅을 내세워야 할 때
독립언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편집권 침해가 아닌 새로운 아젠다 세팅(의제 설정)이 필요하다. 2023년 대학알리 편집국장 이은서 씨는 “무조건 학교를 따라야 한다는 학생들의 수동적인 관념과 편집권 침해에 무감각했던 과거와 달리, 에브리타임과 기타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학교의 편집권 침해가 줄어든 추세다”며 “편집권 침해만 초점을 맞추고 독립언론 활동을 하기에는 명분과 동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주된 독자층이 청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독립언론은 학보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학보사는 빠른 마감 기한으로 인해 시의성 있는 기사를 신속하게 발행한다. 대학 소식에서 독립언론이 학보사보다 빠르게 기사를 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차별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이 씨는 “마감 시간에 쫓기는 학보사와 달리, 독립언론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심층 보도를 통해 학보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많은 대학이 소멸 위기에 처하고 있다. 특히 지방 대학은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학보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학보 없는 대학이나 1인 학보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들끼리 협력해 독립언론이라는 프레임 아래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 기자/황지윤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