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환대 프로젝트, 춘천 ‘맡겨놓은 카페’

-시민이 선결제한 음료를 청소년이 이용하는 방식
-2022년부터 운영, 현재 29개 매장에서 실시 중
-해당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사례도 생겨나

춘천에는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가 있다. 맡겨놓은 카페란 지역 소멸을 대비해 지역 공동체의 일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다. 청소년이 지역 사회와 구성원을 통해 환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로 기획됐으며 전국 최초 시행 중이다. 시민이 카페에 방문해 음료를 결제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면 청소년이 이를 이용하고 메시지를 다는 방식이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고 지역 청소년 환대 및 시민 기부 활성화가 가능한 카페라면, 청소년 접근 용이성과 주변 청소년 유해시설 유무 파악 현장 조사 후 참여 가능하다.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음료수는 맡겨놓은 카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29곳의 카페가 동참 중이다. ‘2023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 리포트’에 의하면 2022년부터 누적된 시민 기부는 2000건, 이용 청소년 역시 2000명에 달한다.

맡겨놓은 카페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모습 사진=손승현 대학생 기자 (커먼즈필드 1층 카페)


이탈리아 커피 나눔 운동에서 착안
맡겨놓은 카페라는 이름은 ‘카페 소스페소(Caffè sospeso)’라는 단어를 직역해 지어졌다. 소스페소는 이탈리아어로 ‘미정’ ‘연기되다’ ‘미루다’라는 뜻이다. 카페를 방문한 손님이 익명의 누군가를 위해 커피 한 잔 값을 더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가 중요한 문화로 자리하는 이탈리아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커피를 나누는 운동으로 시작해 타 국가에 파생된 바 있다.

청소년 중점 사업의 필요성 느껴
이 프로그램은 2020년 9월 춘천시와 강원도교육청의 ‘춘천 행복 교육지구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대두된 청소년 중점 사업의 필요성으로 탄생했다. 2022년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는 춘천 중간 지원조직 공동사업 ‘사이사이’ TF가 운영을 맡았다. 해당 TF는 조직과 사람, 청소년과 시민, 지역을 한 데 잇는다는 의미로 구성된 조직이다. 춘천문화재단과 춘천시 협동조합 지원센터,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6개 팀이 포함됐다.



작년부터는 춘천사회혁신센터가 단독 관할 중이다. 프로젝트 운영 초기에는 TF가 중ㆍ고교 근처 카페 및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한 카페를 직접 찾아 섭외했었다. 초반 10개소 미만으로 운영되던 프로젝트는 대형 카페의 참여를 이뤄내는 등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데 모여 탄생한 선순환 구조
기부자들과 청소년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청소년에서 성인이 돼 기부받은 마음을 다시 나누는 따뜻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같은 학생이 학생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누구나 경험할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갖게 된 긍정적인 기억을 토대로 좋은 일들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3년째 프로그램이 지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참여 카페들의 자발적인 홍보 덕분이었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홍보하거나 청소년 시설과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주문받기 전 간단히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더 큰 참여를 이뤄내기도 했다.

더불어 운영을 담당하는 춘천사회혁신센터의 노력도 있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청소년들이 기획단과 서포터즈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청소년들에게 커피 교육 등의 활동을 제공하는 ‘맡겨놓은 카페 플러스’도 진행했다. 관련 운영진과 교육청이 모여 성과 공유회를 개최하는 등 프로그램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9월 중으로는 오프라인 캠페인을 열 계획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행정복지센터와 시청 등에 찾아가는 부스를 기획 중이다. 본인 음료와 기부 음료를 함께 결제했던 기존과 달리, 해당 부스에서는 구매하는 음료값만큼을 바로 기부할 수 있게 된다.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
참여 카페들이 입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프로젝트를 모르는 이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늘어나는 데 반해 기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실정이다. 김영수 빙동댕 사장은 “매주 부족한 기부 수를 채우려 카페 사장들이 직접 자신의 가게에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오더라도 쿠폰 수량이 부족해 일부 인원만 쿠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전했다.

이소윤 프롬마인드 사장은 기부자 참여율을 높이려 카페 도장 10개를 모으면 얻을 수 있는 무료 쿠폰을 이용해 음료를 기부하는 방식도 실시 중이다. 카페 SNS에도 홍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는 사람만 참여하는 게 아쉬운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장은 “기부자가 본인의 기부가 잘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안타깝다”며 “기부자와 청소년 간 매개 시스템이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프로젝트 확장ㆍ확산
춘천사회혁신센터는 우선 오프라인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앞으로 프로그램의 오프라인 홍보를 지속 시도할 계획이다. 더불어 카페 분야를 넘어서 여러 분야에서의 청소년 환대 프로젝트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속초시에서는 서점에서 도서를 기부하는 형식의 ‘BOOK WE 38˚ PROJECT’가 운영되고 있다.

맡겨놓은 카페를 담당하는 임두현 춘천사회혁신센터 협업문화팀 매니저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부모와 학교, 이웃 등 여러 집단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로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전하는 지역 내 어른들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걸 청소년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늘도 ‘맡겨놓은 카페’는 카페를 매개로 청소년을 응원하는 시민의 마음과 카페 주인의 다정한 공존, 청소년의 기쁨을 연결 중이다.

이진호 기자/손승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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