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다회용기 도입, 일부 구장에서 일회용품 사용 줄였다

-쓰레기 절감 효과 뚜렷한 다회용기, 9개 홈구장 중 도입한 곳은 아직 3곳
-적극적인 홍보와 구단의 노력 필요

매장 앞에 쌓여있는 다회용기 쟁반.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야구장 세 곳이 일부 식음료 매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하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 다회용기는 이용 후 전용 반납함에 넣으면 재사용할 수 있다. 앞서 서울 잠실 야구장은 ‘다회용기 도입’ 시범 사업에서 일회용 폐기물 절감 효과를 봤다.

야구장은 전국 스포츠시설 중 1인당 폐기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환경부가 진행한 제6차 전국 폐기물 통계 조사(2021~2022)에 따르면 야구장에서 연 3,444톤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일회용품에 제공되는 다양한 먹거리도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한국야구위원회, 10개 구단과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이후 일부 구단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도입했다. 한해 200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방문하는 잠실 야구장은 올해 4월부터 38개 식음료 매장에 다회용기 도입을 본격화했다. 수원 KT 위즈파크도 야구장 내 14개 매장 중 10개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했다.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다회용기 시범 사업을 운영하면서 일회용 쓰레기를 22만 개 정도 줄였다고 밝혔다. 수원 KT 위즈파크도 작년 한 해 동안 다회용기를 도입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13만 개를 줄였다고 발표했다. 위즈파크에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 ‘잇그린’은 다회용기 서비스 운영으로 경기당 쓰레기 배출량이 40% 정도 감소했다고 했다.

청록색 다회용기에 제공된 빙수.


인천 SSG랜더스 필드 야구장은 ‘2024 KBO 올스타전’에 다회용기를 제공한다. 해당 구장에 입점한 34개 매장 중 20개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올해 7월부터 인천 문학 야구장에 도입된 ‘다회용기’를 직접 사용해봤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다회용기에 담아 주었다. 인천 문학 야구장이 제공한 다회용기는 ‘청록색’이다. 가시성을 높여 일반쓰레기와 쉽게 분리 배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잠실 야구장은 ‘스카이 코랄’ 색상이다.

다회용기 전용 반납함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전용 수거함에 반납해야 한다. 인천 문학 야구장은 다회용기 전용 반납함 34개를 비치했다. 잠실 야구장은 20개를 설치했다. 인천 문학 야구장 다회용기 회수율은 현재까지 98%이다. 수원 KT 위즈파크도 회수율이 90%가 넘는다. 하지만 서울 잠실 야구장의 회수율은 71%이다.



잠실 야구장을 다녀온 조 모(23) 씨는 “야구 끝나면 사람들이 많아서 매우 혼잡하다. 조금만 늦게 나와도 다회용기 수거함이 이미 꽉 차서 둘 곳도 없다”며 “수거함에 남은 음식, 음료수나 쓰레기 들어가 있고 아수라장이다. 모르고 다회용기를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라고 했다.

녹색연합 진예원 활동가는 “잠실 야구장은 다회용기 사용 매장에 다회용기는 반납함에 넣어야 한다는 안내문의 크기가 아주 작다”며 “야구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멀리서 보면 가독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라고 했다. 이어 “현장에 가보니까 매장에서 음식을 제공할 때 반납을 해야 한다는 안내를 직원분들이 누락하시는 경우가 많았다”며 “안내와 홍보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 활동가는 “구단 홈페이지나 구단 SNS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매장에 대한 위치 정보 혹은 반납함의 위치 정보가 표시된 구장 안내도를 게시하는 등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천 야구장에서 떡볶이, 치킨, 맥주가 일회용품에 제공된다.


다회용기는 전체 매장이 아니라 일부 매장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본사 정책이 정해져 있다”며 “또 음식 크기에 맞춰서 다회용기를 생산할 수 없어서 음식의 크기를 담아내지 못하는 매장들은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0개 구단의 홈구장 9곳 중 3곳만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아직 6개 구장은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 녹색연합 진예원 활동가는 “가장 중요한 건 구단의 노력과 의지다”라며 “쓰레기 배출량을 절감하는 효과가 굉장히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참여 매장이나 구장이 늘어난다면 일회용품 사용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라고 했다. 또 “다회용기 사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체육시설에 입점한 매장은 포장해서 가는 개념이라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을 막을 수 없다. 규제를 기반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진호 기자/성예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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