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서는 동아리 활동하며 원하는 꿈에 다시 도전
-서툰 것도 즐거움이 되는 대학 연극 동아리
대학 가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만난 세 사람의 학과는 회계학과, 정보통신공학과, 화학공학과였다. 모두 ‘예술’ 분야와 거리가 먼 학과이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를 왜 들어갔냐는 질문에 공통으로 “대학 가서는 하고 싶은 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신입생인 새내기 박희준(21) 씨는 고등학생 때 학술적인 활동을 위주로 하며 ‘대학교 입학’이 목표인 사람이었다. 대학에 들어온 후 연기를 향한 관심이 다시 피어올랐다고 했다. 연극 동아리에서 8번의 공연을 올린 이지환(26) 씨는 대학 입학 전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대학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우선 대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기에 세 사람은 대학을 입학하고 ‘연극 동아리’로나마 꿈을 이루고자 했다.
첫 무대의 기억이 주는 원동력
전성환(활동명: 주혁) 씨는 15년 차 배우이다. 전성환 씨는 연극 동아리에서 첫 작품,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갔던 순간을 지금 배우 생활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전 씨는 “아직도 생생하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라며 “무대 위에서 받았던 에너지는 지금도 연기를 지속하는 이유기도 하다”라고 했다. 관객이 웃고 환호하면서 나오는 그 에너지는 굉장했다고 했다. 박희준 씨도 처음 무대 위에 섰을 때 느꼈던 감정으로 인해 연극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했다. “남들 앞에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처음 무대에 올라선 순간, 색다른 설렘이 있었다”라며 마찬가지로 큰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했다.
‘아마추어’들의 모임, 대학 연극 동아리만의 매력
‘대학 연극 동아리’의 매력에 대해 입을 모아 “서툰 모습도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지환(활동명: 남율) 씨는 웹드라마 ‘짧은대본’에 출연하며 동아리 외에 배우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동아리가 아닌 곳은 각자 이해관계와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작업한다. 하지만 대학 연극 동아리는 오직 순수하게 즐거움으로 함께 만들어나간다”라며 “실수하고 잘못하는 서툰 모습까지도 서로를 돈독하게 한다”고 전했다. 박희준 씨도 “다들 연극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라 서로 응원해주는 것이 연극 동아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사회에 나가서 허용되지 않는 모습이지만, 동아리 안에서 아마추어들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것은 ‘대학 연극 동아리’만이 줄 수 있다.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
연극 동아리에서 고충도 적지 않다.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작품 선정, 배역 분석, 조명, 음향, 무대, 홍보 등 준비가 필요하며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데 대략 2~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박희준 씨는 입시 공부를 끝내고 올해 대학교에 들어와 여행, 밴드 등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이지환 씨도 현실로 인해 자격증 공부 등 취업 준비도 병행하고 있지만 해야 할 일들을 못 챙겨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래도 즐거워서 연극을 또 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 씨는 “배우, 연출, 조명 등 모든 활동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돌아간다. 그 이야기의 주제는 사람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다 같이 만든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전성환 씨는 “매체 경험도 많이 해봤는데 연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유일한 것”이라고 했다.
현실에 부딪혀도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이지환 씨는 “연극만 한다는 것은 사실 불안함이 있다. 앞서 연극 쪽으로 간 선배들은 어떻게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는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전성환 씨는 “현실로 인해 회사도 취직해보고 다른 일도 해봤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좋아하는 걸 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길을 나아가려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자기 몫이고 선택이다. 대신 선택한 것에 의심하지 말고 좋아하는 걸 쭉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진호 기자/성예진 대학생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