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시도로 우리와 지구를 지켜요, ‘제12회 비건페스티벌’ 개최
입력 2024-10-18 20:03:32
수정 2024-10-21 20:04:22
-국내 최초의 ‘완전 비건 채식’ 모토 행사
-추석 맞이 ‘비건 잔치’ 기조로 70여 개 부스 참여
작은 플리마켓에서 지금의 축제가 되기까지
비건 페스티벌은 작은 비건 플리마켓에서부터 시작됐다. 비건페스티벌 대표 기획자 쏘이와 캘리는 2013년부터 1년에 한 번 비건 채식 뷔페의 마당을 빌려 작은 비건 플리마켓을 실시했다. 플리마켓은 추후 행사를 더 많이 열어달라는 방문객들의 요청으로 1년에 2번 여는 식으로 점차 규모를 키우게 됐다.
그러던 중 2016년 쏘이와 캘리의 ‘비건카페 달냥’이 문을 열었다. 이후 단골손님이자 전 직장 동료였던 지인의 소개로 서울혁신파크와의 협업을 통해 지금의 페스티벌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 ‘비건페스티벌 코리아’ 팀은 현재 ‘비건생활연구소’라는 법인ㆍ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 사회 환원 사업으로 행사를 주최 중이다.
추석에 맞춘 ‘비건 잔치’ 한마당 열려
올해 축제는 추석에 맞춰 ‘비건 잔치’를 기조로 삼았으며 홈리스 월드컵과 콜라보해 더 크게 진행했다. 명절이 되면 비건들은 다른 가족에게 맞춰 보내거나 본인의 음식을 따로 준비하는 등 번거롭고 힘들게 자신의 지향성을 숨기기 바쁘다. 이번 페스티벌은 그런 비건들이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뒀다. 더불어 민속놀이인 ‘윷놀이’ 토너먼트와 풍물패 ‘장풍’의 폐막 공연, 명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부채와 티셔츠 등의 굿즈로 더욱 풍성한 행사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제로와 배리어프리까지 신경 써
페스티벌의 기조가 ‘잔치’라면 핵심 가치는 ‘비건ㆍ플라스틱 제로ㆍ배리어 프리’이다. 기획단과 참여 부스는 모두 엄격한 비건 기준을 준수하며 준비한다. 그래야만 방문객들이 ‘비건인지 아닌지’ 고민하지 않고 하루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참가 부스는 포장지를 재활용 용기와 종이 박스로 바꾸고 방문객은 다회용기와 수저, 장바구니 등을 지참하게 함으로써 플라스틱 제로를 실천한다. 식기 세척이 가능한 설거지 존도 운영됐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전에 열린 제7회 비건 페스티벌에서는 방문객이 1만 3천여 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쓰레기가 15리터 봉투의 반 정도만 채워지기도 했다.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려 입장로와 쉴 곳, 계산 방법을 미리 고민하는 것 역시 기본으로 하고 있다.
70여 개 셀러 참가, 참여자와 방문객 모두 하나 돼
이번 행사에는 양일간 총 70여 개의 참여 부스가 함께했다. 엄격한 비건 기준에 합당한 제품ㆍ서비스ㆍ업사이클링 제품을 직접 제조하고 판매, 유통하는 개인과 회사를 대상으로 셀러 모집을 받았다. 그 가운데 페스티벌과 취지를 같이하는 셀러를 선정해 부스를 꾸리게 됐다. 식사ㆍ카페 부스부터 친환경 용품 부스까지 다양한 셀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외에도 비건 도서를 만나볼 수 있는 서점 부스와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거나 기후 위기ㆍ동물복지 캠페인을 홍보하는 이색 부스도 볼 수 있었다.
기획단과 함께 행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도울 서포터즈와 자원봉사단도 꾸려졌다. 이들이 모두 힘을 합쳐 준비한 결과 이틀 내내 행사장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첫날에는 우천으로 개최 시간이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친구와 연인, 가족 단위로 방문했다. 행사장 중앙에서는 시간별로 다양한 공연이 열려 열기를 돋웠다. 각 부스에서는 친환경 혜택으로 제품 할인ㆍ증정ㆍ선물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은주(45)씨는 “비건을 시도하려는 마음에 방문하게 됐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부스들에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인식 개선부터 해나가야…“비건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비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대규모 생산방식은 자연에 좋지 않다. 공장식 축산업은 기후를 변화하는 메탄가스 생산의 주요인이며 인간은 동물을 섭취하며 건강을 해치고 자연을 파괴해 왔다. 생산된 육류 역시 실제로 인간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생태계에 지나치게 불필요한 파괴를 초래한다. 비건은 결국 우리 자신의 행복과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다수의 셀러는 “비건은 전혀 어렵지 않다”며 “처음부터 완전히 변화하기보다는 한 번의 시도를 시작으로 점차 바꿔나가면 된다”고 입 모아 말했다. 대표 기획자 쏘이 역시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하기 쉬운 친환경 실천 방법이자 건강관리의 유용한 방식으로 받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비건과 친환경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면 느리고 여유 있는 시각과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을 볼 때 여유를 갖고 따스하게 바라보고 또 그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면 좋겠다“라면서 ”이는 행복과 자존감에 큰 자산이 돼 다음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진호 기자/손승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