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안에서 무분별한 전동킥보드 사용, 괜찮은가요?

-부족한 대학 내 전동킥보드 사용에 관한 인식
-전면 금지, 지정 주차 구역 마련, 안전 캠페인 실시하는 대학들

최근 몇 년간 개인형 이동장치 사용이 많아지고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킥보드는 편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짧은 시간, 넓은 캠퍼스를 빠른 속도로 이동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전동킥보드는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 내 ‘전동킥보드 이용 수칙’에 대한 인식과 규제는 이용의 증가와 비례하지 않고 있다. 학교별 전동킥보드 수칙은 상이하며, 일부 대학교는 대응책으로 ‘교내 이용 전면 금지’나 ‘안전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교 내 보행로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 사용이 많은 지방에 한 국립대학교의 모습이다. 전동킥보드 세 대가 ‘보행로’라고 적힌 파란 공간으로 넘어가 있다. ‘보행로’에 주차하는 것은 도보 중인 사람의 통행에 방해되기 때문에 ‘불법’이다. 또 인도 진입로를 전동킥보드 여러 대가 아예 가로막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에 전동킥보드를 세워놓는 행위로 보행자들은 불편을 겪게 되며 지나가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로에 주차된 캠퍼스 내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가 차량 옆,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지방의 모 대학국립대는 총 65개(작년 기준)의 전동킥보드 지정 주차 구역이 마련되어 있다. 지정된 주차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지만 학생들이 다른 곳에 주차하는 이유에 대해 국립대 재학생 이 모(23) 씨는 “사실 우리 학교는 지정 주차 구역은 잘 되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수업에 지각할까 봐 아무 곳에나 두고 가는 학생들이 많다”라고 했다.

또 전동킥보드의 승차정원은 1명이며 2인 이상 같이 탑승할 수 없다. 위반 시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이 모 씨는 “학교에서 두 명이 같이 전동킥보드 타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방금도 봤다”라며 규정이 학교에서 쉽게 어겨지는 것을 지적했다. 국립대 재학생 정 모(23) 씨는 “대학교 내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부족한 건 맞다. 주차가 아무 곳에 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나 2명이 같이 타고 다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교내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한 동국대학교


동국대는 2021년부터 교내에서 전동킥보드 통행금지를 규정했다. 무분별한 주차로 통행에 방해가 되고 킥보드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지정 구역 외에 무질서한 주차와 전동킥보드 이용이 계속되었다. 건물 앞에 전동킥보드가 과도하게 놓여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김 모(22) 씨는 “전동킥보드가 워낙 많이 놓여있어서 학교가 원래 통행금지였는지도 몰랐다. 인도 위에 전동킥보드가 1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가 줄지어 놓여있어서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라고 했다. 이에 올해 10월 ‘개인형 이동장치 교내 출입 금지’를 재차 공표했다. 학교는 전동킥보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보다 ‘금지’를 선택한 것이다.

나무 옆, 다른 전동킥보드에 쓰러져 있는 전동킥보드


부지가 넓은 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요가 많아 전면 금지하기 어렵다. 서울대 관계자는 “부지도 크고 (학교가) 산지에 조성되어 있어서 전면 금지는 학생들의 희망 사항에 배치”라며 “학생회랑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운영하되 민원이 발생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 학교에 ‘개인형 이동장치 운영 세칙’을 제정하고 안전 운전 캠페인이나 헬멧 이용 집중 단속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대 관계자는 “현재는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 구역을 지정한 후 지정 구역에 주차한 이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경북대 캠페인. 사진=경북대 홈페이지


경북대는 지난 10월 24일 캠퍼스에서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북부 경찰서와 협의해 교통안전 캠페인을 실시했다.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 등이 담긴 캠페인 용지를 나누어주는 방식인 캠페인이었다. 경북대 관계자는 “간혹 학생들이 다치는 접촉 사고가 난다. 예방 차원에서 캠페인을 열었다”라고 했다. 캠페인에서 “학내에 차량이 많이 다닌다. 차량 타시는 분들이 전동킥보드 타고 가는 걸 잘 못 봐서 웬만하면 인도로 운행을 부탁한다”라고 했다. 전동킥보드는 인도 주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경북대는 예외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캠퍼스 내 인도 주행을 하도록 캠페인 기간에 알린다고 했다. 이어 무분별한 주차 문제에 대해 “(개인 이동형 장치) 업체에 앱 내에 주차 구역을 지정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진호 기자/성예진 대학생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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