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투자열풍' 생활비 쪼개 해외주식·코인에 투자하는 대학생들
입력 2024-12-19 15:16:39
수정 2024-12-19 15:16:44
대학생 투자자 중 72%는 해외 주식 투자 선택
“트럼프 당선 이후 해외 주식 비율을 확 늘렸어요”
최근 대학생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에서 해외 주식으로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월,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대학생 투자자 4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 투자자 중 72%가 해외 주식에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들 중 89%가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자 하였고,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 않은 학생 중 87%가 1년 이내에 해외 주식을 시작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각 대학교에는 주식 투자 동아리가 생겨나고,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는 주식 관련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 따로 개설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주식 정보와 투자 기준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여러 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한 주식 관련 연합동아리는 입문자와 경험자를 따로 나눠 체계적으로 투자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 대학생 개미들의 선택대학생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관심도는 이번 미국 대선으로 인해 더 높아졌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미국 대선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시기에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며 일명 ‘트럼프 베팅’을 시작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13일까지 73.5% 폭등했다.
한 서울권 4년제 대학의 에브리타임에는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테슬라 주식에 관한 글이 급격히 올라오기도 했다. 주로 테슬라 주식의 수익률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테슬라 주가는 대선 이전부터 트럼프의 영향이 선반영됐다고 분석하는 글도 보였다.
주식 투자를 한 지 3년 차가 되었다는 대학생 ㄱ씨도 가지고 있던 테슬라 주식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주식의 수익률이 30%가 넘는다고 밝히며 트럼프의 영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생활비를 줄여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ㄱ씨는 주식 투자 이후 투자한 기업의 뉴스를 챙겨보는 것은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 가계부 작성 후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 한다”면서 주식 투자금 마련을 위해 소비 습관도 바꿨다.
또 트럼프 정권의 정책 중 하나로 언급된 비트코인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되자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라는 트럼프의 연설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코인거래소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가격은 대선 결과가 확실시됐던 6일에 7만 5649.9달러를 기록하며 그 전날보다 9% 증가했다. 또한 상승세가 멈춰지지 않고 이어져 지난 12일, 사상 최초 10만 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폭등장이 시작된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자인 대학생 ㄴ씨는 달러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처음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으로 인해 투자 계획이 변경됐음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ㄴ씨는 “비트코인부터 알트코인까지 폭등장이 올 것으로 예측해 가지고 있던 것에 더해서 추가 매수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이외에도 “미국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보여 부동산에도 투자를 해보려고 한다”라며 해외 투자 분야의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작은 국내 주식으로 했어도 지금은 미국 주식?모든 대학생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투자자 ㄷ씨는 국내 주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트럼프가 당선 이후 90% 이상을 미국 주식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들어 국내 주식 중 대부분이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준 것 같다”라며 국내 장의 불안정성을 설명했다.
이어 ㄷ씨는 “트럼프 정권의 석유, 석탄 규제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래서 석유, 석탄 종목을 꾸준히 확인하려 한다”고 전했다. 주식을 시작한 이후로 미국 정권, 뉴스 등을 챙겨보며 새로운 투자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또 “직장인과는 다르게 대학생 때 하는 투자는 심리적 여유가 있어 더 신중히 고민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라며 각기 다른 환경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SNS를 통해 주식 정보 얻는 대학생 투자자들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 투자자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투자자 ㄹ씨는 지난 7월부터 미국 주식 매매를 시작해 약 6개월 차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 유튜버 영상을 보고 국장과 달리 미장은 대부분 신고가를 기록했음을 알게 됐다”라며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가 당선되며 수익이 올랐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현재 보유 종목 중 금ETF인 SPDR GOLD TRUST의 외화 기준 수익률은 0.09%에 불과하지만, 원화 기준 수익률은 9%가 넘는다”며 환차익으로 인한 수익으로 기존 미국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트럼프 당선이 호재였음을 강조했다.
ㄹ씨는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유튜브를 비롯한 SNS 알고리즘에 주식 분석 및 오늘의 시황 등 주식 관련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많아지게 됐다며 달라진 점을 전하기도 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세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