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가격표시제 10년, 현장에선①] 소비자 위해 가격표시제 시행했지만···현장에선 ‘무용지물’
입력 2024-12-26 15:09:54
수정 2024-12-26 16:31:19
여행객 ㄱ씨 “추가요금 생길까 사전에 모든 비용 결제 완료하고 서비스 이용해”
옥외가격표시제가 강화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
미용실이나 네일숍을 찾았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가격에 당황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매장을 찾았을 때 심지어는 예약방문을 했을 때도 소비자가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용실은 2013년부터 외부에 정확한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 옥외가격표시제의 대상 업종이 됐다. 옥외가격표시제란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7조 규정에 따라 영업 신고면적이 66㎡(20평) 이상인 이·미용업소의 실제 지불가격에 따른 옥외가격표시 의무화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3년 1월부터 시행된 공중위생관리법 7조에는 이·미용업자가 3가지 이상의 이·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업소 밖의 주 출입구 및 주 출입문 주변의 외벽면, 창문 등 또는 주출입문으로 이동하는 경로 상에서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위치에 게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선 명령 이후 미준수 시 1차 경고,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5일,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10일, 4차 이상 위반 시 영업정지 행정명령을 받도록 했다. 서비스 항목이 2가지 이하인 경우는 의무 고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옥외가격표시제가 의무화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가격 고지를 하지 않는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나 포털사이트에서 가격을 확인한 후 방문해도 실제 가격보다 비싸거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에도 소비자가 해당 업소를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쉽지 않고 소비자가 옥외가격표시제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ㄱ씨는 “네일을 받으러 갈 때 직접 가격을 문의해야 알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모든 가게가 가격 표시를 하는 게 아니어서 이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특정 지역에서는 ‘바가지요금’이 지적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ㄴ씨는 명동의 한 뷰티숍을 방문해 속눈썹 시술을 받았다. ㄴ씨는 “워낙 명동이 유명한 관광지라 가격대가 좀 높게 형성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문했을 때 추가금이 붙을까 봐 미리 가격을 지불해 예약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 중구는 2023년부터 명동 일대를 ‘가격 표시 의무지역’으로 선정해 관광지의 명성을 회복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동 내 점포에게 ‘착한 가격업소’로 지정해 연간 70~100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소상공인 또한 고려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전충남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대전지역 이․미용업소의 옥외가격표시를 2024년 5월부터 10월까지 조사한 옥외가격표시 이행 실태 조사 결과, 조사대상 120곳 중 13곳(10.8%)이 여전히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격표시를 이행하고 있는 107곳 중 7곳(6.5%)은 내부 공간에 입장하기 전 가격 확인이 용이하지 않았고, 6곳(5.6%)은 표시판 규격이나 글자 크기가 작거나, 색상이 배경과 구분되지 않아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40곳(37.4%)은 기본요금 외 서비스 제공자에 따른 가격차이, 모발길이, 사용제품에 따른 가격차이 등을 가격정보에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충남소비자연맹에서는 이·미용업소를 이용하기 전 추가비용에 대한 가격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예상치 않은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가격비교를 통해 선택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옥외가격표시가 형식적이어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품목의 종류별로 최저가와 최고가, 가격의 범위 등을 표시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가격정보 및 기본가격 외에 '추가 요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옥외가격표시제 준수 여부를 평가해 우수업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미흡한 업소는 행정지도를 통하여 개선토록 계도하는 등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철저한 사후관리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언급했다.
옥외가격표시제가 도입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옥외가격표시제의 도입 취지와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효성 부분에서는 아직 의문이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적극적인 제도의 홍보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지윤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