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검은 황금 '희토류', 세계 권력 지도를 재편한다
석유의 시대가 저물며 새로운 권력이 떠오르고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쓰임은 압도적인 17개의 금속, 희토류. 중국의 독점, 서구의 반격, 한국의 숙제가 뒤엉킨 공급망 전쟁에서 자원 안보는 곧 경제 안보다. ‘두 번째 검은 황금’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의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다.“지구의 심장을 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는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반도체, 풍력 터빈, 미사일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기술을 떠받치는 ‘산업의 비타민’이다. 지각에는 널리 퍼져 있지만, 경제적으로 채굴하고 정제하기 어려워 ‘희귀 금속’이라 불린다. 17개 원소로 구성된 이 금속은 작고 가벼우면서 강한 자기력을 지니며, 전자파·열·빛을 제어하는 능력 덕분에 첨단산업의 신경망 같은 존재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더 선명해지고, 전기차 모터가 더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며, 미사일이 더 정확해진 이유. 그 모든 진보의 이면에는 희토류가 있다. 이제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략 무기’로 자리 잡았다.중국이 쥔 패권, 그리고 제2의 희토류 위기오늘날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희토류 시장의 절대 강자다. 전 세계 생산의 60%, 정제의 90%, 특히 고온 환경에서 필요한 중희토류는 거의 99%를 지배한다. 중희토류는 희토류 가운데 상대적으로 무겁고 희귀한 원소로, 전기차 모터나 방산 장비 등 고성능 자석의 핵심 소재다.이런 이유로 중국의 지배력은 점유율을 넘어 첨단산업의 심장을 쥔 독점 구조로 이어진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전격
2025.11.28 09:35:14
-
혼자 오래 사는 시대, 브랜드의 전략이 된 '반려'
혼자 오래 사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누군가 대신 스스로를 돌봐줄 작은 존재를 곁에 둔다. 반려동식물부터 AI까지, 이것은 의존이라기보다 공존에 가깝다. 반려 존재에 따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반려는 이제 트렌드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문화다. 우리는 지금 혼자지만 함께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혼자 오래 사는 시대의 선택법미래의 핵심은 ‘혼자 산다’와 ‘오래 산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1인 가구와 고령화사회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꼭 같은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미 ‘혼자 산다’, ‘오래 산다’가 아니라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1인 가구가 과거와 다른 점은 이를 ‘임시 상태’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전에는 혼자 살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될거라 기대했다면 이제는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한다. 그리고 이 예상은 삶의 선택지를 완전히 바꾼다.계속 혼자 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요리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이 주목받으며, 비교적 젊은 세대에서 저속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혼자 오래 사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예상’이다. 이 예상이 현재의 삶과 선택을 바꾼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더 신중히 고른다. 가족을 위해서만 고려하던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식기세척기를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구매한다. 큰 침대의 구매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2025.10.28 09:27:45
-
오래된 게임 이론은 어떻게 신뢰와 협력을 이끌어내는가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신에는 즉각 보복으로 대응하는 맞대응의 원칙, ‘팃포탯Tit-for-Tat’. 이 상호주의 전략은 외교부터 AI 알고리즘까지 신뢰와 경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원칙으로 작동한다. 팃포탯은 거울처럼 상대를 비추며 관계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끝없는 대립으로 남을지, 작은 관용으로 협력을 되살릴지.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왜 팃포탯 전략인가?오래된 게임이론 전략인 ‘팃포탯Tit-for-Tat’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T 기반의 초연결 시대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팃포탯 전략은 신뢰와 경계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알고리즘이다. 상대가 협력하면 협력으로, 배신하면 즉각 배신으로 맞서는 원리다. 팃포탯은 1980년대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교수가 주최한 ‘죄수의 딜레마’ 반복 게임에서 가장 우수한 해법으로 확인되며 학계에 널리 알려졌다.흥미로운 점은 가장 단순해 보이는 이 논리가 오히려 협력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선의로 협력을 시작했으나 상대가 배신하면 단호히 응징하면서도 다시금 빠르게 용서하는 팃포탯 전략은 일상의 갈등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치열한 보복과 응징의 전략 같지만, 본질은 상대를 거울처럼 비추며 신뢰와 위험을 관리하는 ‘관계의 알고리즘’이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팃포탯 논리는 오늘날 국제 외교는 물론, 기업의 브랜딩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설계에 이르기까지 지속 가능한 관계 설계의 원칙으로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국제 외교에서 팃포탯의 힘국제 외교에서 팃포탯 전략의 가치는 상대의 행동에
2025.08.25 11:55:43
-
"망치만 들고 있지 않은가?" 60년 투자 원칙을 관통한 질문
세상은 많은 투자자를 기억하지만,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단순한 투자자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는 돈의 흐름을 읽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의 격자를 설계한 사람이었다. 평생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지식을 확장한 그는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줬다. 찰리 멍거가 남긴 것은 수익률 표가 아니라 망치를 내려놓고 더 많은 도구를 쌓으라는 지혜였다.한 세기를 관통한 생각의 설계자2023년 11월 28일,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백수百壽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투자의 신’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그는 평생을 투자자로 불렸지만, 정작 그가 남긴 진짜 유산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가 떠난 직후 버크셔 주주총회 현장에 울려 퍼진 30분짜리 추모 영상은 멍거라는 사람이 왜 특별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무대에 선 버핏은 그를 “버크셔의 설계자이자 나의 지적 안전망”이라 불렀다. 총회 내내 버핏은 멍거의 이름을 수십 번이나 언급했다. 버핏이 옆자리에 앉은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을 무심코 ‘찰리’라고 불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버크셔의 정신엔 늘 멍거가 스며 있었다. 1965년 버크셔를 인수한 이후 60년 넘게 이어진 이 두 거인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지만, 그들이 남긴 통찰은 오히려 더욱 강력한 ‘생각의 유산’으로 남아 우리를 일깨운다.멍거리즘, 세상을 바라보는 격자들사람들은 찰리 멍거의 신랄한 농담과 날카로운 통찰을 한데 묶어 ‘멍거리즘Mungerism’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 인생 전체를 꿰뚫는 사고방식이다. 그가 남긴 핵심 철학은 ‘세상의 지
2025.07.28 10:31:13
-
IBM, 구글, 엔비디아, 아이온큐까지… 지금 가장 뜨거운 '양자 컴퓨터' 경쟁
산업과 과학, 안보까지 재편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 컴퓨팅이 이제 실험실을 넘어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엔은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선포했고, CES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 무대에서 양자 컴퓨터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제 양자 컴퓨팅은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화의 문턱에 서 있다.미래 게임 체인저로 손꼽히는 양자 컴퓨팅2025년은 ‘양자 컴퓨터 상용화 시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엔은 올해를 ‘세계 양자 과학 기술의 해’로 지정했고, CES 2025에서도 양자 컴퓨팅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에서 “실제 산업에 유용한 양자 컴퓨터 개발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쳤지만, 이후 GTC 2025에서 기존 발언을 철회하고 GPU와 양자 연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생태계를 선언하며 전략을 선회했다.단번에 이해하기엔 조금 어렵겠지만, 양자 컴퓨터에 세계가 이토록 기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천천히 개념을 따라가보자. 양자는 빛이나 전자와 같은 물리적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이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빛은 파동연속적 성질인 동시에 입자불연속적 성질로서의 특성을 지니며,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의 두 가지 핵심 원리인 ‘중첩’과 ‘얽힘얽힘 현상’을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다. 고전 컴퓨터의 비트Bit는 0 또는 1의 값만 가질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로 정보를 표현할
2025.06.25 13:29:23
-
본격 시작된 '뉴 스페이스' 시대… K-방산도 우주로 향한다
우주 산업이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다. 우주여행을 꿈꾸고, 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을 넘어 이제 우주는 안보 전략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 강대국들은 앞다퉈 군사 위성과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도 정찰 위성 개발과 우주작전전대 신설 등으로 본격적 대응에 나섰다. 민간과 군이 협력하는 K-우주 방산 모델은 이제 시작 단계다.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과연 어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지상에서 우주로, 안보 패러다임의 혁명뉴 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주는 이제 과학 탐사를 넘어 국가 안보와 전쟁의 방식까지 바꾸는 전략적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위성이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적의 지휘부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감시 능력이 요구된다. 동시에 짧은 시간 간격으로 같은 지역을 반복 감시할 수 있는 ‘재방문 주기Revisit Time’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우주 기술이 실제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스타링크Starlink 등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망은 전장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고, 이를 통해 무인 드론이나 수상정까지 장거리에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되었다.전장의 상황을 (준)실시간으로 전달 가능한 AI 분석 시스템에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와 스마트 군수 시스템을 결합하면 병사는 총 대신 마우스를 들고 싸우고, AI와 로봇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전투를 수행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전쟁의 속도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빨라질 수도 있다.기
2025.05.27 14:43:01
-
인터넷부터 AI까지, 미래를 알고 싶다면 '다르파'를 보라
현대 기술의 기반이 된 수많은 혁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르파DARPA가 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다르파가 무엇을 연구했는지를 보라”는 말처럼 다르파는 미래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2025년, 다르파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일까?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 기관으로 잘 알려진 다르파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는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Sputnik 발사에 대응해 1958년에 설립되었다. 스푸트니크의 발사는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다르파는 기술적 충격을 사전에 방지하고,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탄생했다. 다르파는 기민한 조직 구조와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며, 종종 혁신적이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야심 찬 프로젝트Moonshot Project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 기관의 기술 혁신은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 생활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전 세계 공공 부문 혁신 모델로 자리 잡았다.인터넷부터 AI까지, 다르파가 만든 세상다르파의 대표적 프로젝트 중 하나는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 개발로 분산 네트워크 같은 혁신적 개념을 도입해 전세계 통신을 변화시켰다. 또 현재 군사와 민간에서 필수인 위성항법 시스템GPS 개발에 기여했으며, 스텔스 기술을 통해 F-117 나이트호크와 B-2 스피릿 같은 레이더 회피 항공기를 탄생시켰다. 최근 다르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 삶을 급변하게 만든 여러 기술과 밀접하기 때문이다.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2025.03.26 16:23:54
-
'샤넬맛 다이소', '르메르맛 자라'... 오리지널보다 인기 있는 듀프 트렌드
듀프Dupe란 ‘복제Duplication’에서 비롯한 단어로, 고가의 제품과 유사하지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대체품을 말한다. 그렇다고 이른바 ‘짝퉁’은 아니다. 고가품의 특성을 복제하면서도 자체 경쟁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듀프 소비가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쇼핑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사람들이 듀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듀프, 힙한 소비가 되기까지듀프란 단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든 트렌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듀프는 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브랜드 다이슨을 대체할 수 있는 샤오미나 샤크 제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잡화 브랜드 다이소에서 출시하는 3,000원대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은 6만 원대 샤넬 제품과 비슷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 세례를 받았다. 듀프 소비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다이소가 2024년 연 매출 4조 원대를 기록한 가운데 유니클로, 탑텐 같은 SPA 브랜드와 애슐리 퀸즈, 샤브올데이 같은 저렴한 뷔페 체인 브랜드도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국내에서 듀프 소비가 각광받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고물가·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경제적 환경이다. 명품을 소비할 여력은 없지만 그와 비슷한 효능감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에 듀프 브랜드들이 잘 응답한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이런 트렌드를 홍보하면서 듀프 소비가 힙Hip한 이미지까지 얻게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말하자면 듀프 소비가 단순히 ‘짠물 소비’가 아니라 ‘힙한 소비’라는 것이다.듀프보다 좀 더 익숙한 힙의 의미를 한번 짚고
2025.02.24 13:25:59
-
워라밸은 옛말... 일과 삶 경계 허무는 '워라블' 등장
전자 기기와 AI의 발달,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재택근무, 자율 근무 방식으로 인해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일과 삶을 보는 관점도 ‘일과 삶의 균형’에서 ‘일과 삶의 적절한 조화’란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100세 시대,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해 짚어본다.일과 삶의 딜레마“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일 것이다. 육아 전문가들은 이것은 좋지 않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에게도 이런 불편한 딜레마와 같은 질문이 있다. “일이 중요해? 삶이 중요해?”. 일명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관련한 근원적인 물음이다.한때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뜨거웠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워라밸이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이 둘 간의 균형을 강조한다. 이 개념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영국에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의 여성 운동가들이 직장과 가정의 역할을 조화롭게 유지하려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이 시기에 기술 발전과 함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직장과 개인 생활 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게 되었다.한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 ‘워라밸’이라는 줄임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직장 내에서 과도한 근무시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워라밸 열풍은 업무 환경
2025.01.24 15:22:47
-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열풍은 독서는 물론 글쓰기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여전히 어려워한다. 그럼에도 써야 하는 이유는 쓰는 행위야말로 온전히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야말로 개인의 성장과 성찰을 돕는 좋은 습관이다.뇌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글쓰기 효과AI도 작가가 되는 디지털 시대다. 그만큼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 문해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책을 읽고 펜으로 글을 쓰는 일은 줄었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계속 읽고 쓰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그 필요성만큼이나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준다.직접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을까? 첫 번째,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 가톨릭교회에서 은퇴한 수녀 678명을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Nun Study를 38년째 진행 중이다. 노년의 수녀들 중 누가 치매에 걸리고 누가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지 분석했다. 매년 건강검진과 인지 테스트를 추가했다. 특히 사후에 뇌 기증을 서약했기에 건강한 뇌와 치매에 걸린 뇌를 직접 해부해서 비교했다. 중증 치매를 앓았던 수녀의 뇌 무게는 800g 내외였다. 건강한 수녀들과 약 400g이나 차이가 났다. 치매는 기억과 생각의 고리를 끊어놓고 결국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그렇다면 건강과 장수를 누리는 수녀들은 어땠을까? 물론 식단과 운동이 중요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가장 놀랐던 패턴은 ‘글쓰기’였다. 수녀가 되려면 예외 없이 ‘자서전’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았다. 연구진은 수녀 입회 당시 자서전에 사용된
2024.12.30 16:47:57
-
쇼츠와 릴스의 시대, ‘텍스트 힙’이 뜬다
Z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 개성 있다’라는 뜻의 신조어인 ‘힙하다Hip’를 합성한 ‘텍스트 힙Text-Hip’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텍스트에 빠진 사람들은 요즘 어떻게 독서 문화를 즐기고 있을까?독서 열풍을 이끄는 텍스트 힙‘책멍’, ‘북캉스’, ‘북스테이’처럼 최근 ‘책’과 관련한 신조어가 대거 등장했다. 쇼츠와 릴스 등 60초 이내의 짧은 영상을 즐기던 Z세대가 텍스트와 관련된 활동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은 독서를 힙한 문화로 여기며, 심지어 독서하는 모습도 섹시하다고 표현한다.자신이 읽은 책을 SNS에 인증하고, 책 읽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일상의 한 부분으로 공유하려는 사람도 부쩍 늘고 있다.텍스트에 대한 관심은 책을 읽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가 ‘온라인 일기장’으로 주목받고 있고, 책의 좋아하는 구절을 따라 쓰는 필사筆寫, 다이어리에 손 글씨로 직접 일기나 하루 계획을 쓰고 스티커를 붙이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등 텍스트 쓰기에 점점 더 열광하고 있다. 이러한 텍스트 힙 트렌드는 다양한 소비 형태로도 나타난다.연필, 수첩, 편지 등 ‘쓰기’와 관련한 아날로그 감성의 가게들이 생겨나며 주말에는 웨이팅을 할 정도로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출판·서점 업계의 대응지난 6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사상 최대 인파인 15만 명이 몰렸다. 이러한 텍스트 힙 문화의 물결을 타고 창비, 문학
2024.11.27 10:53:03
-
[계절을 품은 명화들] 가을날의 소풍
짙은 황금빛이 물결치는 계절.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바람의 손을 잡고 멀리 가을 소풍을 떠난다. 환절기는 대자연의 놀라운 마법. 뜨거운 아스팔트가 하룻밤 사이 서늘해지고, 바닷물처럼 무겁고 습하던 공기는 몸을 바짝 말려 콧속으로 시원하게 미끄럼틀을 탄다. 가을은 잊고 살던 추억, 새로운 설렘, 익숙한 풍경이 주는 낯선 느낌이 소리 없이 자라나는 시간이다. 가을의 양쪽 주머니에는 찬란함과 쓸쓸함이 동시에 들어 있다. 그 알록달록한 얼굴을 그린 여섯 점의 명화를 만나보자.가을빛이 머무는 찰나추상미술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칸딘스키는 점, 선, 면, 색 등 회화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소를 조합해 인간의 감정과 영적 경험을 시각화했다. 강렬한 컬러, 기하학적 형태, 감정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고, 현실을 소재로 한 풍경화부터 순수 추상의 세계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했다. 1908년에 완성한 ‘보트가 있는 가을 풍경’은 추상으로의 전환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배가 둥둥 떠 있는 일상 풍경을 추상적으로 재해석한 이 그림은 형태가 엄격하게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색색의 점과 선이 상쾌한 가을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칸딘스키는 이 작품에 짙은 빨강, 따뜻한 오렌지, 청명한 블루 등 가을 색조의 팔레트를 활용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암시하고 향수를 자극해 관람자를 머나먼 풍경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감정적·정서적으로 작품에 몰입하는 것이다.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색깔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빨강은 열정과 활력을 뜻하며, 파랑은 평온함과 내성적인 태도를 강조한다.
2024.10.30 15:51:39
-
오래된 미술관이 시대와 소통하는 법
전 세계 오래된 미술관들이 최근 노후화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단순 개보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니즈와 시대적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미술관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건 무엇이고, 오늘날 오래된 미술관은 어떻게 응답하는지 흥미로운 소통의 현장을 찾아가본다.수집·기억하는 역사적 공간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술관을 단순히 그림이나 조각을 전시하는 전시관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실 ‘미술관’이란 ‘미술 박물관Art Museum’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박물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장품Collection이다. 즉 ‘수집’ 기능이 필수적이다. 수집 기능 없이 전시만 하는 기관을 ‘전시관’ 또는 ‘전시장’이라고 하며, 미국에서는 ‘Exhibition Gallery’, ‘Exhibition Center’라고 부른다. 독일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Kunst Halle’, ‘Kunst Forum’을 사용하고, 영국이나 영연방 국가 또는 영국 식민지 시절 개관한 경우에는 ‘갤러리Gallery’를 미술관의 의미로 쓴다. 미국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을 ‘National Gallery of Art’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통 갤러리라고 하면 미술품을 사고파는 소위 영리 목적의 상업적 공간을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1992년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같은 기관인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른 기관처럼 분리해 기술하고 있다.박물관으로서 미술관은 수집과 기억장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전통’과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서 깊고, 유동적 ‘변화&rsqu
2024.09.30 08:08:22
-
AI의 시대, 인간다움의 시대
챗GPT가 처음 등장하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머릿속에 그렸던 미래의 모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와 불안은 늘 함께였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대척점에 두고 경쟁 구도로 삼는다면 분명 위협적이다. 하지만 이를 삶의 반경 안에 두고 공존하는 대상으로 본다면 어떨까? 기술의 진화와 맞물려 삶의 질은 높아지고, 상상 이상의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기술 진화의 시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초특급 태풍 AI의 영향력2016년 바둑 AI ‘알파고’로 파란을 일으킨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지난 5월 AGI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발표하면서 ‘일반 AIAGI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그에 앞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5년 후 AGI의 현실화를 장담했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당장 내년으로 시기를 앞당겼다.모든 면에서 인간을 초월하거나 유사한 능력을 보이는 인공지능AI을 지칭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의 도래를 당장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큰 파고를 넘는 초대형 유람선 안에 있다. 거대한 배 위에서는 웬만한 파도나 유속의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챗GPT를 만든 오픈AI나 클로드, 라마,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를 만들어낸 앤트로픽, 메타, 구글 등 초대형 IT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 돌입해 막대한 자금력을 쏟아부으면서 AI의 능력을 키우고 있다. 생성형 AI의 성능과 지능 수준을 결정하는 계산 능력Compute이 GPT-3에서 GPT-4o로 진화한 지난 2년여 동안 약 1,000배로 증가했다. 이 추세를 따라가
2024.08.29 10:00:04
-
알리, 테무 다음엔?또 다른 태풍 예고하는 C커머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유통업계에서는 ‘C커머스’가 화두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를 앞세운 중국 커머스 플랫폼이 국내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 C커머스의 C가 China중국가 아닌 Cross-border국경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유통시장의 격전지로서 한국 시장은 한 단계 도약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태풍이 지나간 자리, 또 다른 태풍 예고?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 전자 상거래C커머스 플랫폼은 국내 진출 후 빠른 성장을 보였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쉬인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는 동종업계 ‘전통의 강자’ 11번가와 G마켓을 추월했고, 이에 힘입어 중국 직구 거래액은 3조2,873억 원을 돌파하며 불과 2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사실 이와 같은 중국 플랫폼의 공습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알리와 테무는 아마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쉬인은 자라와 H&M을 넘어 세계 최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중국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나온 건 중국내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과잉생산된 상품을 판매하고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 재고를 쌓아두는 것보다는 낫기에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그런데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 같던 C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이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올 3월과 4월을 정점으로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소폭이지만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매출액 또한 2개월 연속 줄고 있다. 유해성 논란 등이 퍼지면서 5,000원 미만 금액대의 저가
2024.07.31 08:44:21











![[계절을 품은 명화들] 가을날의 소풍](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AD.38485517.3.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