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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빚과 나쁜 빚, 악순환 고리 끊기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지난 11일 초저녁. 오랜만에 홍대 앞을 걸었습니다. 길거리는 일부 핫플레이스를 제외하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습니다. 문 닫은 가게가 많았고, 음식점에도 손님이 별로 없었습니다. 같이 걷던 동료에게 “혹시 오늘 월요일이냐”고 물었습니다. 목요일이라고 했습니다.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늦은 시간인데 두 명의 젊은이가 멀찍이 떨어져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술 때문인가, 왠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으니 한 젊은 후배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세대는 빚과 함께 살아요.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면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다 갚고 집이라도 사면 또 빚을 내야하구요. 학자금이라도 부모가 갚아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삼겹살도 사치인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친구들이 ‘영끌’까지 했다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다음 날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을 알아봤습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1만원을 하는 세상, 쪼들리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그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예상대로 한 편의점에서 작년 한 달에 평균 230만 개가 넘는 도시락이 팔렸습니다. 2022년보다 한 달에 20만 개가 더 나갔습니다.‘악순환’이란 단어가 스쳤습니다.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은 늘고, 대출 많은 사람들이 지출을 줄이고, 그 결과 내수 위축으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는 더 어려워지고, 고용시장은 더 차가워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발단은 부채였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빚의 무서움을 몰랐던 것은 젊은 세대뿐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초 카드사태로 신용불량자가 400만

    2024.01.22 07:00:08

    좋은 빚과 나쁜 빚, 악순환 고리 끊기 [EDITOR's LETTER]
  • ‘좋아요’의 노예가 됐다 그리고 서사를 잃었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농업혁명이 인류를 번성시켰다는 상식에 대한 도발이었습니다. 신선했습니다.그는 “수렵채집인보다 농부들이 훨씬 더 힘들게 일했고, 잘 먹지도 못했고, (가축화로 인해) 질병도 더 많이 얻었다”고 했습니다. 혁명의 역습이었습니다.요즘 직장인들의 삶을 돌아보면 새삼 그의 통찰이 대단했음을 느낍니다. 인류는 IT혁명에 흥분했습니다. 우리를 편한 길로 안내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인터넷과 각종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앱, 인공지능(AI)까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사무실 책상 앞에서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의미 있는 일을 한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업무 효율에 1도 보탬이 안 되는 파워포인트는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짧은 쉬는 시간, 핸드폰을 꺼내 유튜브 짧은 영상을 봅니다. 아니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남의 삶을 엿보다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잠자리도 핸드폰과 함께합니다. 농업혁명이 인류에게 사기였다면, IT혁명은 직장인들에게 무엇일까요.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수많은 미디어 채널이 생겼지만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아이러니한 현실.기술의 진보가 우리로부터 앗아간 것은 또 있습니다. 생각과 서사입니다. 과거에는 출근길에 가사 없는 음악(클래식)을 들으며 무언가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담배를 피울 때도 생각이란 걸 했지요. 잠들기 전에도 상상이란 걸 머리맡에 있는 수첩에 뭔가를 끄적이기도 했습니다

    2024.01.15 06:32:01

    ‘좋아요’의 노예가 됐다 그리고 서사를 잃었다 [EDITOR's LETTER]
  • [EDITOR's LETTER]프로야구 40년, 야구의 쓸모와 정치의 무쓸모

    [EDITOR's LETTER]“통념을 버려야 혁명이 산다.”보스턴컨설팅 설립자 브루스 핸더슨이 한 말입니다. 그는 군사 용어였던 전략을 경영의 무대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경영 혁신의 역사는 통념을 깬 혁명의 역사였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이라는 통념을 버린 테슬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습니다.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창조는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MP3 플레이어, 앱스토어, 따로 쓰는 게 당연했던 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아이폰을 내놓았습니다. 요소는 식상했지만 결합은 새로웠습니다. 그는 비즈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삼성전자 세탁기의 작은 실패는 통념에 얽매인 결과였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자 개발팀은 1인용 세탁기를 개발했습니다. 작은 세탁기였습니다. 잘 팔릴 리가 없었습니다. 데이터 전문가들이 나중에 파악한 것은 혼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빨래를 몰아서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도 큰 용량의 세탁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1인 가구, 빨래와 관련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였습니다.통념을 깬 전략으로 기존의 판을 뒤흔든 대표적 사례는 야구에도 있습니다. 1980년대 빌 제임스라는 야구광은 ‘야구 개요서’라는 책자를 냈습니다. 그는 방대한 선수들의 기록(요즘말로 하면 빅데이터)을 분석해 좋은 타자의 요건을 새롭게 정리했습니다. “가끔 홈런을 치는 타자보다 자주 볼넷을 얻는 타자가 더 좋은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직감으로 스타가 될 가능성 있는 홈런 타자를 찾아다니던 스카우터들에겐 재앙과 같은

    2022.04.16 09:06:07

    [EDITOR's LETTER]프로야구 40년, 야구의 쓸모와 정치의 무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