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른 엄마들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어쩌다 워킹맘]

    얼마 전 대치동의 소위 탑10 이라는 영어학원의 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반차까지 써가며 참석한 유일한 이유는 아이에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고,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에게만 레벨 테스트의 신청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설명회에선 학원의 커리큘럼과 장점 등의 내용도 있었지만 인상 깊었던 점은 엄마들의 불안감을 기가 막히게 파고 든다는 것이었다. 영어를 먼저 끝내고, 초등 고학년부터는 수학을 달리며, 중학교때 이미 고등학교 입시과정을 끝낸다는 말로만 듣던 대치동 시스템을 직접 체감했다. 처음 접했던 이 설명회는 나에겐 불편한 경험이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내 상황과 맞물려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와중에 내가 더 불편하다고 느낀 건 설명회 공간에 있는 엄마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 때문이었다. 수수한 차림이든 혹은 신경을 쓴 모습이든 명품백을 들고 참석한 엄마들을 보며 왠지 동창회나 결혼식에 갈 때 신경이 쓰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상하게 그 자리가 숨막히고 불편해 그 이후의 설명회는 남편에게 양보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몇 달 만에 겨우 마련된 반 엄마들 모임에서였다. 학구열이 높은 한 엄마와의 대화 중에 국,영,수,과학, 태권도와 피아노를 소화하고 있는 아이의 스케줄에 놀랐고, 저학년 때 수학을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초3 때 후회하는 엄마들을 너무 많이 봤다며, 무조건 수학이라며 저녁부터 밤까지 수학을 한다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알고 보니 이미 그 친구는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수상까지 했다는 얘기를 다른 엄마를 통해 또 알게 되었다. 불안해졌다. 분명

    2023.10.04 11:18:49

    다른 엄마들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어쩌다 워킹맘]
  • 자녀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인풋’을 줘야한다면…[어쩌다 워킹맘]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카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주제의 글이 있다. “애들 사교육비에 월 몇 백씩 쓴다는 게 이해가 안되요. 명문대 가면 뭐하나요. 부동산을 물려주는게 훨씬 낫지 않나요?” 실제 이러한 교육이나 자녀에 대한 투자 관점 차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언니, 글쎄 우리 맞은 편 집에 이사 온 집이 있는데 말야. 부부가 공무원이거든. 근데 아이 둘을 영어유치원에 보내. 근데 사실 둘의 월급을 합쳐도 너무 과도한 교육비 지출 아냐?” 혹은 “우린 교육비 지출이 둘이 합쳐 60만원쯤 되는 것 같아. (유치원, 초1의 두 자녀고 사실상 교육이라기보다 최소한의 보육을 위한 공부방, 학원지출이라 볼 수 있었다. ) 남편이랑 합산 연봉이 이제 2억가까이 돼서 1년에 1억정도를 모으니까 2년 안에 서울 학군지에 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애들 주식도 사주고 있고 말야.” 라는 정 반대의 얘기 또한 들었다. 그 부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진 것 없이 결혼해 자산을 만들고 향후에 서울로 올라와 학군 내 부동산을 사고 그 부동산을 잘 불려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름의 인생 업그레이드 전략 같았다. 사실 어떤 방향이든 자녀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게 이끌려는 목적은 같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 너무 다른 극단의 접근법을 보게 되는데, 비단 교육 뿐 아니다. 아이는 기억도 못 할 텐데 무슨 경험을 한다고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냐, 그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서 물려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도 있다.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정서적 장애나 불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애착’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는 만 3세까지 애착 형

    2023.08.31 11:29:09

    자녀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인풋’을 줘야한다면…[어쩌다 워킹맘]
  • 어린이날 선물을 보면 IP 비즈니스의 길이 보인다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어린이날 선물로 뭐가 받고 싶어?” “토토로 인형.”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받고 싶다고 했던 토토로였다. 이미 레고가 준비되어 있어 토토로는 다음에 사자 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나와는 달리 아이는 잊지 않았나 보다.  지난 겨울쯤이었다. 코로나로 주말 집콕 중인 우리는 아이와 함께 볼 영화를 찾고 있던 와중 OTT에 있는 ‘이웃집 토토로’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자 남편의 눈이 반짝였다.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보는 남편과 달리 애니메이션을 전혀 즐겨보지 않는 나였다. 이전에 본적도 없을 뿐더러 내 취향도 아니었기에 썩 내키지 않았지만 우리집 두 남자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우연히, ‘이웃집 토토로’를 접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IP(지적재산권) 회사와의 라이선싱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IP 커머스(콘텐츠 IP를 커머스로 풀어내는 것)로 확장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였다. 우리가 잘하는 브랜드 비즈니스, 커머스에 IP를 접목시키는 형태였는데 문제는 내가 IP에 문외한이라는 것이었다.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아 스타워즈나 토이스토리 같은 명작도 본적이 없던 나는 (당연하게도) ‘비즈니스’를 ‘비즈니스’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규모를 파악하고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글을 찾아보면서 또한 왜 우리가 이 사업을 하는지, 담당자와 경영진과의 수차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보도자료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보도자료 초안을 완성하고 경영진 보고를 마쳤는

    2022.04.28 09:04:33

    어린이날 선물을 보면 IP 비즈니스의 길이 보인다 [어쩌다 워킹맘]
  • "'오지라퍼'이신가요? 그럼 스타트업과 잘 맞으시겠군요"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학창시절 나를 관통했던 콤플렉스 하나는 내가 너무 ‘호구’같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정의감’이 있는 사람인데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은 기꺼이 발벗고 나서는 반면 신세지는 것은 극도로 싫어해 정작 필요할 때 내가 부탁하는 건 꺼리곤 했다. 수업을 늘 빼먹고 놀러 다니던 얌체 같은 친구가 시험직전 노트 필기를 빌려 달라고 할 때도 흔쾌했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팀플에 한번을 참가하지 않던 몇몇 팀원이 막판에 등판해 딱 ‘자기 몫’의 역할만 해도 ‘그래, 뭐 내가 저들보다 훨씬 배운 것이 많겠지’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작 내가 양해를 구할 일이 생길 때 칼같이 거절하거나, 도움이나 아량에 대해 전혀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여러 사람들을 겪으며 상처를 받은 적도 많았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협업이나 어떤 의사결정에 있어 내가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나 계산기를 두드려 내게 득이 되기 위한 결정은 사실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나의 성과와는 전혀 무관한 협업 요청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돕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어떤 판단 전에 ‘잘할 것 같다’거나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온갖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막상 그 일을 하며 역시나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거나 내 일에 다른 일까지 더해져 나만 일에 파묻힌 느낌이 들 때 솔직히 후회한 적도 있지만 동료애와 회사에 대한 애정은 내가 회사생활을 버티는 원동력이었다.  세상이 변했다. 이제 미래의

    2022.04.06 09:08:27

    "'오지라퍼'이신가요? 그럼 스타트업과 잘 맞으시겠군요" [어쩌다 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