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아이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것, 교육에 투자하는 것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까?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카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주제의 글이 있다.

“애들 사교육비에 월 몇 백씩 쓴다는 게 이해가 안되요. 명문대 가면 뭐하나요. 부동산을 물려주는게 훨씬 낫지 않나요?”

실제 이러한 교육이나 자녀에 대한 투자 관점 차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언니, 글쎄 우리 맞은 편 집에 이사 온 집이 있는데 말야. 부부가 공무원이거든. 근데 아이 둘을 영어유치원에 보내. 근데 사실 둘의 월급을 합쳐도 너무 과도한 교육비 지출 아냐?”

혹은

“우린 교육비 지출이 둘이 합쳐 60만원쯤 되는 것 같아. (유치원, 초1의 두 자녀고 사실상 교육이라기보다 최소한의 보육을 위한 공부방, 학원지출이라 볼 수 있었다. ) 남편이랑 합산 연봉이 이제 2억가까이 돼서 1년에 1억정도를 모으니까 2년 안에 서울 학군지에 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애들 주식도 사주고 있고 말야.”

라는 정 반대의 얘기 또한 들었다.

그 부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진 것 없이 결혼해 자산을 만들고 향후에 서울로 올라와 학군 내 부동산을 사고 그 부동산을 잘 불려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름의 인생 업그레이드 전략 같았다.

사실 어떤 방향이든 자녀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게 이끌려는 목적은 같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 너무 다른 극단의 접근법을 보게 되는데, 비단 교육 뿐 아니다. 아이는 기억도 못 할 텐데 무슨 경험을 한다고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냐, 그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서 물려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도 있다.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정서적 장애나 불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애착’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는 만 3세까지 애착 형성의 결정적 시기를 보내는데, 이 시기에 양육자와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정서적인 유대가 형성이 되었는가가 타인과 세상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여기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만 3세 이전과 그 이후 정서적 안정을 위한 인풋에 따르는 아웃풋은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해 공부하며 놀라게 되는 부분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시기에 맞게 애착 뿐 아니라 감각이나 인지 등을 매우 활발하게 확장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그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고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바로 아이들은 성인과 달라 뇌가 확장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초등 아이의 성적은 엄마의 인풋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이와 함께 간 요세미티 공원. 여행은 경험과 인지, 정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본인제공)
아이와 함께 간 요세미티 공원. 여행은 경험과 인지, 정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본인제공)
그러다 보니 과도하게 시험결과 위주의 사교육에 집착하거나, 혹은 그러다 지쳐 나가 떨어지는 아이들을 봤다며, 결국 ‘될놈될’이고 ‘할놈할’이니 별 소용없다든가, 아이의 다양한 활동들이나 여행 같은 유년기의 경험들은 결국 돈만 날리는 거였다며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 최고인 것 같은 극단의 케이스 등 다양한 케이스를 보게 된다.

무형의 자산은 유형의 자산보다 더디고 불안하다. 돈이 쌓여가는 것과 아이에게 넣는 무형의 인풋을 놓고 보면, 확실한 것은 쌓이는 유형의 자산이다. 아이의 인지와 경험과 성장은 계단식과 같아서 더디게 가는 것 같고, 부모의 마음과 같지 않다.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성적과 직결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투자는 다 부질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퀀텀 점프’하듯 발전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게 필요한 인풋을 넣고 기다릴 때만 해당된다.

나의 부모님은 자식에 대한 투자를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에 비유하셨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지원은 교육 뿐만 아니었다.

어머니는 매우 검소했지만 해마다 우리를 데리고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의미있는 날이면 고급 경양식 식당에 갔었고, 호텔에서 처음 짜장면을 먹으며 ‘세상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도 있구나’를 느끼며 자랐다. 요즘으로 따지면 핫플레이스를 다닌 기억들이 그 시절 나의 경험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런 경험들은 자식이 명문대를 들어가는 단순한 사실 뿐 아니라 우리에게 가족의 가치와 어떤 것을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 절대적인 정서적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 인지와 지적인 확장,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어떤 것을 판단함에 있어 꽤 자양분이 됐다. 즉, 삶의 수준, 직업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당장의 결과와 직결되지 않는 유년기 시간 동안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부모의 노력이 들어가는지를 깨닫는다) 지속적인 교육과 여행과 문화적인 인풋들이 매우 큰 작용을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해 주셨던 여러가지 것들을 자산으로 환산해 물려받았다면 돈 많은 백수가 되어 월세를 받으며 훨씬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한 인생은 스스로 경제활동을 꾸려갈 수 있는 능력과, 정서적 안정과 인생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 등 경제적 요소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녀의 행복과 독립이다. 그 방식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지만 유년기의 교육과 경험에 대한 인풋을 형편에 맞는 선에서 (부모의 노후를 담보로 무리한 수준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자산을 물려주는 것 역시 아이가 기반을 닦는 데 큰 도움이 되므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꾸준히 넣어주는 것이야 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아이의 자산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이유다.

박소현 님은 올해 8살 아이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자, 아나운서를 거쳐 현재 브랜드 빌딩 비즈니스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프로로 제 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