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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살의 샤넬과 71살의 사넬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15년 전 쯤의 일입니다. 꽤 비싼 시계를 갖게 됐습니다. 어느 날 점심 식사 자리에 차고 나갔습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취재원 한 명이 시계를 보더니 “아 시계 눈에 띄네요”라고 했습니다. 뿌듯했지요. ‘알아봐 주는군.’ 하지만 유심히 시계를 보던 그는 “그런데 그거 진품 맞나요? 시곗바늘이….” 아놔. 아마도 평소 행색이 명품 시계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곗바늘 움직임이 이상해 보였겠지요. 다행히 다른 일행이 “진품 맞네. 바늘이 원래 그렇게 움직여”라고 해줘 오해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물론 나이가 좀 들고 나니 의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몇 년후 겨울. 한 중견기업 회장님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회장님은 검정 패딩을 입고 왔습니다. 폼도 나고 회장이 입었으니 당연히 명품이겠거니 하고 브랜드를 살짝 봤습니다. 웬걸, 유***였습니다. 명품은 어쩌면 누가 걸치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품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즉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 재화입니다.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렌이 ‘유한계급론’에서 언급해 베블렌 효과로도 불리지요.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면 백화점 앞에 줄을 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원래 명품은 특정 계층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상류층이 되고자 하는 신분 상승의 욕망이 소비로 나타나며 대중화되기 시작했지요. 이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합니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파티나 중요한 행사 때 명품 시계를 차고 백을 든다고 하지요.하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명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2023.06.12 06:00:01

    12살의 샤넬과 71살의 사넬 [EDITOR's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