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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나라의 푸바오[EDITOR's LETTER]

    몇 달 전 한 친구와 통화했습니다. 머리가 복잡하다고 했더니 동영상 링크를 하나 보내 줬습니다. 판다 두 마리가 투닥거리는 영상이었습니다. 제목은 ‘사춘기 온 푸바오, 분노한 아이바오 등짝 스매싱.’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이후 머리가 무거울 때마다 푸바오를 찾기 시작했고 추천 영상은 곰으로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이 곰 한 마리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과학적으로는 동물을 보고 있으면 혈압이 하락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심리적·육체적 혜택을 본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동물과의 상호 교감을 통해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애니피(animal theapy)’라는 치유법도 있지요. 이것만일까.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실 사회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현실을 볼까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비 좀 많이 왔다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구명조끼도 없이 수해 지역에 투입된 해병대 청년도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젊은 선생님은 학부모의 압박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월세가 싼 원룸을 찾으러 신림동에 왔다가 일면식도 없는 인간이 휘두른 칼에 맞아 숨진 취업 준비생의 삶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듭니다. 작년 10월 이태원 골목 참사 현장에는 아직도 추모의 글들이 남아 있는데 우리는 계속 젊은 생명들을 잃고 있습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책임을 피하고 떠넘기기 바쁩니다.주변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가면 진심으로 교감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상사들은 현실

    2023.07.31 07:57:28

    이상한 나라의 푸바오[EDITOR's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