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는 동물을 보고 있으면 혈압이 하락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심리적·육체적 혜택을 본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동물과의 상호 교감을 통해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애니피(animal theapy)’라는 치유법도 있지요. 이것만일까.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실 사회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볼까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비 좀 많이 왔다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구명조끼도 없이 수해 지역에 투입된 해병대 청년도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젊은 선생님은 학부모의 압박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월세가 싼 원룸을 찾으러 신림동에 왔다가 일면식도 없는 인간이 휘두른 칼에 맞아 숨진 취업 준비생의 삶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듭니다. 작년 10월 이태원 골목 참사 현장에는 아직도 추모의 글들이 남아 있는데 우리는 계속 젊은 생명들을 잃고 있습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책임을 피하고 떠넘기기 바쁩니다. 주변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가면 진심으로 교감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상사들은 현실은 무시한 채 무책임한 지시를 아주 쉽게 내던지고 매일 무언가를 해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더해집니다. 누군가에게 줄서지 않으면 밀려날 것 같은 위기감에 사내 정치를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은 항상 머리를 짓누릅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우리와 다른 곰 한 마리를 만나 위안을 얻습니다. 하루 종일 경직돼 있는 직장인과 달리 그 아이는 항상 느긋하고 힘 빼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삶은 우리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애정도 느껴집니다. 외모가 귀여울 뿐만 아니라 사육사의 팔짱을 끼고 바짓가랑이를 잡는 장면은 애착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푸바오에게는 경쟁 질투 시기는 없고 사랑과 즐거움만 있는 것 같아 빠지게 된다”는 말은 울림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사회가 푸바오에게 열광하는 것은 비정상적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경제 강국을 만든 그 ‘경쟁’의 힘이 한국인을 괴롭히고 있는 현실 말입니다. 이 비정상적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비극이지만….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판다의 정치경제학을 다뤘습니다. 푸바오 신드롬뿐만 아니라 중국이 판다를 통해 어떤 외교적·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포인트. 삼성그룹입니다. 삼성은 매년 사회 공헌 자금으로 수천억원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에버랜드 소속 푸바오 사육사들은 달랐습니다. 그 진심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름의 답을 해줬습니다. “마음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사고 자체가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를 치료해 주는 무언가까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겠는 생각을 버리는 순간 사회는 조금더 따듯해지지 않을까. 푸바오 가족처럼.”
김용준 한경비즈니스편집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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