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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그녀들은 담을 넘었을까

    [한경 머니 기고=문현선 세종대 공연·영상·애니메이션대학원 초빙교수] 여기, 월담을 하는 여인들이 있다. 월담, 그러니까 담을 넘는 것이다. 드라마 <혼례대첩> 속 좌상 댁 둘째 며느리 정순덕, <밤에 피는 꽃> 속 좌상 댁 맏며느리 조여화에 대한 이야기다. 담이라는 것은 집이나 창고와 같은 일정한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흙이나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경계를 가리킨다. 그러니 담이라는 것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넘지 말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여인이 이 담장 안 지붕 밑에 머물러야 집안이 편안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요즘 사극에서는 여인들이 자꾸 담을 넘는다. 더욱이 이들은 결코 대문 밖을 넘어서도 안 되고 바깥사람과 함부로 말을 섞는 일조차 조심스러운 과부, 즉 지아비를 여윈 사람들이다.한데도 이들은 아무래도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어 못 견디는지 날마다 밤마다 담을 넘는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사람이 웬만해서는 알아볼 수 없는 복색으로 거리를 누비거나 지붕 위를 누빈다. 한 사람은 눈에 밟히는 인연을 이어주지 않으면 등에 가시가 돋는 <혼례대첩> 속 좌상 댁 둘째 며느리 정순덕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딱한 사람을 돕느라 날마다 밤을 꼬박 지새우는 <밤에 피는 꽃> 속 좌상 댁 맏며느리 조여화다.이상국가 조선의 담에 갇힌 여인들조선은 성리학이라는 유학의 갈래를 정치 이념으로 삼아 세워진 나라다. 이 나라에 유가의 사상이 처음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를 통치 이념으로 공공연히 내세우고 그 원리에 의한 국가를 건설한 것은

    2024.02.27 06:00:31

    왜 그녀들은 담을 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