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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끓는 지구, 사피엔스와 공존의 가치[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간혹 시간 날 때 동영상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의 동영상 강의를 듣곤 합니다. 듣고 있으면 잠시 악다구니 쓰듯 사는 현실에서 벗어나 역사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깊은 시간 앞에서 나는, 인간은 어떻게 지금에 다다랐는지를 생각합니다.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은 자신의 죽음이 종의 멸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같은 얘기를 들으면 삶 앞에 겸손해지기도 합니다.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막둥이입니다. 탄생한 지는 대략 20만 년쯤이고 5만~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공존의 기술은 배우지 못한 듯합니다. 이후 사피엔스를 제외한 다른 호모 종들은 모조리 멸절시킨 후 1만여 년 전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앉습니다. 1만 년.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기간입니다. 길어 보이지만 공룡이 지배한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공룡은 멸종하기 전까지 1억4000만 년간 지구를 지배했습니다. 사피엔스가 지배한 기간은 점 하나도 찍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시간에는 미스 매치가 있었습니다. 공룡은 하루아침에 멸종하지 않았습니다. 수십만 년 걸렸습니다. 새로운 지배자가 될 포유류는 진화할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사자가 생태계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데도 수백만 년이 걸렸습니다. 자연이 준 이 시간 동안 영양 같은 동물들은 쉽게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빨리 달리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공진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사피엔스는 달랐습니다. 순식간에 지배자가 됐고 이로 인해 다른 동물들이 진화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이 지배한 1만 년 사이 포유류의 85%가

    2023.08.14 10:02:10

    끓는 지구, 사피엔스와 공존의 가치[EDITOR's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