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의 베스트 프라이빗뱅킹(PB) 설문조사에서 신한은행과 삼성증권, 삼성생명이 각 금융권을 대표하는 베스트 PB로 선정됐다. 한경 머니가 최초로 조사한 ‘금융사별 베스트 PB’ 조사의 면면을 살펴본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현재 금융권 전체의 화두다. 한국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저금리와 저성장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며, 금융권도 이런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계에 자산관리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서다.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사, 보험사들이 자산관리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게 이때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하지만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대변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더 이상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수익에 치중할 수 없게 된 은행과 갈수록 줄어드는 브로커리지 수입으로 고전하던 증권사 등이 2000년대 초반 시작한 PB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한국 금융의 미래 PB
PB 시장은 갈수록 악화되는 금융사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이 그랬고, 1990년대 말 일본의 금융사들 또한 낮은 수수료에 신음하다 결국 자산관리 시장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금융사들도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깨닫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PB센터_설문 분석] 신한·삼성, 자산관리 지존에 오르다
[대한민국 최고 PB센터_설문 분석] 신한·삼성, 자산관리 지존에 오르다
[대한민국 최고 PB센터_설문 분석] 신한·삼성, 자산관리 지존에 오르다
문제는 정확한 이해와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게 자산관리라는 점이다. 자산관리는 금융상품을 팔고 종목을 추천하고 수수료를 취하던, 상대적으로 단순한 영업이 아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니즈를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종합적인 서비스다. 따라서 서비스도 훨씬 복잡하고 영업 전략도 다르다.

경영자로서 당장 문제는 수익이다. 일본의 한 증권사에 따르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브로커리지나 기업금융(IB)과 비슷한 수준의 수입을 올리려면 자산 규모가 4배는 커야 한다고 한다.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초기에 그만큼의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는 말이다.

PB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각 금융권을 대표하는 금융사들은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는 곳이다. 한경 머니의 ‘베스트 PB’ 조사는 당장은 어렵지만 한국 금융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노고에 힘을 싣기 위해 마련했다.

설문조사는 은행, 증권, 보험사를 대표하는 PB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은행 14곳을 비롯해 증권사 11곳, 보험사 5곳 등 총 30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금융사별로 다시 50곳의 주요 PB센터를 선정해 조사가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최고 PB센터_설문 분석] 신한·삼성, 자산관리 지존에 오르다
설문에서 각 분야의 경쟁력을 알아보기 위해 모두 7개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구체적으로는 PB의 시작인 △고객 서비스부터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는 △전용 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 △펀드·증권 서비스, △대체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 등이다.


한국형 PB 모델 신한 PWM
이번 조사에서 은행권 베스트 PB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이는 설문조사 전부터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였다. 신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은 다른 은행 PB 조직과 다소 차이가 있다. 신한금융지주 차원에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합쳐 만든 PWM 조직은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신한금융지주의 의지를 담아 탄생했다.

은행과 증권사의 장점을 결합한 이 같은 조직은 사실 하나금융그룹이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의 PB는 크게 꽃 피우지 못했고, 현재는 PB 조직 내로 거의 흡수된 상태다.

신한 PWM은 하나금융그룹의 시행착오를 통해 사전에 문제를 차단하고 출범한 조직이다. 이번 조사에서 신한 PWM의 위력은 여실히 증명됐다. 신한 PWM은 고객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펀드·증권 서비스, 대체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용 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 등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전통의 PB 강자 하나은행이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전용 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하나은행은 PB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이번 조사에서 2위로 밀렸다. 3위는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부동산 서비스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고, 다른 모든 항목에서 3위를 차지했다.

눈여겨볼 점은 1위 신한은행(320점)부터 2위 하나은행(285점), 3위 KB국민은행(198점) 등 상위권에 오른 은행들의 점수 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만큼 PB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4위에 오른 우리은행(81점), 5위 한국씨티은행(63점) 등은 상위권과 큰 점수 차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339점)이 월등한 점수를 받으며 2위 우리투자증권(131점)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고객 서비스, 전용 상품 서비스 등 7개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위 우리투자증권은 고객 서비스, 전용 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등 6개 항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다만 펀드·증권 서비스에서는 5위를 차지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도 4위에 랭크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펀드 명가답게 펀드·증권 서비스에서 3위에 랭크됐고, 상속·증여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이는 그간 은행권 베테랑 PB 등 웰스매니저(WM)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며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

생명보험사에서는 삼성생명이 434점을 받으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교보생명(180점), 미래에셋생명(101점) 등이 따랐다. 삼성생명은 몇 해 전 강남에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출범시키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시장점유율 기준 업계 5위인 미래에셋생명이 보험 부문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생명은 펀드·증권 서비스, 대체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에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전용 상품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에서 3위에 랭크됐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