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글로벌 K뷰티 컨벤션'으로 진화
12월 17일까지 동대문 DDP서 개최…총 79개 브랜드 참여
글로벌 플랫폼 아마존·큐텐·라쿠텐 등도 참석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옛 당근마켓)에 연달아 올라오는 글이 있다.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개최하는 ‘페스타(축제) 티켓’을 구한다는 것. 꼭 가고 싶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티켓을 넘겨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은 정가의 2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일부는 3배가 넘는 가격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할 정도다.

샘플은 물론, 매장에서 판매하는 본품까지 공짜로 받을 수 있어 티켓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는 ‘혜자(가성비가 좋다는 뜻의 신조어) 행사’로 알려진 결과다. 문제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티켓 오픈 30초 만에 매진되는 치열한 ‘티케팅’ 경쟁을 뚫어야 이 혜자를 누릴 수 있다. 올리브영 페스타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가고 싶은 행사가 됐다.
당근에 게재된 올리브영 페스타 티켓 구매 요청 글. (사진=당근 갈무리)
당근에 게재된 올리브영 페스타 티켓 구매 요청 글. (사진=당근 갈무리)
올영 페스타, ‘캐리어’가 사라졌다“올리브영 페스타가 이렇게 쾌적할 리가 없는데…”

12월 13일 오전 9시 30분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A1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는 한 해의 인기 상품을 결산하는 ‘어워즈’와 다양한 브랜드들이 고객과 직접 만나 상품 경쟁력을 알리는 ‘페스타’가 결합된 국내 대표 K-뷰티 컨벤션이다. 총 79개 브랜드가 단독 부스와 연합관 형태로 참여했다. 행사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진행됐고, 관람객 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올리브영 페스타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 페스타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올리브영 페스타는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오픈과 동시에 수많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대부분의 부스가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이벤트 참여가 가능했고, 웨이크메이크 등 인기가 많은 일부 브랜드는 2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방문객보다 현장 직원들이 더 많고, 대부분의 부스는 대기 없이 바로 게임 등 현장에서 마련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었다. 2~3팀의 대기가 있는 부스도 5분이 채 안 돼 입장 가능했다.

올해 VIP 제도를 신규 도입하고, 오픈 시간을 1시간 30분 앞당기면서 달라진 변화다. 올리브영은 일반 티켓(3만원)보다 2만원 더 비싼 VIP 티켓을 구매한 고객들에 한해 오전 9시부터 입장하게 했다. 일반 티켓 구매 고객들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오전 10시 30분부터 입장했다.

그 유명한 ‘여행용 캐리어’도 사라졌다. 올리브영 페스타는 사은품이 많아 바퀴 달린 캐리어가 필수 준비물로 꼽힌다. 올리브영에서 제공하는 쇼핑백으로는 한계가 있고, 손에 들고 다니기엔 다소 무거워 페스타를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관 곳곳에 캐리어를 펼쳐두고 짐을 정리하거나 캐리어를 끌고 부스에 들어가는 모습은 올리브영 페스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풍경이었다.
변경된 올리브영 페스타 가방. (사진=최수진 기자)
변경된 올리브영 페스타 가방.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은 올해부터 방문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캐리어 반입을 금지했다. 대신 기존 비닐 쇼핑백을 어깨에 멜 수 있는 원통형 더플백으로 교체했다.

올해 페스타에서 가장 눈에 띈 모습은 ‘왕홍’(중국 라이브 커머스 인플루언서)의 등장이다. 올리브영의 PB(자체 브랜드) ‘바이오힐 보’ 부스 앞에는 중국어를 쏟아내는 여성과 이 모습을 촬영하는 3명의 직원이 있었다. 그 옆으로는 또 다른 직원이 반사판을 들고 밝은 조명까지 만들어냈다.

이 여성은 더우인(중국의 틱톡)에서 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페이지에’라는 왕홍으로, 올리브영 초청으로 방문한 VIP 고객이다. 페이지에는 오전 10시부터 부스 앞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했으며, 해당 방송의 현지 접속자 수는 4000명에 달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중국 외에도 대만, 일본, 베트남 등에서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해 현지에 페스타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왕홍의 라이브 커머스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왕홍의 라이브 커머스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일반 티켓? 아뇨, 내년에도 VIP 티켓 살래요”VIP 티켓 구매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구슬(33)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방문”이라며 “원래는 얼리버드로 일반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티케팅에 실패해서 VIP 티켓을 샀다. 일찍 들어오니 사람도 별로 없어서 체험하기에 수월해서 만족한다. 몇몇 부스들은 예약이 되는데 그런 브랜드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윤충기(29) 씨는 “올리브영 협력사 직원이라 직접 와서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이번이 처음인데 굉장히 만족한다. 일반 티켓보다 2만원 비싸지만 빨리 들어올 수 있고, 생각보다 얻어갈 것도 많아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밝혔다.
올리브영 페스타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 페스타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다만 VIP 티켓 가격대에 비해 콘텐츠가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허지은(24) 씨는 “지난해에는 일반 티켓에 얼리버드 할인까지 받아서 2만원대 초반에 구매했는데 올해는 VIP 티켓이라 2배 가까이 뛴 가격”이라며 “가격대를 생각하면 현장에서 체험하거나 볼 것들이 아쉽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일반 고객 입장이 가능한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전시장은 붐비기 시작했다. 미리 들어온 VIP 고객들 사이에서는 “이제 체험 못 할지도 몰라. 빨리 몇 군데 더 돌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오전 11시가 지나자 대부분의 부스는 10~15명 이상의 고객이 대기하기 시작했고 입장 대기 시간은 10분 이상 걸렸다.

올해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는 고객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계 및 연관 산업 관계자가 모여 교류하는 동반성장 산업 컨벤션으로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뷰티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접점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망 브랜드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까지 돕기 위한 차원이다.
올리브영 페스타 모습. (사진=올리브영)
올리브영 페스타 모습. (사진=올리브영)
이를 위해 올리브영은 해외 유수 플랫폼 기업과 글로벌 브랜드 관계자 200명 이상을 올해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에 초청했다. K-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미국 아마존(Amazon), 동남아 대표 온라인 유통채널인 큐텐(Qoo10),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라쿠텐(Rakuten) 같은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일본 로프트(Loft)·프라자(Plaza) 등 오프라인 채널 업체, B2B 유통업체까지 해외 약 60개사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정부 기관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아 K-뷰티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2019년 뷰티업계 한 해 결산의 의미를 담아 시작했는데 이제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 창업 희망자, 해외 바이어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참여자들이 모여 트렌드를 공유하는 종합 컨벤션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