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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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2008년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주목받지 못했다. 복잡한 기술, 상용화와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들은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숱한 실패와 성공이 있었고, 마침내 일상을 바꿀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게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바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투자 개념의 변화를 견인하는 기술
지난 9월, 서울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코리아 블록 체인 위크’가 열렸다.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트렌드를 공유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지난해 테라·루나와 FTX 파산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미래에 대한 구상을 그리고 있다. 금융시장은 물론 게임, 스포츠, 토큰증권STO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토큰증권은 개정안 입법을 앞두고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야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투자 대상이 되는 새로운 개념의 금융이 조만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토큰증권을 통해 연예 기획사 하이브가 아닌 걸 그룹 뉴진스에 직접 투자하는 시대가 열린다.”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부문 대표는 ‘미래 금융 혁신의 Key, 토큰증권’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다가올 토큰증권 시대를 이같이 단언했다.

세상 모든 것이 투자 대상이 되는, 관점이 새롭게 바뀌는 금융의 변곡점을 의미한다. 풀어 설명하자면 지금의 ‘하이브 주식’은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지분증권’에 해당한다. 즉 BTS나 뉴진스 등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활동으로 하이브 회사의 수익이 늘어나면 그 이익을 배당받을 수 있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주식 가격이 오르면 주식 매도에 대한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라는 거대회사에는 뉴진스 외에도 많은 가수와 자회사가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다른 곳에서 악재가 터지면 주가 하락의 결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토큰증권 시대에서는 ‘뉴진스 토큰’(가칭)을 만들 수 있다. 그 토큰을 구입한 투자자의 토큰 수에 비례해 향후 해당 앨범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 뉴진스는 토큰을 발행하며 앨범 제작용 자금을 조달하고, 팬과 소통하는 매개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뉴진스 토큰을 가진 팬들이 노래에 맞는 안무 선택 및 타이틀곡 선정을 두고 투표하거나 NFT 발행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토큰 가치를 더 올릴 수도 있다.

별걸 다 투자하는 시대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에서 글로벌 금융 기술 회사 서클의 제러미 알레어 회장이 블록체인 혁신에 대한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KBW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에서 글로벌 금융 기술 회사 서클의 제러미 알레어 회장이 블록체인 혁신에 대한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KBW
음악 외에도 토큰화가 가능한 분야는 K-팝, 웹툰의 IP, 부동산, 미술품, 각종 지식재산권, 비상장 주식 등 무궁무진하다. 이에 토큰증권과 관련해 초대형 플랫폼 상위 사업자들 간의 협력 체계가 구축되고, 시장 선점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경쟁사들과 손잡는 합종연횡의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초대형 사업자 연합체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구성했다. 이곳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토큰증권 발행사와 블록체인 기술 회사가 참여하는 워킹 그룹도 만들었다.

모든 것의 토큰화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기존 증권과 달리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화된 증권으로 정의된다. 이는 분산 네트워크 참여자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거래 정보를 검증·합의한 원장을 공동으로 분산 및 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거래의 위조와 변조가 어렵고, 데이터가 남아 법적 보호를 받기 용이해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할 수 있어 혁신적이다.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은 바로 공증이다. 기존의 단순한 금융거래에도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공공기관 또는 금융기관의 보증이 필요했다.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블록체인이 대체함으로써 혁신을 일으켰다. 대표적으로 국제 송금 과정을 들여다보면 중앙은행의 감독하에 송금·중계·지급 은행이라는 최소 3개 기관을 거친다. 국가 간 시차와 유동성 문제로 길게는 3일이 소요되고, 일부 국가의 경우 10%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 과정이 획기적으로 간소화된다.

일상에 파고든 블록체인 기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과 행정안전부의 모바일 신분증은 주요한 블록체인 서비스로 손꼽히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과 행정안전부의 모바일 신분증은 주요한 블록체인 서비스로 손꼽히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미 결과물이 나온 서비스가 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온라인 투표 시스템, 백신 접종 증명 서비스가 그것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실물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효력이 부여된다. 항공기 탑승, 렌터카 대여, 편의점 성인인증은 물론 금융 서비스, 정책 수당 신청 등 실명 확인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실시간 면허 자격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어 청소년의 전동 킥보드 불법 대여나 운전면허 자격이 취소된 배달 종사자의 무면허 운전 등을 원천 방지해 교통안전 문화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투표시스템 ‘케이보팅K-voting’은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었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기에 유권자의 투표권 유무를 가리고, 부정 투표자를 차단한다. PC·스마트폰·태블릿 등을 이용해 어디서든 편하게 투표할 수 있어 유권자 투표 독려하기에 좋고, 종이를 이용하지 않아 자원 낭비를 막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금융, 물류, 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질 전망이다. 거래 플랫폼과 블록체인이 결합하면 그동안 온라인으로 거래가 어려웠던 부동산이나 고가 예술품, 명품, 술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소유권 확인이나 양도 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사기 등 범죄 예방에 일조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 생산이나 유통 정보까지 확인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미 원산지, 생산 시기, 유통기한, 이동경로 등 전체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아직은 산업 현장에 국한되어 있지만, 조만간 일반인에게도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손흥민 토큰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스포츠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가 영국 토트넘 홋스퍼 FC의 자체 팬 토큰을 발행할 예정이다. 팬 토큰은 팬이 구단 의사 결정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Chiliz
최근 손흥민 토큰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스포츠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가 영국 토트넘 홋스퍼 FC의 자체 팬 토큰을 발행할 예정이다. 팬 토큰은 팬이 구단 의사 결정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Chiliz
스포츠 분야의 덕질 문화도 바뀔 수 있다. 글로벌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Chiliz는 지난 10월 초 칠리즈 체인Chiliz Chain에서 영국 프리미어 리그 소속 축구단 토트넘 홋스퍼 FC의 자체 팬 토큰을 발행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팬 토큰은 개당 2달러로, 토트넘 홋스퍼 멤버십 회원과 시즌 티켓 소지자에게는 무료 팬 토큰을 증정한다. 해당 토큰을 보유하면 팀 활동 관련 온체인 투표와 퀴즈 및 선수와의 만남 등 여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팬 입장에서 팬 토큰을 통한 구단과의 소통이나 참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블록체인 혁신이 어떤 모습일지 현재는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기다. 내연기관의 등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전기차로 가는 혁신이 될 수도 있고, 국제 송금에서 보듯 특정 목적에서 극강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비행기가 될 수도 있다. 최초의 테슬라가 나온 지 10년이 지나서야 전기차가 대중화됐다.

아직은 까마득한 여정일 수 있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무엇이 가능할지, 어떻게 어디까지 가능할지 이어지는 질문과 그 해답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새로운 미래가 도래할 것이다.

글. 박태우(비스타랩스 이사)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