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피니언 리더가 사랑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한경 머니에서 국내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패션, 골프, 자동차, 금융 등 15개 부문의 선호도를 조사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느 금융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는지, 국내 CEO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이 보인다. 조사는 8월 4일부터 11일까지 이뤄졌으며, CEO들의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CEO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 브랜드 조사에서 각 부문 1위를 차지한 브랜드들.
벤츠
벤츠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
먼싱웨어
먼싱웨어
몽블랑
몽블랑
서울신라호텔
서울신라호텔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 블랙카드
현대 블랙카드
발렌타인
발렌타인
에르메네질도 제냐
에르메네질도 제냐
롤렉스
롤렉스
전자부품업체 최고경영자(CEO)인 김 모 사장은 주중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슈트를 차려입은 뒤 롤렉스 시계를 차고 몽블랑 지갑을 챙긴 후 벤츠 승용차에 몸을 실은 채 출근한다. 회사 자금은 신한은행을 통해 관리한다. 얼마 전 마련한 KT 올레 광대역 LTE-A(Long Term Evolution-Advanced)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미래에셋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 둔 개인 자산도 꼼꼼히 관리한다.

주말이면 잭니클라우스 골프웨어를 입고 타이틀리스트 아이언 세트 등을 챙겨 필드로 나간다.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웨어를 입고 친구들과 등산을 가기도 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법. 가끔 신세계백화점에 들러 현대 블랙카드로 선물을 사거나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매년 삼성서울병원에 자신과 아내의 종합검진을 예약하고, 가끔 아내와 발렌타인 한 잔을 기울이는 것도 일과 가족을 함께 지키는 그만의 ‘의식’이다.


제냐·몽블랑·롤렉스 등 패션 분야 각 1위
이는 머니가 최근 국내 CEO 100명을 대상으로 선호 브랜드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스토리로, CEO들의 명품 브랜드 선호도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먼저 패션 분야에서 국내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성복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분의 1에 가까운 28명의 CEO들이 제냐 슈트를 즐겨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를 겨냥한 고객 맞춤 서비스인 ‘수 미주라’ 마케팅을 꾸준히 펼쳐 오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리더들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 ‘수 미주라’는 고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로 이탈리아의 테일러 마스터가 450여 원단과 1000여 개의 디테일을 고객과 직접 상의해 맞춤 제작하는 방식이다.

2위는 세련되고 깔끔한 라인의 독일 브랜드인 휴고보스(17명)가 차지했다. 국내 브랜드 갤럭시(15명)는 3위로 밀려 간신히 자존심을 지켰다.

남성 잡화 브랜드 역시 가장 많은 28명이 몽블랑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2006년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임 당시 신임 임원 100명에게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독일의 고급 만년필 브랜드로 독일 통일조약 서명에 사용되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도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때마다 몽블랑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블랑은 만년필 외에도 가죽 제품 등 신사의 품격을 더하는 잡화 제품이 CEO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위는 이탈리아 명품 구두 브랜드인 아.테스토니로 14명이 선택했다.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에서 탄생한 이 브랜드는 ‘한 땀 한 땀’ 수작업 공정 168단계를 거쳐야 구두 한 켤레가 완성될 만큼 ‘장인 정신’의 전통을 중시하는데 특별한 소수만을 위한 핸드메이드를 선호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

시계 브랜드의 경우 롤렉스(31명), 까르띠에(24명) 등을 선호하는 CEO들이 절반을 넘었다. CEO들의 ‘유럽 브랜드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두터운 페이크(fake) 시장의 존재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 브랜드임을 반증하는 롤렉스가 1위를 차지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고 누구나 알아보는 이 스위스 시계는 반론의 여지없이 CEO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꼽혔다. 1위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까르띠에도 존재감을 증명했다. 1847년 탄생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답게 최초의 남성 손목시계인 ‘산토스’를 시작으로 ‘탱크’ 시리즈까지 1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주얼리 전문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일찍이 시계 사업에 뛰어들어 자사 무브먼트를 보유, 여기에 주얼리 브랜드 특유의 예술성을 더한 것이 특징.
[SPECIAL REPORT] 브랜드를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보인다! CEO가 사랑하는 브랜드 15
아웃도어는 코오롱스포츠, 골프용품은 타이틀리스트가 1위
스포츠용품은 남성복 등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코오롱스포츠가 23명의 선택을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 제품군 선호도 조사에서 국산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정상에 올랐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로 오랜 기간 신뢰도를 쌓아온 결과로 해석된다. 21명의 CEO가 선택한 미국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노스페이스 외에도 골프 관련 제품들은 미국 브랜드가 강세를 나타냈다. 골프웨어의 경우 가장 많은 20명의 CEO들이 잭니클라우스를 선택했다. 나이키골프(17명), 먼싱웨어(15명) 등도 잭니클라우스 못잖은 지지를 받았다.
[SPECIAL REPORT] 브랜드를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보인다! CEO가 사랑하는 브랜드 15
CEO들은 어떤 골프채를 편애할까. 골프용품은 타이틀리스트(27명)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혔다. 테일러메이드도 20명이 선택하며 2위에 올랐다. 다만 혼마골프(11명), 미즈노(8명) 등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일본 브랜드들은 이번 조사에서는 순위가 뒤로 밀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아웃도어 부문 3위에 오른 블랙야크, 남성복 1위인 에르메네질도 제냐, 골프용품 2위인 테일러메이드, 1위 벤츠와 근소한 차이로 수입 자동차 부문 2위에 오른 BMW와 3위인 아우디, 남성잡화 부문 1위인 몽블랑.
(왼쪽부터 시계 방향) 아웃도어 부문 3위에 오른 블랙야크, 남성복 1위인 에르메네질도 제냐, 골프용품 2위인 테일러메이드, 1위 벤츠와 근소한 차이로 수입 자동차 부문 2위에 오른 BMW와 3위인 아우디, 남성잡화 부문 1위인 몽블랑.
1위를 차지한 타이틀리스트는 상위권의 프로 선수들이 편애하는 브랜드이니만큼 ‘나도 그들처럼 타수가 나오겠지’ 하는 추종자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로 추측된다. 다루기가 가장 까다롭기로 꼽히는 드라이버 브랜드이지만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를 들고 오면 ‘진짜 고수이거나 폼을 잡는 것 둘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반면 한 해에도 몇 차례씩 신상품을 내놓으며 대중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테일러메이드가 2위를 차지했다. 수년에 한 차례 신상품을 출시하는 여타 골프 브랜드와 달리 다양한 라인과 물량 공세로 소비자들에게 자주 노출시키는 마케팅 전략이 CEO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벤츠·BMW 등 독일 차 강세, 위스키는 발렌타인
CEO들의 값비싼 취미로 대변되는 애마는 역시 독일 명차이자 ‘진정한 부자들의 자동차’라는 벤츠가 32명의 지지를 받아 당당히 1위로 자리매김했다. 또 BMW(26명)가 벤츠의 뒤를 바짝 쫓으며 독일 차 강세 추세에 힘을 실었다.

CEO들이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주문하는 위스키 브랜드는 무엇일까. 3분의 1에 가까운 29명이 발렌타인을 손꼽았다. 1827년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한 발렌타인은 전 세계 3대 스카치위스키 브랜드이자 1초에 2병씩 팔리는 술로 유명하다. 2위를 차지한 로얄 살루트 역시 ‘여왕의 위스키’란 애칭처럼 명품 출신임을 자부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특별히 제조된 위스키답게 명맥과 전통을 중시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취향이 설문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흥미로운 것은 싱글 몰트위스키 브랜드인 글렌피딕이 10명의 지지를 얻어 3위를 차지한 조니워커(17명)의 뒤를 이은 것. 최근 맥주와 섞어 마시던 폭탄주가 점차 사라지면서 위스키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100% 몰트 제품인 싱글 몰트의 인기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CEO들이 가장 많이 쇼핑하는 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38명)으로 2위를 차지한 롯데백화점(28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면세점 사업에 치중하는 등 중국 및 일본 한류 관광객을 주 고객층으로 마케팅을 하는 롯데백화점에 비해 해외 명품 브랜드나 유럽의 신진 브랜드를 적극 입점시키는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는 신세계백화점이 압승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호텔 브랜드도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서울신라호텔(30명)이 1위, 그랜드 하얏트 서울(22명)이 2위, 콘래드 서울(13명)이 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최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진두지휘한 신라호텔 재개관 1주년을 맞이해 증권가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배경으로 주주들에게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등 발군의 경영 솜씨를 보이고 있다. 2위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꼽혔다. 서울신라호텔과 함께 멤버십 피트니스클럽으로 유명한 국내 ‘빅2’로 주목받는 것도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철저히 회원 위주의 폐쇄적 커뮤니티인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이 상위 0.1%를 위한 공간인 데다 입회하기 위해서는 클럽 회원으로 위촉된 10여 명의 위원회가 직접 입회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그야말로 ‘돈이 있어도’ 맘대로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회원 수질 관리’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프리미엄이 따라붙는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호텔 부문 3위인 콘래드 서울의 펄스에이트 실내 수영장, 병원 부문 1위인 삼성서울병원, 은행 부문 1위에 오른 신한은행, 위스키 4위에 오른 글렌피딕.
(왼쪽부터 시계 방향)호텔 부문 3위인 콘래드 서울의 펄스에이트 실내 수영장, 병원 부문 1위인 삼성서울병원, 은행 부문 1위에 오른 신한은행, 위스키 4위에 오른 글렌피딕.
현대 블랙카드·신한은행·미래에셋증권 등 금융 브랜드 선두
CEO가 선택한 이동통신사 라이벌전에서는 KT가 46명이 선택하며 SK텔레콤(43명)을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업계 부동의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에 민감한 CEO들이 스마트폰 중 애플 아이폰을 선호하고, 자연스레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 출시한 KT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CEO가 선택한 플래티넘 카드 브랜드는 현대 블랙카드가 28명의 선택을 얻어 1위를 기록했다. 현대 블랙카드가 국내 최초로 출시된 플래티넘 카드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카드가 다른 국내 카드사들보다 더욱 세련되고 글로벌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신한 프리미어카드(25명)는 2위를 차지했다.

은행 브랜드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3분의 1 가까운 32명의 CEO의 선택을 받았다.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젊으면서도 참신하다는 점이 CEO들에게 어필한 결과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은 27명으로 2위에 올랐다. 다만 중소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IBK기업은행은 5명에 그쳤다.

증권 브랜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29명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증권이 22명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초반 증권사 지점장에서 시작해 거대 금융그룹의 CEO 자리에 오르는 등 ‘샐러리맨 신화’를 써 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효과가 여전히 CEO들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CEO들이 찾는 병원은 삼성서울병원(31명), 서울아산병원(17명) 순으로 꼽혔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은 상류층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병원으로 주차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되며,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머무르기도 했던 이곳은 환자 병상 외에 응접실, 보호자 침실, 회의실 등이 준비돼 있어 장기간 숙식이 가능하다. 병실 규모에 따라 1일 병실 이용료가 57만 원에서 174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혜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