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따로, 마음도 따로 중년 부부가 위험하다

[SPECIAL Theme] 100세 시대, 강력한 ‘파트너십’의 부재
올해 초 일본가족계획협회의 발표가 화제였다. 건강한 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한 달 넘게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44.6%에 달한다고 밝힌 것. 일본가족계획협회가 2년마다 하고 있는 이 조사는, 2004년 31.9%, 2006년 34.6%, 2008년 36.5%, 2010년 40.8%, 2012년 41.3% 등으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10년 사이 섹스리스 부부의 비율이 무려 12% 넘게 급증한 것이다. 일본가족계획협회가 밝힌 섹스리스의 이유를 보면 남자의 경우 ‘직장 일로 피곤해서(21.3%)’, 여자는 ‘귀찮아서(23.8%)’가 가장 많았고, 10.1%를 차지한 남자 공동 2위는 ‘혈육 같아서’와 ‘귀찮아서’였다. 여자는 ‘직장 일로 피곤해서(17.8%)’가 섹스리스의 두 번째 원인으로 조사됐다.

오래전부터 섹스리스 문제가 ‘한·일의 공통된 특이현상’으로 꼽혀 온 만큼 이와 같은 조사 결과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와 한국성과학연구소가 30세 이상 60세 미만 기혼남녀 1000명(남성 506명, 여성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인 성의식 실태’에 따르면 월 1회 이하가 35.1%, 월 2회가 21.4%를 차지했다. 연간 횟수로 치면 24회 이하 응답이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셈. 이는 2005년 글로벌 콘돔 기업인 듀렉스가 세계 41개국의 섹스 빈도를 조사해 밝힌 세계 평균 103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빈도뿐만 아니라 만족도에서도 50% 이상의 응답자가 ‘최근 3개월간 배우자와의 성생활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그저 그렇다’ 또는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는 등 부부관계에 대한 양적, 질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여론조사 수치에 기대지 않더라도 실제로 섹스리스 부부 이야기가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40대를 훌쩍 넘어선 중년 부부로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나마 이를 ‘문제’로 받아들여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는 등 노력을 한다거나, 의료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다행.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 살기도 바쁜데’ 라거나, ‘이 나이쯤 되면 당연한 일’ 혹은 ‘내놓고 말하기 부끄러운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생각해 모른 척 지나가다 보면 부부 사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부간의 성생활은 서로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사랑을 확인하며 소통하는 시간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따라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부부는 결코 건강한 부부라 할 수도 없고, 지금 당장 큰 위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수명도 길어졌다. 100세 시대를 살면서 배우자와 함께 할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는 얘기다. 자녀들을 독립시킨 뒤에도 행복한 삶이 유지되려면 부부만의 견고함이 있어야 하고, 그 견고함은 몸과 마음이 함께일 때 가능하다. 군자 중에 군자로 꼽히는 퇴계 이황도 ‘낮엔 의관을 차리고 제자를 가르쳤지만, 밤에는 부인에게 꼭 토끼와 같이 굴었다’고 하지 않던가.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부부는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셈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가족의 달, 가족 해체니 위기니 하는 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오랜 일이지만, 보편적인 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 부부’의 관계부터 짚어보면 어떨까.

글 박진영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