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년 부부에게 던지는 전문가 3인의 직설화법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나만의 것일까, 보편적인 것일까.’ 중년의 부부가 데면데면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해봐도, 그러기엔 함께 살아가야 할 날들이 너무나 많다.

속 시원히 꺼내 놓고 말하자니 그럴 용기도 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해법이 있기나 한 것인지 답답할 노릇. 그래서 3인의 전문가가 나섰다. 성 전문가 배정원 소장,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 부부갈등조정 전문가 조창현 소장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격하게 공감된다면, 이들이 제시하는 솔루션도 실천해보기를.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이중·삼중고 겪는 중년들, 부부관계서 폭발하다?
박진영 머니 기자(이하 박 기자) ‘중년 부부의 위기’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현장에서 느낄 때 어떤 점에서 진짜 ‘위기’라고 느껴집니까.

이윤수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이하 이 원장) 몇 해 전 대한민국 부부의 성 실태를 조사하다가 나온 데이터를 보면, 이혼율 증가와 함께 섹스리스 부부의 증가가 동반돼 화제였어요. 작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죠. 바로 이 부분이 중년 부부의 가장 큰 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몸이 멀어지는 것 말이죠.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이하 배 소장) 섹스리스 부부는 정말 오래된 얘기예요. 하버드대 심리학 랩에서는 한국 부부들이 섹스 없이도 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고 신기해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적 정서는 꼭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게 아니다 보니 ‘정 때문에 산다’는 말이 가능한데 말이죠. 사실 1990년대부터 연애결혼이 많았지, 우리 때만 해도 조건 대 조건으로 만나는 중매가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와는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서구는 섹스가 없어지면 이혼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부 사이에 섹스가 없어져도 괜찮다고들 말해요. 정말 괜찮은지는 모르겠어요. 제 시각으로 보면 아니거든요.

조창현 나우미가족문화연구소장(이하 조 소장) 저는 중년의 부부가 섹스만 없는 게 아니라 부부 자체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문화가 왜곡돼 있었던 거죠. 최근 크게 히트한 두 편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와 ‘국제시장’을 봐도 상반된 부부가 나옵니다. ‘국제시장’에는 부부가 없고 가장과 가족만 있고, ‘님아’는 부부 중심이죠. 물론 ‘님아’의 부부처럼 사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대다수의 중년이 ‘부부’를 즐기지 못하고 살았어요. 자기주도적인 삶이 아닌 역할만을 수행하다가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가 되니 우울하고 외로운 거죠.

박 기자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는 ‘중년’을 재정의해야 하지 않나요.

조 소장 평균수명이 60대일 때는 20년씩을 주기로 초년, 중년, 노년으로 나눴지만, 요즘처럼 수명이 늘어난 시대에는 60대까지도 중년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배 소장 최근 유엔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간의 발달 단계에 대해 전과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65세까지를 청년기, 75세까지 중년, 85세까지 장년, 그 이후를 노년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100세가 넘으면 좀 많이 사신 분인 거죠. (웃음)

이 원장 우리 병원에 오는 분들을 봐도 60대는 심지어 40대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우스갯소리로 60대 후반이 노인대학에 가면 막내 취급당한다고 하잖아요.

배 소장 어쨌든 지금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는 40~60세 정도가 중년 아닐까요. 좀 전에 조 소장님 이야기처럼 우리나라는 역할이 중요한 사회라는 게 특히 중년의 남자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이유인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집에 월급 가져다줄 때 어머니들이 감사해하는 그런 분위기도 없죠.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지금 자신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처지가 되는 겁니다. 게다가 나이도 들었죠, 몸도 변하죠, 힘도 빠지죠, 갱년기 장애도 올 수 있죠.

이 원장 청년기에는 도전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고 꿈도 많잖아요. 실패한다 하더라도 뒤에 부모님 같은 후원자도 있고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면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정에 대한 책임도 여전히 져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성취한 게 뭐가 있나’ 하고 좌절감이 들면서 안팎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겁니다.

박 기자 결국 중년기에 겪는 그런 감정의 문제, 현실적인 문제들이 부부관계로 와서 폭발하는 건가요.

이 원장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남자 입장에서만 말해보자면, 힘들게 살아왔는데 아내는 챙겨주지도 않고, 오히려 아이 공부에 방해되니 늦게 들어오라고 하고, 식탁에 오른 생선구이는 손도 못 대게 하고, TV라도 볼라치면 시끄럽다고 하니, 이런 사소한 것들로 인해 우울해지는 거죠. 경제적으로도 ‘유리지갑’이라 늘 아내한테 타서 써야 하니 이런 쉽지 않은 상황들 때문에 재미가 없어지고 부부관계에서도 여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배 소장 예전 같으면 중년에 웬만큼 축적돼 있어 여생을 즐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중년이 청년이 돼 버렸죠. 50대 후반이나 60이 돼도 안정기는커녕 여전히 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청년인 자식들은 독립을 안 하니 이중으로 힘들죠. 몸도 마음도 여러 갈등이 쌓여서 힘들 때예요.

조 소장 저도 공감합니다. 생애주기를 보면 중년이 가을날처럼 아름답고 열매를 맺는 시기인데 우리나라 상황은 좀 특수하죠. 베이비부머로 상징되는 중년들은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어요. 상담 사례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많아요.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몸의 대화가 먼저일까, 마음의 대화가 먼저일까
박 기자 선생님들을 찾아오는 중년 부부들은 어떤 문제를 갖고 옵니까.

이 원장 저는 성기능 장애를 위주로 한 부부관계의 문제를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요. 오늘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부부가 상담을 같이 왔는데, 남자 분의 이런저런 문제를 듣다 보니 아내가 잠자리에 응해주지 않는 게 핵심이었어요. 왜 그런지 물었더니, 예전에 남편이 밖에서 성병에 걸려 왔던 나쁜 기억을 아내 분이 잊지 못하는 거였죠. 일반적으로는 갱년기를 겪는 남자들의 문제가 많아요. 중년의 남자들이 우울해지고 성욕도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일이 다반사예요. “젊은 친구들하고 축구도 못하겠더라”, “발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죠. 그러다 보니 아내에게 눈총을 받는다는 겁니다. 요새는 아내들이 “왜 당신은 비아그라 먹는 노력도 하지 않느냐”고들 이야기한대요. 그런 경우 대부분 검사를 해보면 남성 호르몬 부족이 많아요. 2010년인가 대한남성과학회에서 2000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27%가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죠. 경미하게 넘어간다면야 상관없지만 증상이 심하면 성기능에 문제가 생겨요. 소위 ‘고개 숙인 남자’가 되는 거죠. “아내 샤워 소리가 무서워요” 하는 남편들이 다 그런 예예요. 몸의 문제가 부부 갈등의 폭을 증가시키는 거죠.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조 소장 제 경우는 대화가 안 돼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섹스가 몸의 대화라고 하면, 마음의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그런데 여기서 입장차가 발생합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마음의 대화가 우선이고, 남자들은 몸의 대화에 대한 욕구 불만이 없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의 욕구 불만이 누적되면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예요.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긴 합니다만, 상담 오는 아내 분들은 마음의 대화가 안 되는데 부부관계를 강요한다면 비참하다고들 해요. 우선순위에 있어 아주 미묘한 차이인데, 대체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배 소장 일반적으로 부부 상담은 거의 섹스리스 문제예요. 중년 이후에 섹스리스로 인한 갈등이 깊어서 많이들 찾아오는데, 요즘은 30대 초반도 많아요. 연애 때는 많이 하다가 결혼하니 안 하는 커플, 아이 낳고 안 하는 커플들의 문제죠. 상담 사례를 통한 결론은 결국 몸과 마음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겁니다. 마음이 가면 몸이 갈 수밖에 없어요. 남녀가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많아요. 남자들은 형이하학적이고, 여자들은 고상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사랑 표현의 차이일 뿐입니다. 남자에게는 섹스가 몸의 자극만이 아닌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고, 여자는 마음을 전하는 게 사랑의 표현이죠. 어느 쪽의 표현을 먼저 하느냐인데, 이 부분에 대해 두 사람이 협상할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죠. 중년만을 한정해서 이야기해도 부부 대화나 성적인 문제들이 모두 육체적, 심리적 문제를 함께 동반합니다. 갱년기 장애는 여성들에게도 와요. 폐경기가 되면 성욕도 떨어지고 흥분도 덜 되죠. 거기다 심리적으로 남편에게 쌓여 있던 분노와 갈등도 있고요. 남자들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성욕도 안 생기고 존재감도 떨어지니 몸도 마음도 멀어지는 거죠.

박 기자 서로 근본적인 생각 자체가 다르면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요.

이 원장 남자들은 뇌구조가 부부간 불화가 생겼을 때 섹스로 해소한다는 식으로 돼 있어요. 여성들은, 심지어 여성단체에서까지 그건 아니라고 일단 마음으로 해소하고 몸에 응하라고 하죠. 근데 저는 사실 남녀 간의 생리구조를 이해한다면 분명 완충지대, 협상의 여지가 있을 거라고 봐요. 남자들은 섹스가 원만하면 모든 게 원만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즉, 남자에게 섹스는 화해의 제스처인 겁니다. 반대로 여성들은 대화나 정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고요. 그러니, 상대가 그런 심리를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해주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배 소장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섹스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로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남편 입장에서는 부부관계를 할 때 아내가 ‘예스’ 말고는 표현하는 게 없고 “이제 알아서 해봐” 하는 식이니 자기가 서비스한다는 생각을 갖죠. 반대로 아내는 남자 위주의 섹스가 이뤄지니 재미도 없고 ‘힘들지만 해준다’는 생각을 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상담 오는 분들 중에 전과 달리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보통 아내가 남편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 속상해하지 않고 함께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거죠. 실제로 이 문제가 깊어지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에는 아내들이 참고 살았지만, 지금은 섹스가 없어지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남자들은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실제로 상담자 중 섹스 중독인 남편도 있었어요. 아내와 안 하는데 말이죠.

조 소장 섹스를 거부하는 게 서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너무 많이 누적돼서 그런 겁니다. 연애할 때나 신혼 초에는 긍정적 감정이 많았는데,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많고 살면서 쌓인 원망과 서운함 등이 결혼 햇수가 많아질수록 축적되는 거죠. 그때그때 그 감정을 푼 부부들은 위기가 덜 찾아오는데 참고 삭히는 게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다 보니 속병도 생기고 우울증도 찾아오는 거예요. 상대방을 매도한다는 건 자신이 여유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마음을 들어줄 여유도 없고 섹스를 받아줄 여지도 없는 거죠.


자녀에게 ‘올인’하면 섹스리스 될 확률 높다
박 기자 아내의 지나친 교육열이 섹스리스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배 소장 우리나라는 역할론이 워낙 심해서, 여자들은 아이 낳고 나면 아이가 우선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남편은 항상 뒤에 있어요. 그래서 섹스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한편으론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는 경우도 있어요. 남편에겐 냉정하고 아이에겐 후하죠. 그러다 보니 안하무인 아이들도 나오는 겁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아이가 대학에 가도 육아 기간이 끝나지 않잖아요. 그러면 남편도 아내도 늙고, 그때서야 대화하려고 하면 말할 게 없어요. 상대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요. 관심 없는 동거인처럼 살다가 어느 날 마주하면 정말 큰일인 거예요.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조 소장 자존감이 낮은 중년은 우선순위를 모르고 살아서 그래요. 남편보다 아이가 늘 우선이죠. 유아기일 때는 이해하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심지어 대학에 가도 그래요. 그러면서 점점 멀어지고, 자녀를 결혼시키면 이혼할 거라고 말하죠. 그러니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약할 수밖에요.

배 소장 또 다른 걱정은, 그런 태도가 아이 교육에도 결코 좋지 않다는 거예요. 많은 부부들이 전문가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아이 앞에서 일부러 스킨십을 해요. 아이 보는 데서 기대거나 만지거나 뽀뽀하는 등 지극히 ‘의도적인’ 스킨십이죠. 진짜 중요한 건 쇼윈도 부부가 아니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상담 사례가 있는데요, 남편이 아내가 임신 중일 때 잠깐 외도를 했어요. 아내의 배신감이 엄청나게 심했는데, 서로 이 문제를 풀지 않고 남편도 모른 척 하면서 아이만 보고 살아온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열 살이 되자 엄마에게 그러더랍니다. 아빠에게도 좀 잘해주면 좋겠다고. 사랑은 보고 배우는 거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이 원장 분명한 건, 엄마가 너무 아이에게 ‘올인’하고, 남편이 그걸 느낀다면 이 부부는 섹스리스 부부가 될 전조증상이라는 겁니다.

박 기자 부부 위기의 또 다른 전조증상이 있다면 뭘까요.

조 소장 섹스를 할 때 즐기면서 하는 부부가 아니라 마지못해 ‘의무방어전’으로 하는 부부라면 위기겠죠. 마음의 대화도 그래요. 속마음까지 털어놓는 대화가 아니라 겉도는 대화를 하는 부부들이 있어요. 건강한 부부는 감정 언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사실과 상황에 대한 대화만을 하는 부부라면 위기감이 찾아올 겁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표현도 못하면 벽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배 소장 이혼의 징후에 이런 게 있대요. ‘남편이 아침에 뭐 입고 나갔는지 모른다’, ‘들어오는 시간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둘이 있을 때 외롭다’, ‘혼자 있을 때 오히려 편하다’등등.

이 원장
70대가 되면 하나 추가돼요. ‘어느 방에서 잤는지 모른다.’(웃음)

배 소장 반대로 사이가 좋은 부부들을 보면, 두 분이 어디든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딜 가도 동부인하고 여행도 같이 가고 남편이 요리도 해주고. 그런 부부는 말하는 것도 달라요. 한 사람이 혼자 말하지 않죠. 섹스리스 부부들을 잘 살펴보면, 사실 섹스는 맥주 거품처럼 둥둥 떠 있는 것일 뿐 그 안엔 부부 대화법, 시댁과 친정의 문제, 갈등 등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하고 있는 문제들이 많아요. 그런 게 한꺼번에 깔려 있는 와중에 떠오르는 게 섹스리스인 거죠.


섹스는 사랑을 견고하게 하는 시멘트 같은 존재
박 기자 정말로 문제없는 섹스리스 부부는 없는 건가요.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

배 소장 섹스가 진짜로 중요한 건 노년을 잘 살려면 중년을 잘 살아야 하는데, 중년의 부부관계에서 섹스는 사랑을 견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섹스를 잘 하는 부부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힘이 있어요. 안 하면 박살이 나죠. 사랑의 행위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여러 행위들이 벽돌들이라면 섹스는 시멘트 같은 존재예요. 벽돌로만 쌓은 집은 무너질 수밖에 없겠죠. 부부가 온몸을 벗고 만난다는 건 서로 무장 해제된 채 맨 것의 나를 보여주면서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거예요. 그런 걸 자꾸 겪으면서 기쁨을 주려고 노력해야 사랑이 굳건해지지 않을까요.

조 소장 부부는 몸과 마음이 발가벗고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마음도 속마음을 드러내고 받아줄 수 있어야 해요. 상담 사례를 보면 남편들도 비뇨기과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인데 부부관계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마음의 문제죠. 반대로 아내들은 꼭 마음이 아니더라도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데 가서 해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었죠. 전에 남편이 바람을 피운 전력이 있을 때, 의무방어전으로 하는 사례도 있었고요.

박 기자
그러면 ‘의무방어전’이라 해도 하는 게 좋은 건가요.

배 소장 그럼요. 여자들이 폐경기 즈음에 난자가 둘 셋씩 나오는 경우도 있대요. 생물학적으로 생식에 대한 본능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박 기자 부부관계 횟수도 중요할까요. ‘6개월 한 번’ 한다면서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봤어요.

이 원장 섹스리스의 기준을 보통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보는데, 그렇게 해도 열 쌍 중에 한 쌍이 섹스리스라고 해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기준’이고 적절한 횟수의 문제는 부부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죠. 다만 통상적으로 우리 같은 의사가 볼 때는 여자들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사인’이 올 때가 있으니 거기에 맞춰 가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그보다 더 자주 원하는 남편들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따라 맞춰 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하죠. 그런데 ‘6개월에 한 번’은 진짜 언제 했는지도 잊어버렸다는 건데, 그건 정말 곤란해요.

배 소장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섹스를 통해 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심리가 있어요. 몸을 무시하든 마음을 무시하든 무시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과는 같이 못 사는데, 섹스리스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것이거든요.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고들 하지만, 하는 사람들은 진짜 열심히 해요. 그런 분들은 혈색도 좋고 기운도 좋아요. 건강의 바로미터죠. 있는 신체기관인데 쓰는 게 맞잖아요. 40대는 6개월간 안 해도 회복이 되는데 60대가 되면 회복이 잘 안 된대요.

이 원장 부부가 함께 온 상담 사례가 있는데, 약을 먹어도 잘 안 되니 수술을 받겠다는 겁니다. 아내는 수술이란 말에 걱정이 돼 “나는 안 해도 괜찮으니 수술하지 마라” 하고 말리고요. 제가 아내 분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남자들은 그게 안 된다고 하면 남자로서의 존재감에 위기를 느낀다고. 섹스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남자는 그 자체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이죠. 또 다른 사례는 남편 분이 일 년 넘게 비아그라 처방을 받았는데 한 번도 못 써봤다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내가 응해주지 않은 거죠. 섹스도 상대에 대한 배려예요.

조 소장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강요한다는 것 모두 다 폭력에 해당합니다. 섹스에 있어서는 서로 다 상대적이에요. 신체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대화가 잘 되면 섹스를 즐기는 빈도도 많아지지만,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면 다른 사람과는 할 수 있어도 부부간에 안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중년의 사랑은 열정 아닌 배려의 사랑
박 기자 중년 부부의 위기관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 소장 위기가 악순환 되는 중년 부부를 보면 당사자, 상황 간 감정 문제, 생각의 문제, 대화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남남일 때는 누적이 안 되는데 결혼하면서 누적이 되는 거죠. 그 상황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부정적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 감정을 늘려 나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해요.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저래야 해’ 하는 선입견을 버려야 해요. 그러려면 대화법이 중요합니다. 싸울 때도 “내 생각은 이래” 하고 1인칭으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당신은 왜 그래”, “당신이 문제야” 하는 식으로 2인칭 ‘유(you)’ 화법은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면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회피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 대화가 중단될 수밖에 없죠. 부부관계를 할 때도 표현을 잘 해야 해요. 무조건 ‘안 해’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 어렵다, 솔직한 표현을 해야 해요.

이 원장 부부는 반드시 같이 있어야 합니다. 각방을 쓴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등 돌리고 눕더라도 같은 이부자리에서 살 냄새 맡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멀어져요. 또 하나는 상대에게 신뢰의 사인을 보내줘야 해요. ‘내가 너를 신뢰하고 있다’, ‘인정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늘 줘야 합니다. 칭찬 거리가 없어도 칭찬해주세요. 상대방이 나에게 계속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겁니다. 몸의 사인도 주고받아야 해요. 육체적 관계는 ‘우리가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바가 커요. 10년 뒤, 20년 뒤에 누구랑 함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끝까지 갈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습니다. 존중해주는 방법을 연구하세요. 그런 사례가 있어요. 제가 찾아오는 분들에게 하도 “주말마다 뭔가 같이 해라”, “사랑 표현해라” 했더니 몇 년 만에 오신 분이 그 덕분에 전국에 있는 모텔을 다 돌아다녔다고 하더군요. (웃음) 위기의 부부였는데 노력을 통해 극복한 사례죠.

배 소장 결국 칭찬과 존중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랑이란 것만큼 이성적인 행동이 없대요. 젊었을 때는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중년의 사랑은 이성적으로 하는 거죠. 상대에 대한 신뢰와 배려에서 나온 행동이지 보기만 해도 흥분되는 행위는 아니란 겁니다. 섹스도 결국 규칙적으로 ‘나는 당신을 잊지 않고 있어’ 하는 사랑의 프러포즈라고 생각해요. 여자들은 현재적인 존재라 지금 다정하면 예전의 나쁜 기억은 다 잊어버려요. 요즘은 요리하는 남편들도 많다던데, 그것처럼 로맨스란 별것 아니에요. 집에 오는 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군밤 하나 사다주는 거.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행복이 되고, 그게 쌓이면 위기 상황에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 소장 서로에게 행복 내비게이션이 돼주기를 바랍니다. 내비게이션은 코스를 잘못 들어서도 화내지 않고 다시 알려주잖아요. 시행착오 겪고 잘못 가더라도 서로 친절하게 목적지를 안내해주며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요.
[SPECIAL THEME] “몸도 마음도 발가벗고 만나라”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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