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센터에 (비)상장 기업 오너와 자산가들의 가업승계 컨설팅과 자산 승계 컨설팅 의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의 악화된 기업 실적과 자산 시장에 실망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가치가 낮아졌을 때 적극적으로 승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때문이다.
[WEALTH CARE] 주가 하락·실적 악화는 주식 증여의 절묘한 타이밍?
국내 경제, 주식시장, 기업 환경은 힘든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시작된 미국, 유럽, 중국, 일부 재정 불량 이머징 국가들이 돌아가면서 자산 시장에 악재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외부 변수의 영향력에 취약한 국내 또한 주기적이고 방향성 없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로도를 더욱 더 고착화시키고 있다.

부동산 가격 또한 2007년 이후 장기간 하락과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취득세 영구 인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 발표 후 다소 호가가 오르고 거래가 증가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으로의 전환은 아직 힘들다는 시각들이 많다. 고령화, 가계 부채 급증 등으로 인해 향후 가격 상승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시장에 대해 불신과 무관심으로 대응 할 수는 없다. 현명한 자산가들은 최근 자산 가격의 하락 시점을 오히려 승계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주가 정체기, 경영권 강화·증여세 절세 일석이조
법인을 경영하다 오너가 유고해 상속세를 최고 50% 세율로 납부하려면 상속세 납부 유동성과 재원 부족으로 상속받은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주인이 바뀌거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법인 최고경영자(CEO)가 가업승계 관련 상속·증여세 등 조세 부담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가업승계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명한 일부 상장사 오너들은 최근 주가가 하락, 정체기로 접어들자 잇따라 주식 증여에 나서고 있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주식을 자녀나 형제 등에게 물려줌으로써 경영권 강화나 상속·증여세 절세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전략은 효과적인 승계법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주식 증여를 통해 지분을 넘긴 상장사는 총 39개사(코스피 20개사·코스닥 19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회사의 경우 가치 평가가 간단하고 명확하다. 상장사 주식을 증여할 때 상속·증여세법에서는 평가기준일 이전과 이후 각 2개월 종가의 평균으로 시가를 평가한다.

주가 하락기의 절세 규모에 대해 예를 들어 보자. 상장 A사는 최근 2~3년간 평균 1만 원에 거래되다 2013년 실적이 일시적으로 나빠져 7000원(-30%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자. 30억5000만 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성인 자녀 1명에게 승계할 경우 약 9억3600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기증여 없고, 성인 자녀 증여 공제에 한하는 단순 가정). A사의 주가가 1만 원일 경우 30만5000주를 증여할 수 있지만 7000원으로 30% 정도 하락했다면 약 43만5714주를 증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비용(증여세 등)으로 +13만714주(30만5000주 대비 42.9%↑)를 더 승계할 수 있는 셈이다. 주가는 30% 하락했지만 향후 주가가 다시 상승한다고 본다면 승계 가능한 주식의 총량은 43% 정도 더 많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비상장 회사 오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의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해 기업 실적은 악화됐지만 오히려 기업의 주식 증여를 통해 승계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대 60%까지 비상장 주식 가격 하락 기대
이러한 승계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상장 회사는 거래소에서의 거래를 통해 시세가 바로 드러나는 데 반해 비상장 회사의 주식 가격은 거래가 많지 않아 가격을 알기가 쉽지 않으며 왜곡될 가능성도 큰 편이다. 따라서 세법에서는 시세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 세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 방법을 통해 가격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장 회사 주식의 보충적 평가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산가액 중 부동산가액이 50% 미만인 회사의 경우 최근 3년간의 순손익가치 비중이 60%, 순자산가치 비중이 40%로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고 자산가액 중 부동산가액이 50% 이상 80% 미만인 회사의 경우 최근 3년간의 순손익가치 비중이 40%, 순자산가치 비중이 60%로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며, 자산가액 중 부동산가액이 80% 이상인 회사의 경우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또 순손익가치 평가에서도 그림에서처럼 최근 3년의 손익 중 직전 연도의 비중을 50%(6분의 3), 중간 연도(직직전 연도)의 비중을 약 33%(6분의 2), 가장 과거연도의 비중을 약 17%(6분의 1)로 가중 평균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해 오너로서, 경영자로서 우울해질 수 있으나 가업을 승계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부동산가액이 80% 미만인 기업의 경우 순손익가치가 최대 40% 하락, 부동산가액이 50% 미만인 기업의 경우 최대 60% 하락까지 비상장 주식 가격의 의미 있는 하락을 기대해 볼 수 있어 오히려 승계 비용이 줄어드는 유리한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자산가액 중 부동산가액이 50% 미만인 비상장 제조회사인 B사의 오너가 있다고 하자. 나름 10년 만에 자산 가치 100억 정도의 조그만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고,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도 10억 이상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오너인 사장은 내심 회사 가치를 최소 100억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경우 B사를 자녀에게 승계할 때 상속·증여세법에서는 얼마로 판단할까. 얼마인가에 따라서 B사의 가업승계 시 증여세 등 승계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마침 지난해 2013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영업이 다소 부진했는데, 예정된 매출의 일부가 올해 이후로 미루어졌으며 각종 손실을 상각처리했고 일부 임원의 퇴직이 발생해 퇴직금 지급을 하다 보니 일시적이지만 의미 있는 손실이 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B사의 승계 시 오너가 생각하는 적정 가치인 100억 원에 대해 최고 50%에 이르는 증여세, 상속세를 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계산하게 된다면 100억이 아니라 최대 40억 정도의 기업으로 평가해 승계 부담이 최대 60% 적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산은 100억 원이지만 순자산가치의 비중이 40%(100억 원이면 40억 원), 순손익가치의 비중이 60%(100억 원이면 60억 원)로 평가하는데, 그 순손익가치 중에서도 비중이 50%로 가장 큰 직전 연도인 2013년의 의미 있는 적자로 인해 순손익가치가 극단적으로 제로(0)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또한 활황기보다 지금의 불황기가 승계에 유리한 환경이다. 시장의 침체로 급매 등이 나오고 있어 시가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고 공시가격 증가율 또한 낮아지고 있어 과거보다 승계 세금 부담액의 증가액이 적어지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오너와 자산가들이 가업승계 컨설팅과 자산 승계 컨설팅 의뢰가 늘어나는 지금의 현상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제도 등 다양한 세법 규정도 함께 고려해 다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만큼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 후 최적의 승계 시기와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WEALTH CARE] 주가 하락·실적 악화는 주식 증여의 절묘한 타이밍?
이상철 삼성패밀리오피스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