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엔, 원·위안 환율이 급락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3의 외환위기설까지 제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新)환율전쟁의 전망과 대책을 알아봤다.
[MARKET INSIGHT] 신(新)환율전쟁의 전망과 대응책
최근 불과 한 달여 사이 원·엔 환율이 50원이나 속락하고 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960원대까지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8년 3월 초 수준까지 하락했다. 6년 6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엔저 공세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원·엔 환율이 가장 높았던 2012년 6월 4일의 1509.9원에 비해서는 56%나 절상됐다. 금년 들어서도 3.5% 절상됐는데 최근 한 달여 사이 절상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무엇보다도 최근 들어 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비해 원화는 주춤하고 있는 데 있다. 먼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저의 배경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 속도 차이가 주된 요인이다. 미국은 2분기 성장률이 4.0%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낮아지면서 10월 중에는 금년 초부터 진행돼온 양적완화(QE) 축소가 완료되고 적어도 내년 중반경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당연히 달러 강세 요인이다.

이에 더해 유로존의 2분기 성장률도 0%로 나오고 심지어 유로존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마저 -0.2%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초저금리 수준으로 인하하고 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 금리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데다 4000억 유로 규모의 저금리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도 예고함으로써 달러화 강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완료와 금리 인상, 그에 따라 예상되는 달러화 강세는 올해 말과 내년 중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할 가장 큰 핵폭탄이다. 올해 초 미국의 양적완화 시작 때 있었던 취약 신흥시장국의 금융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신흥시장국으로서는 다가오는 쓰나미급의 국제금융 불안을 어떻게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중요한 과제다. 잘못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자국만 생각하는 무분별한 기축통화국들의 통화정책 난맥상이 신흥시장국들을 강타할 전망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의 충격이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면서 2분기 성장률이 -7.1%로 추락해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요인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엔·달러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한 2012년 6월 4일의 78.17엔에 비해서 28%나 절하되고 있다.


신흥국 금융 불안 재연되나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저와 달리 원화의 절하 속도는 미미하다. 원·달러 환율은 2012년 6월 5월 1181원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14% 절상됐다. 최근 한때 1010원 선까지 추락했으나 달러 강세로 1030원대까지 반등하고 있으나 이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 강세 속에서도 엔화와 달리 원화는 약세화가 제약을 받고 있는 데는 수출증가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에 따른 수입 둔화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국인 주식순매수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년 1~7월 중 경상수지는 471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작년의 392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금년 들어 외국인 순주식 투자는 11조 원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엔화 약세는 가파르게 진행되는 반면 원화는 약세 전환에 제약을 받음으로써 원·엔 환율이 속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화는 절상, 엔화는 절하되기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원화는 엔화에 대해 28% 절상되고 있다.
[MARKET INSIGHT] 신(新)환율전쟁의 전망과 대응책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절상되고 있다. 원·위안 환율은 작년 6월 26일 188.6원을 정점으로 하락해 현재는 160원대로 11.5% 절상됐다. 올해 중에만 5.9% 절상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 2년 이상 지속된 원화 절상은 한국 수출 산업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 수출은 2002~2011년 연평균 15% 증가해왔다. 그러나 수출증가율이 2012년 -1.3%로 추락한 후 2013년 2.1%, 올해 1~8월 중에는 전년 동기간 대비 2.5%로 저조한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올해 5월 이후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시작한 1994년 이후 2011년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21%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2012년 0.1%에 그친 후 작년에는 8.6%로 다소 회복되는 듯했으나 올해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 수출은 지역적으로는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주요 경쟁국으로의 수출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품목별로는 자동차, 석유화학, 가전, 정밀기기 등이 특히 부진하다. 이는 한국의 수출 부진이 지지부진한 세계 경제 회복세 외에도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해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얘기다. 엔화, 위안화에 대한 원화 강세 지속으로 인해 일본과 중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본,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들의 수출이 원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저조한 성적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달러 기준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2012년 이후 2%대로 주저앉은 데다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원화 기준 수출증가율은 아예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 수준도 1050~1960원 선으로 조사되고 있는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을 지속적으로 하회해 수출기업들은 수출을 할수록 손해가 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악화돼 미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 주가가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 주가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예상되는 원·엔 환율의 추가적인 급락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엔저에 힘입어 거의 빈사 직전까지 갔던 일본의 자동차, 전자전기 기업들의 이익이 상당히 비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이러한 이익 축적과 엔저를 배경으로 시장 확보를 위한 가격 인하 전략을 들고 나올 경우 한국 수출기업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원화 고평가에 따른 역제이(J) 커브 영향이 나타나서 내년부터 경상수지가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잘못하면 과거 유사한 원·엔 환율 하락 이후 위기를 겪었던 1997년, 2008년의 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두 번의 엔저기를 경험했다. 1995년 4월~1997년 2월 중 원화는 엔화에 대해 30% 절상됐다. 당시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던 시기였다. 1995년에 80억 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가 1996년에 230억 달러로 확대돼 외환보유액이 고갈되면서 마침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MARKET INSIGHT] 신(新)환율전쟁의 전망과 대응책
그다음이 2004년 1월~2007년 7월 중으로 원화는 엔화에 대해 47% 절상됐다. 그 결과 2004년 32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한국의 경상수지는 2008년 1~3분기 중 33억 달러 적자로 악화됐다. 마침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한국은 외화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한·미 통화스와프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시기 모두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던 시기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994년 14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00bp(100분의 1%) 인상했다. 이 당시 Fed는 사전예고 없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해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의 외환위기를 가져왔고 마침내 1997년 동아시아 위기로 확산됐다. 2004년 Fed는 2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425bp 인상했는데, 이때는 시장에 미리 시그널을 제공한 후 완만한 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그래도 신흥시장국의 위기는 피할 수 없었다. 즉 신흥시장국들이 미리 알고 있었어도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흥시장국들, 특히 한국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엔화가 약세로 전환됐는데도 그만큼 원화가 약세화되지 못함으로써 원화가 엔화에 대해 큰 폭의 강세를 지속했고 그 결과 경상수지 악화와 외환보유액 축소로 외환위기나 외화유동성 위기를 두 차례나 아주 비슷한 경로를 통해 겪었다.


원·100엔 환율 862원까지 추락할 수도
다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 내년 중반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원화는 엔화에 대해 이미 2012년 6월 이후 56%나 절상됐다. 1997년 이전과 2008년 이전보다 이미 큰 폭 절상됐다. 그리고 추가적인 절상이 전망되고 있다. 올해 안에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상승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내년에는 120엔도 돌파할 것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035원대를 유지한다면 원·100엔 환율은 940원이다. 내년에 엔·달러 환율이 120엔에 이르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현 수준에서 등락을 지속하는 경우 원·100엔 환율은 862원까지 속락할 것이다. 한국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을 원·100엔 환율 1180~90원 선으로 조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좁게는 미 Fed와 BOJ의 통화정책 영향이 큰 엔·달러 환율은 한국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은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적어도 엔·달러 환율만큼은 올라가도록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직하게는 지금 원·달러 환율 수준이 1120원 정도로 추정되는 균형 환율 수준은 물론 1050~1060원으로 조사되고 있는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으므로 좀 더 원화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여러 여건이 어렵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원화가 절상돼서는 안 된다. 더 절상되면 한국 경제는 백약이 무효다. 다시 위기다.

미국 달러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를 제약하게 될 가장 큰 요인이 유로존과 일본의 무차별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올해 말과 내년 초, 즉 미국의 금리 인상 이전에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어 오게 될 유로 캐리트레이드 자금과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다. 유입 자금의 수준이 과도하게 많아서 원화가 과도하게 고평가될 경우에는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자본 유입을 규제할 수 있다.

이는 2011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를 본 자본이동관리원칙에 의해 국제적인 컨센서스를 이룬 부분이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인정한 자본이동관리원칙은 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으로 신흥시장국들의 거시건전성이 위협 받을 경우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차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시건전성 차원의 자본 규제를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이른바 선물환 한도 규제, 거시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 과세 부활 등의 3종 세트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국제적인 컨센서스 내에서 이를 보완할 새로운 대책을 미리 대비해 두었다가 과도한 자본 유입으로 원화가 엔화에 대해 고평가되는 경우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다른 신흥시장국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원화의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투기 자금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서울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불안 요인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대책을 강구하는 일도 필요하다. 자본 유입이 과도해 외환시장 불안이 심하거나 환율이 균형 수준에서 크게 이탈하는 경우에는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
[MARKET INSIGHT] 신(新)환율전쟁의 전망과 대응책
다음으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부분이다. 이는 당연히 국내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해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불황형 흑자 부분을 교정하는 일이 올바른 정도다. 불황형 흑자인데도 환율 절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내수도 위축돼 있는데 수출마저 어려워 경제가 장기 침체로 가게 된다. 최근 수출보다는 내수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환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마저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수출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4000~ 5000개 이상 있고 고용 인원이 수만 명이다. 수출이 안 돼 이들이 어려워지면 내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한국 경제 구조는 수출과 내수가 같이 가는 구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달러, 엔에 이어 이제는 위안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서 달러 중심의 자유변동환율제도의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고 이들 통화를 함께 고려하는 바스켓제도로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IMF 총회, G20 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의 환율 안정 중요성과 환율 안정 정책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촉구하는 국제금융 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유로존 간의 엇갈린 통화정책이 가져올 국제금융시장의 쓰나미급 불안정이 한국에 제3의 외환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는 직을 걸고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