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영 KB국민은행 골드&와이즈 송도PB센터장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녹색기후기금(GCF) 출범과 투자이민제 확대, 대기업 이주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등의 이슈로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7년에 문을 연 KB국민은행 골드&와이즈 송도PB센터는 인천 유일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로, 5억 원 이상 보유한 지역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송도PB센터를 2년째 이끌고 있는 이종영(50) 센터장을 만나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의 자산가들에 대해 들었다.
[DINNER WITH PB] “‘인천의 강남’ 송도 부자, 토지 보상받아 돈 벌었죠”
이종영 KB국민은행 골드&와이즈 송도PB센터장을 만나기로 한 송도 센트럴파크로 가는 길. 호수공원을 둘러싼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풍기는 이국적인 정취는 달라진 송도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송도는 청라, 영종과 함께 2003년 동북아경제중심지 중 하나로 선정됐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꽤 오랫동안 발전이 멈춰 있었다. 그랬던 송도가 최근 2~3년 사이에 달라지고 있다. 포스코, 대우 등 대기업 이전에 따른 주택 수요 확대, 문화·편의시설 확충, 신흥 명문 학군 등으로 인해 중산층이 대거 유입됐고, 부동산 시장도 점점 활기를 되찾고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영업부 VIP팀장과 강남스타PB센터의 PB팀장을 거치며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 센터장은 이 같은 송도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성장기의 강남과 마찬가지로 인천지역도 신흥 부촌 송도를 중심으로 PB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며 “현재 송도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110명 정도, 자산 총계는 약 2000억 원이며 지난 2년 동안 10% 가까이 성장했다”고 전했다.


송도의 발전상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서울 강남에 살면서 송도로 매일 출퇴근을 합니다. 송도에 있다 보면 가끔 ‘강남보다 더 강남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녁 해질 무렵 센트럴파크 주변을 산책하거나 높은 곳에서 야경을 감상할 땐 무척 세련되고 품격 있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죠. 개인적으로는 근무 환경이 마음에 듭니다.(웃음)”


강남에서 오랫동안 프라이빗뱅커(PB) 생활을 하셨지요. 어떻게 인천 송도로 오게 되셨습니까.
“KB국민은행에 몸담은 지 햇수로 23년째입니다. 저는 일찍이 PB 업무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본점 영업부 VIP팀에서 5년, 강남스타PB센터에서 7년 일하면서 VIP 자산관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송도지점에 신규 센터장으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2012년에 이곳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저희 센터 3명의 PB들과 함께 그동안 꾸준히 신규 고객을 유치하며 2년간 매년 5% 정도 성장했습니다.”


송도는 최근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청라, 영종과 함께 동북아 경제중심지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 2003년인데,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맞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GCF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고,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포스코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기업이 송도에 자리를 잡았고, 송도 글로벌대캠퍼스, 연세대국제캠퍼스 등 대학교도 이미 개교하거나 이전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를 중심으로 교육열 높은 부모님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비로소 국제도시의 윤곽이 잡혀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살아나고 있지요.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2015년에 눈여겨봐야 할 투자처로 송도를 꼽고 있던데요.
“2014년 초만 해도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 부동산 시세가 너무 떨어져 5~6년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분들은 집값이 많이 떨어져 시름이 깊었지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요건이 완화되면서 송도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3년 만에 청약 1순위 마감 단지가 등장했죠. 포스코건설이 선보인 ‘더샵퍼스트파크’는 2597가구 분양에 2765명이 몰렸어요. 미분양 해소세도 빠릅니다. 2014년 5월 기준 3146가구에 달했던 송도 미분양 가구는 매달 꾸준히 감소 중이에요.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 배우 송일국의 아파트인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역시 238㎡ 기준 분양가가 11억3000만 원이었던 것이 7억~8억 원까지 빠졌다가 현재 11억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일정 지역 부동산에 7억 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제’ 역시 3년간 실적이 없다가 최근에야 중국인 투자자가 청라지구의 미분양 주택 2채에 7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인의 투자가 점점 늘어나 미분양 해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송도를 ‘강남보다 더 강남스러울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송도 자산가들은 주로 어떤 분들입니까.
“저희 고객들 중에는 청라, 송도, 영종 등지가 개발되면서 토지 보상을 받은 분들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습니다. 김포 쪽 검단신도시에서 20억~30억 원씩 택지 보상을 받은 분들도 다수 편입됐습니다. 인천은 논현동, 구월동 쪽에 정통 부자들이 많이 살고, 송도 쪽은 비교적 젊은 50대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직, 사업가 등 신흥 부자들이 거주한다고 할 수 있지요. 논현동 부자들이 송도로 이주하기도 하고, 교육 여건이나 주거 환경이 좋아 서울, 분당 등에서 유입된 자산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송도 센트럴파크 인근 거주자 가운데는 초등학생 자녀를 ‘채드윅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마와 자녀만 옮겨온 경우도 20% 정도로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서울과 인천지역 고객들 간의 차이를 느끼시나요.
“인천은 수도권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순수한 분들이 많습니다. 5억 원 이상 보유 고객들 중에서 자산관리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PB센터에 접근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상당했고요. 서울의 고객들이 PB 서비스를 알고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또 하나 다른 점은 안전성 자산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고객들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투자 상품보다 안전한 예금을 선호하고, 자산 형태도 정기예금과 보험 위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고객들도 자산을 불려달라는 요청보다 실질금리를 감안해 마이너스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하십니다. 공격적인 투자자는 거의 없는 셈이에요.”
[DINNER WITH PB] “‘인천의 강남’ 송도 부자, 토지 보상받아 돈 벌었죠”
그래도 인천에서 유일한 PB센터인 만큼 고객 유치는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천은 지역밀착적인 분위기가 있어 외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PB센터보다는 기존 거래처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려는 분들이 다수였습니다. 고객을 모시는 일이 쉽지 않아 끊임없이 외부로 나가 마케팅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천 자산가들이 PB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증여 문제로 방향을 잡지 못하던 고객이 있었는데, 부동산 증여, 매매 시 세금부터 절세 방향, 더 나아가 상속 플랜 등 큰 틀을 잡아주고 그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니 우리의 서비스에 만족감을 표하고 주 거래를 옮겨주셨지요. 아직도 이 지역에 잠재 고객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테크와 관련해 송도PB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이곳은 인천 남동공단, 시흥 시화산업단지, 안산 반월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자녀에게 사업체나 재산을 물려줄 때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법을 궁금해하십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인하된 이후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이를 감안해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싶어 하죠. 상속은 미리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희 고객분들 가운데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토지 보상을 받은 분들도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고 공개하는 것을 꺼리십니다. 하지만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가 금지된 데다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뿐 아니라 빌려준 사람까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추가로 받게 된 만큼 가족들 명의로 분산된 자산을 증여해야 합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가족 명의 예금 분산이 적발되더라도 예전에는 가산세를 포함한 종합소득세만 납부하면 됐지만, 이제 불법 목적 차명거래 금지로 처벌 규정이 도입됐죠. 증여세를 일부 부담하더라도 증여로 처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주목하는 투자처는 어떤 곳인가요.
“미국 셰일가스 인프라기업에 투자하는 MLP 펀드가 2014년에 수익을 많이 냈습니다. 브릭스 펀드 등에 가입했다가 25~30% 손실을 본 고객들도 고민 끝에 환매해 MLP로 갈아타 만회했습니다. 3개월 단위로 투자하는 전자단기사채 역시 주목받았는데, 기준금리가 두 번이나 내려가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지수형 ELS로 옮겨갔습니다. 기업어음(CP)의 경우 3.5% 수익률인 데 반해 갈아탄 ELS는 6%로 2배의 수익률을 올렸어요.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고객을 설득했습니다.”


2015년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10억 원을 보유한 자산가들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시죠.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는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기대수익률이 예금보다는 높고, 주식보다는 낮은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나 해외 멀티에셋 상품, ELS가 각광받을 것입니다. 저는 유동성 자금으로 1억 원 정도를 예금에 넣어두라고 말씀드립니다. 안정적이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이 나는 채권형 펀드에 2억 원, 중위험·중수익 군에서 지수형 ELS에 3억 원, 그 외에 비과세로 운영이 가능한 국내 가치주 펀드에 2억 원,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 추구가 가능한 ELS 변액보험에 2억 원을 넣어두기를 권합니다.”
[DINNER WITH PB] “‘인천의 강남’ 송도 부자, 토지 보상받아 돈 벌었죠”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장소 협조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032-726-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