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는 올해 국제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의 모습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 벌써부터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MARKET INSIGHT] 주요국 통화정책과 국제 원자재 가격
대표적 예측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4∼0.5%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전통적인 예측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평균 3.8%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 1분기가 지나야 공식적으로 발표되겠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IMF 성장률 추계국 기준)은 3.3%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해 세계경제는 세 가지 부문에서 차별화, 즉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여 질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권 위상이 이제는 선진권 위상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종전의 선진권과 신흥권 간의 경제권역별 차별화보다는 같은 경제권 내에 속한 개별 국가 간의 차별화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것이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선진국 간의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신흥국 통화정책도 자체적인 거시경제 여건보다 미국 등 선진국 통화정책의 대응 방향에 따라 차별화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는 올해 국제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의 모습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 벌써부터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개별 국가별로 보면 올해 미국 경제는 노동시장 개선에 따른 가계소득 증대, 재정 긴축 기조 약화 등에 따라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개인소비는 꾸준한 소득 증가에 힘입어 2% 후반의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기업 투자는 올해보다 증가폭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으로 2·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민간투자와 그동안 엔저에 따른 수출 증가로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일본 경기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법인세 인하와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으로 투자 여건이 개선되면서 기업의 투자가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와 민간소비 부진 △과도한 국가부채 부담 등은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올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유로존은 △취약한 성장구조 △정책운영 여지 제약 △유일한 버팀목인 독일의 성장 견인력 약화 등 구조적인 요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회원국 내 분리독립 운동 등으로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상당 기간 저성장과 저물가 현상인 디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높은 실업률과 유휴 생산력, 민간대출 부진 및 공공·민간 부문의 부채 조정이 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감안해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계속해서 하향 조정해 왔다. ECB의 경기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추세는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IMF의 성장률 전망치 변화는 없지만 여타 신흥국에 비해 성장률 수준은 높은 편이다. 당분간 성장률은 소폭이나마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나 세계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은 다소 호전되지만 그동안 경기를 이끌어왔던 부동산과 설비투자는 둔화되는 등 질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신용소비 관련 인프라 확대 △유급휴가제도 도입 등 소비활성화 정책이 예상되지만, 소비활력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중국 정부는 성장의 하향 추세를 새로운 균형이라 판단하고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단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IMF 등의 자금 이탈에 따른 대외 취약성 등 구조적 요인으로 올해 신흥국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 하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한 투자 전망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브라질은 투자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이 경기 회복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효과적인 경제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성장률이 5%대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6%대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그 어느 해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 금리의 경우 경기 개선과 고용시장의 점진적인 회복이 임금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이 올 2분기 이후부터 차분히 이뤄질 전망이다. 과거 미국 국채수익률(10년물)이 정책금리보다 약 2분기 먼저 상승하기 시작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올해 2분기 이후에 이뤄지더라도 시장금리는 이보다 먼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2분기 이후 금리 인상
지금까지 유로존의 추가 완화에 의한 금리 하락 기대로 채권 자금이 유로존으로 유입됐으나 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하며 기준금리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다. 올해부터 미국, 영국 등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통화완화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럽의 경우 디플레 탈출 여부가 더 관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MARKET INSIGHT] 주요국 통화정책과 국제 원자재 가격
유로화는 유로존이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ECB가 추가로 양적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유로화의 자산통화에서 조달통화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유로화의 약세를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신흥국의 경우 미 금리 인상 시 자본유출입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 경상수지 및 단기외채가 취약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유 등 국제원자재 약세 환경에서 러시아 루블화 등 원자재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가치는 크게 떨어질 상황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위안화 가치는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실물경제 부진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큰 박스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이후 절하세로 반전된 원화 가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는 소폭이나마 절상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재 가운데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유가는 단기적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나 과다한 공급이 예상돼 약세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원유 공급은 이슬람국가(IS)에 따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결속력 약화와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미국의 원유 공급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거부로 OPEC 감산 합의가 실패해 공급 측면에서의 치킨 게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과잉 공급 해소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원유 수요 측면에서는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기의 둔화, 달러 강세 등으로 원유 대체 수입이 크게 회복되기는 힘들어 유가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유가의 반등은 추가 하락 이후 생산비가 높은 OPEC 회원국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감산이 시작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를 제외한 다른 국제 원자재 가격은 추세적으로 하향 움직임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나 낙폭 과대 품목을 중심으로 단기 반등 가능성이 있다. 기초금속은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알루미늄, 아연 등을 중심으로 차익 매물이 좀 더 출회될 전망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강세 지속 전망이 우세하다. 곡물은 북반구 수확 종료 및 신곡 출하, 양호한 날씨 등 하락 요인이 크고 상승 모멘텀은 찾아보기 힘들어 가격 상승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