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단기 유동성 랠리의 연장 기대감이 높아졌고, 실제로 그런 모습이다. 특히 위험자산 선호가 크게 호전된 지난 2년여간에 걸쳐 나타난 국가별 혹은 지역별 주식시장의 차별적 흐름(디커플링)이 해소될지가 관건이다. 그럼 해외 증시 투자, 어디가 좋을까.
[HOT ISSUE] 美·신흥국 제치고 일본 증시가 뜨는 까닭
최근의 글로벌 주식시장의 특징은 선진시장 내에서 양적완화(QE) 정책을 시행한 유럽, 일본과 금리 인상 시행을 선언한 미국 간의 차별화가 완화될지, 그동안 정체였던 신흥시장의 회복으로 선진시장과의 동조화(커플링)가 현실화될지 여부다.

달러화 강세는 분명 신흥국 증시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확산될지, 아니면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차별화가 이어질지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 뿌리를 살펴봐야 한다. 일단 달러화 강세다. 달러화 강세로 양적완화를 단행한 유럽과 일본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 주가는 이익 훼손 우려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유가는 달러화 강세에 원유 시장 수급 우려가 더해져 속락했다. 원자재가 풍부한 신흥국 주가는 급락했다.
[HOT ISSUE] 美·신흥국 제치고 일본 증시가 뜨는 까닭
지난 3월 미 FOMC 이후 달러 강세가 완화됐지만, 약세 전환을 제한하는 변수들이 부각되고 있다. 그리스 위험, 예멘 관련 지정학적 위험 등이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위험 요인 부각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킨다.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는 미국 경제지표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경기와 물가 반등 가능성은 6월 미 FOMC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이 쉽게 진정되기 어렵게 한다. 결국 유럽과 중동의 위험 요인이 부상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 반등이 가시화된다면 달러 강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기 어렵다. 유동성 랠리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냉기 흐르는 신흥시장
신흥국 주가가 강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 회복, 중국 경기 회복 등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기 반등 과정에서 달러 강세를 완화시키고, 위험자산 선호를 개선시키기 위해 미국 외 다른 국가의 경기 회복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기 부진이 해소돼야 한다. 신흥국들의 높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와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위상 등으로 인해 중국 경기의 소순환상 개선은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키고, 신흥시장으로부터 글로벌 자금 유입을 강화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 3월 중국 HSBC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2로 전월 대비 1.5포인트나 하락해 작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2분기 중에도 중국 경기의 뚜렷한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경기선행지수의 빠른 둔화 추세를 감안할 때 경기 소순환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또다시 중국의 통화완화정책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추가 부양책 시행은 단기적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선호를 개선시킨다. 다만 시점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아직 신흥시장으로의 온기 확산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기존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의 강도는 결국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다. 선진국 경기 여건을 반영해 선진시장의 이익수정비율이 신흥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선진국의 경기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익 측면에서도 신흥시장이 선진시장에 비해 강점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별로 보면 더욱 뚜렷하다. 유럽과 일본의 이익수정비율은 개선 추세가 이어진다. 미국은 반등이 시작됐으나 강도가 강하지는 않다. 원자재가 풍부한 국가들 역시 개선됐지만 아직 하락 추세의 끝이라는 확신을 주기엔 미흡하다. 특히 신흥아시아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이 같은 이익수정비율의 흐름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경기, 이익 여건 등 모두 기존 차별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외국인 주식 자금의 신흥시장 유입과 주가 흐름은 중국 경기에 철저하게 연동된다. 이에 비해 엔저 효과로 인한 수출 호조, 내수경기 회복 등으로 일본 증시의 매력이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신흥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선진시장에 비해서는 분명히 낮다. 그렇다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다고도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선진시장 대비 신흥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추가적으로 상승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즉 3월 미 FOMC 이후에도 선진시장 중심의 차별적인 유동성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일본 증시가 달러화 강세로부터 자유롭고 경기와 이익,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4월에 중요한 변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4월부터 법인세 인하가 시행된다.토(春鬪, 일본에서 봄철에 행해지는 임금 협상)에서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일본공적연금(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GPIF)의 주식투자도 확대될 예정이다. 증시에 여러 호재들이 동반되나 이번 법인세 인하와 임금 인상의 의미가 향후 일본 증시에 일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 증시, 달러화 강세로부터 자유로워
그동안 아베노믹스는 ‘기업친화적=주주친화적’ 정책과 그에 따른 자산 가격 부양에만 그쳤다. 하지만 4월부터 법인세 인하와 임금 인상 가시화 등으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전제조건이 갖춰졌다. 2분기부터는 소비세율 인상으로 침체됐던 내수경기가 다시 뚜렷하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다.

내수 반등은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한다. 이미 내수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있다. 2014년 양적완화 확대 후 수출주에 대한 이익 전망과 주가 상승이 내수주 대비 강했다. 하지만 2015년 들어 내수 업종의 기업이익과 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내수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저유가 효과가 1~2분기 시차를 두고 기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저유가로 인한 기업의 비용 감축, 소비자의 구매력 개선, 그리고 에너지 수입 비용 감소로 인한 무역적자 축소 등은 내수 경기에 보다 우호적이다.
[HOT ISSUE] 美·신흥국 제치고 일본 증시가 뜨는 까닭
엔저에 기반을 둔 수출업종 중심의 이익 개선 흐름에 내수경기 반등까지 동반되면서 기업이익의 개선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를 넘어섰다. 과거 주가순자산비율(PBR)과 ROE 간 산포도를 살펴보면 ROE가 8%를 넘어서면서 PBR가 급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밸류에이션 역시 추가 확대 여력이 높다. 양호한 기업이익,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매력, 그리고 주주친화적 정책 등으로 일본 증시는 중장기적인 상승 흐름이 유효하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