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시장 기대보다 그 속도가 빨라서 수년 안에 세계 3위 이내 국제통화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n China] 달러 적수로 떠오른 위안화 글로벌 파워는
위안화의 국제화 위상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은행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작년 중국(홍콩 포함)과의 교역에서 위안화로 이뤄진 결제 비중이 3년 전 7% 수준에서 31%로 늘어났다.

SWIFT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10%를 밑도는 국가는 9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싱가포르, 대만, 한국, 필리핀 등의 대중국 위안화 결제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물론 세계 전체로 보면 위안화 결제 비중은 아직 2.07%로 국제결제통화 순위로는 미국 달러, 유로화, 영국 파운드, 일본 엔에 이어 5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빨라서 현재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고려하면 수년 안에 세계 3위 이내의 국제통화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위안화 국제화 추진 배경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과 이유는 뭔가. 첫째,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위안화의 통화 주권, 즉 국제결제통화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다.

둘째, 무역 거래에 따른 비용 절감의 필요성도 큰 요인이다. 중국의 수출입 규모는 이미 4조 달러를 초과해서 세계 1위다. 따라서 위안화가 국제화돼 있지 않으면 달러, 유로화 등으로 바꾸는 환전 또는 헤지 비용만도 엄청나게 든다. 6~7% 되는 이들 비용 중 3% 내외만 줄여도 126조 원의 절감 효과를 기업이 얻게 된다.

셋째, 현재 중국은 내수 확대가 핵심 과제다. 내수 확대엔 금융 서비스 산업의 육성과 영역 확대가 필수인 만큼 국내외 시장을 연결하기 위해 외환 자유화와 국제화를 서두르는 것은 당연한 셈이다.

위안화와 다른 통화가 연결된 각종 외환시장은 물론 중국 바깥의 역외 위안화 시장 설립, 또 딤섬본드 같은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채권 등 다양한 위안화 상품 출시로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위안화의 국제화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칫 너무 서두르거나 순서를 그르치면 금리 통화정책이 망가지고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통화가치가 급변동하고 때론 금융 시스템이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충분히 조사, 연구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에 있어 가장 먼저 활용하고 있는 수단은 통화스와프다. 교역국과 위안화 표시 무역 결제를 촉진함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위기 발생 시 단기 유동성 지원도 겸하고 있는 다목적 수단이다.

중국과 교역상대국 모두 윈윈(win-win)이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홍콩, 싱가포르, 영국, 한국 등 26개국, 2조728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협정국과의 무역 금액을 합치면 이미 중국 총 무역 금액의 40%나 된다.

또 역외 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개설도 2013년 이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위안화 거래가 활발한 시장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역외 위안화 시장의 원조는 홍콩이다. 일찌감치 2003년 11월부터 위안화 직거래가 시작됐고 자타가 인정하는 핵심적인 위안화 허브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주춤했지만 2010년 이후 성장 속도가 빨라져 현재 위안화 표시 예금, 외환 거래, 무역 결제, 채권 발행 등에서 세계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다. 특히 홍콩을 통한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는 약 620조 원, 전 세계 위안화 무역 결제의 8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유럽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도 총리가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열성적이다. 2013년 10월 800억 위안의 외국인적격투자자(QFII) 자격을 취득했고, 작년 3월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런던에 위안화 청산 결제은행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런던에서의 위안화 거래는 아직 세계 위안화 시장의 5~6%지만, 위안화 허브를 통해 미국 뉴욕에 뺏긴 세계 금융센터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아시아에서 홍콩 다음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홍콩 다음으로 금융시장이 국제화돼 있다. 2013년부터 본격화된 위안화 직거래가 세계 위안화 총 거래의 6~7%로 런던을 제치고 2위로 뛰어올라 영국, 일본 등의 경쟁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도 가속화
위안화 표시 자본 거래에서의 자유화, 국제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자본 거래 특히 직접투자가 아닌 대내외 증권 투자는 경상 거래와 달리 실시간으로 바뀌는 가격 변수(금리, 환율, 주가)의 움직임과 직결돼 있고, 순간적인 레버리지 효과도 엄청나다. 따라서 중국 정부도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에 마련된 3단계 자본시장 개방안으로 2020년까지 10년간 3단계에 걸친 대내외 자본자유화 청사진을 보여준다. 대내 개방의 경우도 예금 금리 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금리 상품 개방이 제한적이며, 주식도 후강퉁 제도 등을 활용해서 투자자와 투자 한도를 통제해 가면서 제한적으로 자유화하고 있다.

주식은 수출이 좋을 땐 경상수지, 자본수지 모두 위안화 강세, 반대로 수출이 나쁠 땐 경상수지는 물론 주식 매도로 자본수지도 위안화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말하자면 냉온탕식으로 위안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게 자본 거래다. 따라서 그만큼 금융시장의 성숙도를 보고 자유화와 국제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은 향후에도 경상수지 부문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더욱 빠르게 진행하면서 대내 금리 자유화를 통한 금융시장의 안정과 성숙도를 제고하면서 자본시장 개방은 제한적,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주식시장의 경우는 후강퉁에 이어 9~10월경 선강퉁(홍콩과 선전의 상호 주식투자 허용)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져 계속 단계적으로 개방을 확대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처럼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 시장과 역외 예컨대 홍콩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는 가격차가 존재한다. 소위 이중 금리와 이중 환율이 그것이다. 예컨대 홍콩의 딤섬채와 중국 내의 채권에는 금리 차가 존재하며, 홍콩 금리가 낮다. 중국 내 채권시장 개방이 이뤄지지 않아 위안화 수요가 딤섬채에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 가격 현상도 자본시장 개방이 진전됨에 따라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주목된다. AIIB는 향후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때 위안화와 상대국의 통화로 결제함은 물론 자금조달도 위안화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상국이 이미 50개국을 넘어 AIIB의 역할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한 위안화의 국제통화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