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도배한 내부에 개인 욕조까지….
7성급 호텔을 그대로 옮겨놓은 글로벌 억만장자의 ‘억’ 소리 나는 ‘프라이빗 제트(자가항공기)’들.
[Highend] 슈퍼리치의 ‘날아다니는 성’
0.1%의 슈퍼리치에겐 시간이 곧 돈이다. 전 세계를 누비는 그들은 이동 시간을 줄일 수만 있다면 억만금도 아끼지 않는다. 달콤한 특전도 있다. 만약 당신이 프라이빗 제트의 소유자라면, 데이트가 얼마나 로맨틱해질지 상상해 보라. 가족 휴가는 또 얼마나 여유로울지. 물론 단순히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마치 진짜 ‘자가용’처럼 말이다.

프라이빗 제트 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가장 최근 기록에 의하면 미국의 프라이빗 제트 운항 수는 약 250만 회, 유럽은 70만 회에 육박한다. 이는 각각 16조7000억 달러와 15조80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프라이빗 제트의 한 승무원은 “한 번 비행에 2만 달러의 팁을 받은 동료도 있다”며 증언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려 3000만 달러짜리 VIP 전용 공항 터미널도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터미널은 1년 반~2년 뒤,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다. 일반적인 공항 업무 외에도 게스트 라운지, 회의실, 샤워 시설, VIP 면세점이 들어선다. 사업주 폴 리틀은 “우리 고객은 국무총리부터 톱스타, 스포츠 영웅 등 셀러브리티들”이라며 ‘대박’을 향한 꿈에 부풀어 있다.

누가 더 호화롭나…하늘 위 경쟁
그렇다면 실제로 누가 이런 프라이빗 제트를 애용하고 있을까. 첫 번째 주자는 미국 대선 출마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는 도널드 트럼프. 폴 앨런의 보잉 727기를 중고로 구입, 24K 금으로 ‘Trump’를 요란하게 새겨 넣은 그는 또 다른 전용기 ‘트럼프 포스 원(Trump Force One)’ 내부도 온통 금으로 도배했다.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알 왈리드 왕자의 전용기 지정석.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알 왈리드 왕자의 전용기 지정석.
그러나 그 누구도 사우디 왕자 알 왈리드를 따라갈 순 없다. 롤스로이스 주차장이 딸린 그의 A380에는 자동 방향 조정으로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기도실과 터키식 욕조, 만찬을 즐기는 14인용 테이블 등이 갖춰졌다. 이 ‘날아다니는 성’은 무려 4억8700만 달러. 이밖에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춘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8400만 달러짜리 보잉 767-300, 플로리다 자택에 활주로까지 완비한 파일럿 면허 소유자 존 트라볼타의 보잉 707-138 등 슈퍼리치의 프라이빗 제트는 날이 갈수록 진화 중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프라이빗 제트 사업에 앞장서는 것도 역시 슈퍼리치다. 혼다자동차가 7인용 탑승기 ‘혼다 제트’ 개발에 성공, 프라이빗 제트 사업에 진출한 것. 에리온과 에어버스 역시 시속 2000km의 ‘비즈니스 제트’를 개발 중이다. 1억1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포시즌스 총괄셰프가 선보이는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의 기내식.
포시즌스 총괄셰프가 선보이는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의 기내식.
세계에서 제일 비싼 프라이빗 제트의 소유자, 알 왈리드도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를 출시했다. 돔 페리뇽 샴페인을 포함한 파인 다이닝, 몽골리안 캐시미어 침구, 수공예 가죽 시트 등 단돈(?) 1억 원에 포시즌스 호텔의 모든 노하우가 총동원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에티하드 항공 ‘더 레지던스’ 메인 로비에 앉은 니콜 키드먼.
에티하드 항공 ‘더 레지던스’ 메인 로비에 앉은 니콜 키드먼.
에티하드 항공의 최대주주인 셰이크 만수르 역시 이에 뒤질세라 ‘더 레지던스(The Residence)’를 선보였다. 페라리 가죽 시트와 동일한 재질의 소파, 이집트 최고급 면 시트, 웨지우드 본차이나 식기와 베라 왕 크리스털 유리잔 등 놀라운 옵션에 전용 버틀러도 상주한다. 런던~아부다비 노선의 편도 티켓은 약 2만 달러. 이미 내년 1월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이현화 기자 lee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