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야놀자그룹 대표

2007년 모텔 사이트 야놀자닷컴으로 시작한 야놀자그룹은 지난해 18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무섭게 성장했다.

이수진 야놀자그룹 대표는 젊은 사업가로 야놀자골프를 창립할 정도의 골프 마니아다. 서울 논현동 야놀자그룹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MAD ABOUT GOLF] “골프의 매력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
야놀자닷컴 사옥은 논현동 가구거리에 있다. 학동로에 인접한 사옥에서 만난 이수진(38) 대표는 캐주얼한 복장에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야놀자, ㈜야놀자트래블, ㈜호텔365, ㈜모가, ㈜골프야놀자 등 야놀자그룹 계열사들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자리에 앉으며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이라고 인사하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겸손해했다. 실제 그의 20대는 평범했다. 대학에서 금형을 전공한 그는 금형설계 엔지니어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가 숙박업계와 인연을 맺은 건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

숙박업에 종사하는 친구가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빨리 돈을 벌고 싶었던 그는 회사를 나와 모텔에서 일을 시작했다. 청소부터 객실관리, 프런트 등 4년 6개월 동안 전 분야를 거쳤다. 모텔에서 일하는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에 숙박업 종사자들을 위한 카페를 열었다. 회원수가 1만 명쯤 되니까 인맥도 형성되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직장 그만두고 친구 따라 모텔로 간 사연
처음 시작한 사업이 숙박업소 납품업체들을 위한 마케팅 사업이었다. 숙박업소에는 치약, 칫솔, 가전, 리넨, 세탁, 인테리어, 침대 등 납품되는 품목만 50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업체들이 마땅히 홍보할 데가 없었다. 그 틈새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만큼 사업이 안 됐다. 사업 첫해인 2005년 2억 원 이상 투자하고 고작 6000만 원 정도를 건졌고, 회사는 존폐 위기에 처했다.

개인사업자를 유지하며 모텔 예약이 가능한 카페 ‘모투(모텔투어)’를 열었다. 펜션 예약 사이트, 호텔 예약 사이트는 있는데 모텔 예약 사이트만 없다는 데 착안한 것이었다. 다행히 고객의 반응이 좋았다. 짧은 시간 30만 명의 유저를 모았고, 그걸 기반으로 2007년에는 정식으로 야놀자닷컴을 설립했다.

“2006년 매출이 약 3억 원이었는데, 법인을 설립한 이듬해 매출이 약 7억 원이었어요. 그 뒤 매해 1.5배 이상 성장해 지난해 이 분야 매출이 약 130억 원이었고, 올해는 200억 원 정도 될 걸로 예상합니다.”

주 매출은 광고비인데, 현재 월 평균 1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또 다른 주요 매출은 모텔과 호텔 개조와 운영대행에서 얻는다. 야놀자그룹은 여인숙을 개조한 프랜차이즈 모텔 ‘모텔얌’,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텔을 개조한 호텔 체인 ‘호텔야자’, 그리고 비즈니스호텔 등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야놀자닷컴은 리모델링 매출을 올리고,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관리 마케팅 비용과 객실당 8만~12만 원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호텔은 직접 운영해 수익을 얻고 있다. 이 분야 매출이 지난해 약 50억 원, 올해는 70억~8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야놀자그룹은 이밖에 호텔365, 모텔가이드 등 예전 경쟁 사업체들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야놀자트래블을 창업하고, 펜션 예약 애플리케이션 등을 선보이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분야 매출이 지난해 기준 약 50억 원이다.

“야놀자그룹의 목표는 ‘놀고, 먹고, 자는 데 필요한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확보하는 이유입니다. 저희는 전국 숙박업소 콘텐츠부터 호텔 700여 개, 모텔 2200여 개, 펜션 1000여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국 여행 정보가 2만 개가 넘고, 데이트 코스 정보도 5000개가 넘어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2년간 거의 매일 연습한 덕에 입문 4년 만에 싱글
이 대표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골프야놀자는 지난해 법인을 설립했다. 골프야놀자는 골프를 좋아하는 초보 골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야놀자닷컴은 ‘100돌이, 100순이들의 공간’을 표방한다. 현재 골프야놀자는 공개 레슨, 동영상 레슨, 티칭프로들의 칼럼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초보자를 위한 골프 커뮤니티를 운영하지만 자신은 싱글 골퍼다. 이 대표는 2007년 거래처 최고경영자(CEO)에게 골프클럽을 선물 받으면서 골프에 입문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면서 연세 지긋한 CEO를 만날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절감하던 때였다.
[MAD ABOUT GOLF] “골프의 매력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
잔디를 처음 밟은 건 연습장을 다닌 지 6개월 만이었다. 거래처 CEO들의 손에 이끌려 올림픽컨트리클럽(CC)에서 머리를 올렸는데, 거의 매홀 더블 파를 했다. 얼마 후 칼을 갈고 나간 스카이72CC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습장에서는 그렇게 잘 뜨던 공이 필드에서는 왜 이렇게 안 뜨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어릴 때 태권도 선수도 하고 대학에서는 테니스 동아리에서 활동할 정도로 운동에 능했던 그였다. 그밖에도 수영, 사이클, 수상스키, 스노보드 등 만능 스포츠맨인 그였지만 골프는 마음 같지 않았다. 골프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운동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첫 라운딩을 나간 사람들이 ‘110타를 쳤다’, ‘115타를 쳤다’고 하는데 봐주지 않으면 그런 스코어는 거의 불가능하다. 진짜 그렇게 쳤다면 골프 천재라 불러도 좋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100타를 깨는 게 정말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1년 동안 거의 매일 연습장에서 1시간 이상 연습한 덕에 겨우 100타를 깼다.

100타를 깬 후 그는 골프 마니아가 됐다. 영하의 기온에도, 폭우가 쏟아져도 약속이 있으면 무조건 필드로 향했다. 많은 거래처 CEO들이 찾아줘 라운딩 횟수가 잦았다. 한참 재미가 붙었을 때는 “다시 태어나면 프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장마철이었는데, 비가 정말 많이 왔어요. 도저히 골프를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때는 한참 골프에 미쳐 있을 때라 ‘어차피 온 거 치자’ 이렇게 된 거죠. 스카이72CC였는데 골프장에서 우의와 목장갑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비가 그칠 생각을 않는 거예요. 퍼팅을 하는데 물이 너무 많아 공이 굴러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라운딩을 마쳤습니다. 골프에 미친 사람처럼요(웃음). 사우나에 들어가는데 ‘우리 오늘 뭐한 거냐’라고 농담처럼 얘기했어요. 극기훈련을 한 기분인데,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그는 10단위를 깨는 게 매번 어려웠다고 한다. 입문 이듬해인 2008년 가을 90대를 깬 그는 한동안 8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을 오갔다. 싱글은 더구나 쉽지 않았다. 남들은 입문 후 2년 안에 싱글에 진입하는데, 자기만 안 되는 이유를 몰랐다. 그러다 2010년 드디어 싱글의 반열에 들었다.


타수 줄이는 비결은 퍼팅에 있어
입문 4년 만에 싱글을 기록한 그는 모든 덕을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허리를 못 숙일 정도로 스윙을 많이 한 적도 있다. 심지어 가슴 쪽에 담이 와 어쩔 수 없이 연습을 쉬기도 했다. 그럼에도 타수가 줄지 않을 때는 속만 탔다.

그가 생각하기에 타수를 줄이는 비밀은 퍼팅에 있는 듯하다. 초보 때는 드라이버나 세컨드 샷이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퍼팅이 항상 문제가 된다. 퍼팅만 제대로 해도 많은 타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골프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그는 아마추어 대회에 노크했다. 2009년 처음으로 G마켓 주최의 아마추어 마스터스 대회에 나갔지만, 성적은 형편없었다. 이듬해에도 본선까지는 진출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절치부심한 끝에 나간 2011년 그는 79타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끝에서 세 번째 조였는데, 11홀까지 이븐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캐디들이 우리 조에서 우승자가 나올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 말과 동시에 카메라가 우리 조를 뒤따르더라고요. 우리 조에선 제가 1등을 하고 있었으니까 긴장이 될 수밖에요. 그때부터 마지막 홀까지 7홀 모두 보기를 했어요. 해저드에 빠지고 벙커에 들어가고. 보기도 겨우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우승을 했는데, 기분이 정말 좋더군요.”

G마켓 아마추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두 해가 가장 스코어가 좋았다. 생애 최저 타인 2오버, 74타도 2012년 제천 힐데스하임CC와 스카이72CC에서 기록했다.

그렇게 골프에 빠져 살던 그도 최근에는 라운딩 횟수가 많이 줄었다. 회사가 커지고 일이 많아지면서 시간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골프장을 찾는다. 골프라는 운동이 매력도 있지만 사람을 사귀기에 더없이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사업으로 사람을 만나면 경계부터 합니다. 하지만 골프를 치면서 7~8시간을 같이 있다 보면 어느새 형님, 동생이 됩니다. 사우나 하고 술도 한 잔을 나누면서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지죠.”

2년 전부터는 놀이이던 골프가 사업이 됐다. 골프야놀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프야놀자는 골프를 통해 만난 동생(현 류승현 골프야놀자 대표)이 발단이 됐다. 네이버 골프 관련 카페에서 일하던 류 대표가 회사 사정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을 구상했다. 초기 류 대표는 골프 마니아를 위한 카페를 구상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생각하기에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탄생한 게 ‘100돌이 100순이를 위한 골프 커뮤니티 포털 골프야놀자’다.

커뮤니티는 돈을 벌려고 하면 만들어지기 어렵다. 어렵더라도 길게 내다보고 해야 커뮤니티 사업이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커뮤니티에 돈 냄새가 나면 사람들이 모이질 않는다. 회원들의 활동을 제재해서도 안 된다.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여기 재밌네’ 하고 느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초보자들이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커뮤니티가 아쉽다. 그런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2만 명 이상의 회원이 골프야놀자에 몰렸다.

“골프 초보자를 위한 정보는 정말 없어요. 머리 올리러 갈 때 ‘볼만 많이 챙겨오라’고 하는데, 초보자에겐 모든 게 어색하잖아요. 그래서 골프백 내리는 것부터 사우나 하고 계산하고 나올 때까지 모든 절차를 묘사했어요. 그게 조회 수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진짜 초보자들이 필요한 정보가 그런 거죠.”

지난해부터는 골프를 통해 사회공헌도 하고 있다. 소아암돕기 골프대회가 바로 그것. 처음에는 머리를 올려주고 도와준 거래처 CEO들에게 감사 인사를 겸해 골프대회를 열 생각이었는데, 이왕 하는 김에 좋은 일을 하자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회사가 백혈병재단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던 터라 큰 고민 없이 소아암돕기 골프대회란 이름을 붙였다.

“참가비 5만 원을 받고 고객사를 초청해서 합니다. 버디를 하는 분이 5만 원을 내고, 저희도 같이 5만 원을 내 10만 원의 기금을 적립해 재단에 기부합니다. 지난해에는 저희끼리 라운딩을 했는데, 올해는 골프야놀자가 있어서 프로 한 명씩을 끼워서 라운딩을 합니다. 이 행사는 회사가 없어지는 순간까지는 할 겁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