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ine 제 43호 (2008년 12월)

중국 정부의 필사적인 성장 엔진 재시동

중국에 돈의 대역사(大役事)가 시작됐다. 금융 위기의 쓰나미를 막기 위한 ‘위안화 만리장성’이 축조된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4조 위안(약 800조 원)을 쏟아 부어 전국토를 건설 현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수출 품목에 대해선 증치세(부과세) 환급률을 높이고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등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위안화 환율을 평가절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중앙은행)장은 밝혔다. 증시에는 최대 16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 조성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때려잡던 부동산은 이제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부양에 애를 쓰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과열을 잡고 거품을 제거하겠다던 정책 방향이 180도 전환돼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경기 부양에 목을 매는 이유는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기 직전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관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담 출장길에 올랐다가 급거 귀국했다. 셰 장관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G-20 회담 참석에 앞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재무장관 회담을 위해 지난 5일 페루 티루질로에 도착했었다. 그러나 3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페루에 발을 디딘 지 몇 시간 뒤 다시 32시간의 귀국길에 올랐다. 글라디스 오테로 스윈넌 APEC 회담 의장은 셰 장관이 “돌아와 경제 현안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러 간 장관을 중도에 불러 올 만큼 중국 경제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은 아수라장이다.

중국 개혁 개방의 상징인 원저우와 이우시, 수출 중심 기지인 선전시 등에서 7000여 개의 기업들이 부도가 났다. 문을 닫지 않았어도 가동을 제대로 못하는 ‘식물공장’이 늘어간다. 자동차 업체들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중국의 대표 토종 브랜드인 치루이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이 해고 통지서를 수천 장씩 무더기로 발송하고 있다. 10월 산업생산증가율은 8.2%로 전월보다 9.7%포인트 떨어지며 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부동산 가격은 폭락 일변도다. 한 채 사면 또 한 채를 덤으로 주는 분양 사무소가 생겨날 정도다. 1년 전에 비해 70% 이상 떨어진 증시는 고개를 들 줄 모른다.

도이체방크의 경제학자인 마쥔은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지 않을 경우 성장률이 올해 9.8%에서 내년에는 최저 6% 안팎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6년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세계 경제를 움직여 온 소비와 생산 부문의 양대 엔진 가운데 미국은 사실상 정지했고 중국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내려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루비니 교수는 중국은 매년 24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9∼10%의 고성장이 필요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원자바오 총리 주재로 세 번이나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고 경기 부양책을 줄줄이 발표 중이다. 지난 11월 12일엔 수출 품목의 28%에 해당하는 3770개 상품에 대해 다음 달부터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22일 3440개 품목에 대해 같은 조치를 실시, 한 달 동안 수출 품목의 절반 이상에 대해 수출세 환급률이 상향 조정됐다. 중국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역 흑자 감소를 위해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꾸준히 낮추거나 폐지해 왔다. 품목별 세율 조정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철강과 석유 제품에 부과되던 수출세는 폐지됐다. 또 비료 등에 대한 수출세는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 투자 설비를 구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그러나 설비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경우는 부가세를 매겨 중국산 제품 사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인프라 건설은 더욱 적극적이다. 닝샤회족자치구 천연가스를 광저우와 홍콩으로 공급하는 ‘제2기 서기동수(西氣東輸)’ 가스관 건설 사업에 930억 위안(18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광둥성 양장과 저장성 친산의 핵발전소 확장 건설 공사에 955억 위안, 안후이성과 네이멍구 공항 건설에 174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앞으로 2년간 최소 9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지난 5월 대지진이 발생한 쓰촨성과 간쑤성, 산시성 51개 지역에 배정된 지진 피해 지역 재건기금 3000억 위안(60조 원)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공사 착공도 이어지고 있다. 톈진과 친황다오를 연결하는 여객 전용 고속철도가 지난 11월 8일 착공된 데 이어 9일 광시자치주 난닝과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를 잇는 난광철도 공사가 시작됐다. 이 밖에 베이징과 허베이성 스자좡~후베이성 우한을 잇는 노선도 공사에 들어가는 등 11개 노선의 철도 공사가 착공됐다. 최근 시작된 철도 공사는 총투자 규모가 2조 위안(약 400조 원)에 이르는 150개 철도 노선 공사의 첫 부분이다. 이와 관련, 중국 증권보는 철도 공사에 투입되는 예산이 당초 2조 위안에서 4조 위안으로 증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이에 대해 개혁 개방 30년의 거시경제 정책 운용 과정에서 8번째의 변곡점이 찍혔다고 보도했다. 통화 억제와 과열 방지에서 통화 확대와 성장 촉진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는 것.

다시 말해 중국이 투자를 통한 성장이라는 카드를 다시 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말 힘든 과정이 다가오고 있다”며 “성장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위기의 쓰나미가 글로벌 경제를 휩쓸면서 결국 수출이 아닌 내수로 승부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물가를 포기하더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중국은 이번 경기 부양책 발표로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기존의 정책을 정반대로 뒤집어 13억 명의 중국 내수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미미하나마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내수 시장 육성 정책을 겨냥한 상가 전용 투자 펀드들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모 펀드인 홍콩 아지아 펀드는 4억 달러, 미국 그로스버너 펀드는 6억 달러를 각각 조성해 중국의 상가 건물 매수에 착수했다고 상하이데일리가 11월 10일 보도했다. 지난 10월엔 홍콩의 게이트웨이 캐피털이 난닝의 쇼핑센터를 사들였고 미국의 사모 펀드 블랙스톤은 상하이 푸둥의 대형 쇼핑몰을 인수했다. 이날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한 것은 중국에 대한 기대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의 내수 부양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저우샤오촨 은행장은 내년 8~9%의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5%대로 떨어질 것(크레디 리요네증권)’이란 극단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행 차오위안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0년은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추운 겨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 앞으로 적극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 겨우 글로벌화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중국 경제가 범세계적인 경제 위기 앞에서 또 다른 성장 실험을 감행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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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2-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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