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의사 플로랑스 아르노(Florance Arnaud)가 창안한 심리학 용어 데자뷰(deja vu·기시감)는 처음 접하는 상황, 또는 장소인데도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와 반대로 익숙한 상황, 장소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누군가가 뷰자데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경영계에서는 혁신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뷰자데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일상적인 업무도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의도적으로 ‘낯설게 바라보기’를 시도하다 보면 혁신의 돌파구가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해가 바뀌고 난 후 글로벌 경제의 기상도를 놓고 이런 뷰자데를 시도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착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몇 가지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째는 일본 경제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가 대변하듯 저성장, 불경기, 디플레이션 등의 이미지가 고착화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후배 기자는 “니혼케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지난 연말 광고가 폭증해 십수 년 만에 지면 확보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는 전언을 들려줬습니다.

뒤이어 얼마 전에는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은 일본 경제의 부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외신 보도도 들려왔습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 1분기를 기점으로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또 하나의 뷰자데는 유럽 경제입니다. 유럽의 재정 위기는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를 짓누른 먹구름의 근원이었습니다. 작년 초에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유럽의 위기가 고비를 넘겼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정부의 공동보조가 재정 위기에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입니다.

일본과 유럽에서의 이런 뷰자데 외에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중국의 성장 둔화 등 그동안 글로벌 경제에 우려를 자아냈던 요소들도 하나둘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기상도에 드리워진 먹구름에 익숙해 있던 우리의 시선에 드디어 희망의 전조,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때마침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선장을 맞이하게 된 한국 경제에도 이 실버 라이닝이 순항을 예고하는 신호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로벌 경제에서의 뷰자데
편집장 임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