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일부)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반들반들하던 이마엔 주름이 파이고, 도톰하던 입술은 가뭄 속 논바닥처럼 갈라졌습니다. 지난 세월이 쉬웠노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때론 급류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때론 암초에 부딪혀 피를 흘리고, 때론 누군가를 검푸른 강물에 묻으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정점을 지나다 보니, 스산한 바람에도 속이 쓰려 오는 날이 늘어나고, 외로움의 모공도 점점 커져갑니다. 젊은 날의 낭만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의 마음을 가수 최백호가 오롯이 노래로 만들었으니, ‘낭만의 대하여’가 노래방에서 중장년층의 애창곡으로 사랑받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의 낭만이 그리울 때는 그리워해야겠지요. 그러나 서글플 필요는 없습니다. 젊음의 핏줄이 낭만이라면, 중장년의 핏줄은 품격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품격은 이성과 경험, 물질의 영역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절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기에 자신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성찰을 통해 편협과 아집의 좁은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더러 ‘꼰대’ 소리를 듣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의식주의 품질도 중요합니다.

봄바람이 부는 3월입니다. 언 땅 풀리는 소리, 실개울 흐르는 소리, 버들강아지 움트는 소리에 귀가 간질간질한 계절입니다. 봄소식과 함께 부동산이 해동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주택 또한 품격 있는 삶의 필요조건에 속합니다. 3월호 커버스토리로 고급주택 시장의 시황과 트렌드, 투자 전략 등을 다뤘습니다. 스페셜리포트로 이케아 한국 진출을 앞두고 몇 년 전부터 거세게 불고 있는 북유럽 열풍도 진단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품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입니다. 이시형 박사의 인터뷰 기사도 일독을 권합니다. 이 박사는 삶의 생기와 의욕을 주는 사랑, 행복 같은 활력의 원천이 되는 기능 물질이 ‘세로토닌’이라면서 ‘세로토닌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세로토닌적 삶’의 핵심이 바로 ‘품격’이라고 힘줘 말하더군요. 한경 머니는 독자들의 품격 있는 삶을 위한 동반자로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장 권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