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선반공 출신의 룰라가 대통령이 됐을 때 가난한 사람들은 환호하고 부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심지어 세계적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란 악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고통과 경험을 잊지 않았기에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 앞에서는 어머니처럼 울어주는 대통령이었으며, 좌파라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좌우를 넘나들며 성장과 분배 정책을 아우르며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펴는 데 정치 인생을 걸었다.

공산당에 입당해 혁명을 주도하고, 항일전쟁을 지휘하고, 결국 대륙에 공산중국을 세우고, 문화혁명의 광풍에서도 살아남아 마오쩌둥을 보좌한 저우언라이의 정신과 태도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지도자와 비교하더라도 빛을 발한다. 대선을 앞둔 이번 호에서는 한비, 링컨에서 저우언라이, 룰라까지 존경받는 정치가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에 대한 도서를 소개한다.
[Book & Life] 지도자의 삶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다
선반공 출신 룰라의 사랑받는 대통령의 길

서울에서 열린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룰라를 가리키면서 “이분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대통령이다. 룰라 대통령은 나의 우상이다. 나는 그를 깊이 존경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길 룰라(리차드 본 지음·글로연)’는 브라질의 정치사회적 변화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룰라가 걸어온 드라마틱한 삶과 정치 역정을 보여준다.

룰라의 힘겨운 어린 시절은 물론 선반공 노동자를 거쳐 노조지도자로서의 활동 과정, 노동자당 창당과 세 번에 걸친 대선 도전과 실패의 정치 역정, 대통령 당선 후의 리더십, 퇴임 후의 평가까지 그의 인생 드라마와 정치 역정이 모두 담겨 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늘 국민을 대변했기 때문에 연방의원, 사회지도층, 그리고 최고 부유층과 종종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국가 운영에는 차질이 없도록 어느 선에서는 확실히 타협하는 등의 협력과 정치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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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계층 간 극한 대립과 분란을 사전에 막으면서도 서민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이런 노력 덕에 룰라는 재임 8년 동안 단 한 번도 국민으로부터 반감을 산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퇴임 직전 조사에서도 국민의 지지율이 87%에 이를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브라질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굶주린 배를 움켜진 채 잠자리에 들지 않게 하겠다”던 룰라의 약속은 ‘기아 제로’라는 정책으로 실현됐고, 이 밖에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극빈층을 줄이고 중산층 인구를 확대함으로써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고, 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좌파 진영 동료들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 시장 정책을 유지했다.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소득을 늘리고 국가부채를 갚아가면서 마침내 브라질은 거대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의 중국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지도자, 저우언라이

2011년 6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의 ‘육무(六無)’를 기사화했다. 인격과 품격, 격조와 높은 경지의 정신세계, 역사적 이미지와 업적, 이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저우언라이는 중국 인민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육무’는 ‘사망 후 유골을 남기지 않은 사불유회(死不留灰), 살아서 후손을 두지 않은 생이무후(生而無後), 관직에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은 관이부현(官而不顯), 당을 조직했어도 사조직은 꾸리지 않았던 당이불사(黨而不私), 고생을 해도 원망하지 않은 노이무원(勞而無怨), 죽으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은 사불유언(死不留言)’을 말한다.

‘저우언라이, 오늘의 중국을 이끄는 힘(이중 지음·역사의아침)’은 중국 공산당의 혁명 역사인 저우언라이의 일생을 일화 중심으로 쉽게 풀었으며, 그 안에서 중국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국 공산당의 역사와 그 저력을 함께 탐색했다. 저자는 새로 맞이할 중국의 미래를 이끌 나침반으로, 마오쩌둥 시대의 2인자, 중국의 혁명에 헌신하고 27년간 총리로서 중국의 건국과 현대화에 이바지했던 저우언라이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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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주더, 류사오치, 린뱌오가 모두 저우언라이의 지휘권 안에 있었다. 한 사람씩 그를 제쳤다. 그들이 그를 제친 것이 아니라 저우언라이 스스로 낮은 데로 흘러갔다.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했다.

병실에서 암과 싸우면서도 하루 12시간 넘게 일했다. 그의 순응과 순리는 결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달인의 경지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리를 탐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항상 남의 위에 있을 수 있었다.

살맛이 나고 희망이 넘치는 오늘의 중국이 왜 저우언라이를 찾는가? 내복도 기워 입고, 보고 싶은 경극을 보러 가면서도 관객들에게 폐 안 끼치려고 살금살금 중간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나오는, 출장 중에 보좌관들이 낡은 집수리를 했다고 난리를 부리는, 그런 좀생이 같은 총리가 어디가 좋다고 그리워하는가? 빛 속에 어둠이 있고, 양지 곁엔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어둠과 그늘이 있는 한 저우언라이에 대한 중국인의 추모와 사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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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국가를 통합시킨 대통령 링컨의 연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은 미국인들에게는 영웅의 범주에 속하는 인물이다. 노예 해방과 게티즈버그 연설을 통해 분열된 국가를 통합한 영웅으로 미국 국민의 가슴속에 각인돼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정직하고 영민한 데다, 철학과 도덕성을 갖추었으며 예리한 통찰력은 물론 천재적인 판단 능력과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 돼 갔다.

‘링컨의 연설(게리 윌스 지음·돋을새김)’은 역사학 교수 게리 윌스의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신화가 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통해 남북전쟁 당시 미국의 정치, 문화, 역사, 철학, 문학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천재적인 영감에 의해 즉흥적으로 작성됐다고 널리 알려진 그의 연설이 사실은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정치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본문은 긴박했던 1863년 전쟁터 게티즈버그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 1장 그리스 문화 부흥 시기의 웅변술, 2장 게티즈버그와 죽음의 문화, 3장 초월주의 선언, 4장 사상의 혁명, 5장 문체의 혁명 등 게티즈버그 연설을 둘러싼 문화적 배경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이 책은 민주주의와 지도자에 대한 저자의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이 일관되게 반영돼 있다. 그로 인해 신화 속 인물이 된 링컨은 본래의 위치라 할 가장 현실적인 지도자로 돌아와 있다. 유세지역에 따라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견해를 조금씩 바꾸었던 링컨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은 더 친근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간적인 지도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국가 지도자와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리더십의 반은 대화이며, 나머지 반은 지지자들의 몫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없다면 서로 존재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결국 훌륭한 리더십은 구성원들을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을 통해 그런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냈음을 조목조목 논증하고 있다.




한비가 전하는 21세기 리더의 인간관계 전략

“나는 그동안 동양역사서의 근간 ‘사기’ 완역을 비롯해 유가 경전인 ‘논어’, 그리고 병가인 ‘손자병법’ 등을 완역해 보았지만, 한비(韓非)의 글만큼 시대의 삶과 고민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듯 모두 담아내고 있는 책을 보지 못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맹목적인 희망보다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삶의 원칙을 견지하라고 말한 한비의 통찰력은 시공을 초월한다.”

‘한비자의 관계술(김원중 지음·위즈덤하우스)’은 개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기’ 전체를 완역한 김원중 교수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한비의 인간관을 토대로 그의 관계술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의리나 충성과 같은 인간의 감정에 기대지 말고 관대한 인정보다는 엄격함을, 어설픈 신뢰보다는 현명한 불신을 철저한 자기관리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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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면서 상대가 본바탕을 드러내게 하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조정하는 법을 설명한다. 더불어 ‘나를 숨기고 상대를 움직이는 술, 사람을 경계하며 조정하는 술, 가까운 곳부터 살피는 자기관리의 술, 현명한 불신으로 사람을 다루는 술’에 대해서 자세히 들려준다.

온정적인 관계보다는 객관적이면서도 냉정한 이해관계에 주목한 동양의 마키아벨리, 한비는 당시 주변이 온통 강국으로 둘러싸인 전국(戰國)시대의 현실에서 상황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안목을 갖게 됐다. 생존과 패망의 화두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한 한비는 인간에 대한 믿음보다는 불신이란 방식을 택했다.

저자는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확장해 본다면 ‘인간관계론’이라고 말한다. “과연 백성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무력인가? 아니면 소통인가? 군주에게 필요한 당근과 채찍은 무엇이며, 아랫사람을 포상하는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신하들의 충정을 어디까지 믿고 의존할 것인가?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인지 구분이 가능한가?”

23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그가 던진 질문들을 적용해 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가 던진 질문들이 21세기 오히려 섬뜩할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




국내 최고 정치 컨설턴트, 2012년 한국 정치를 컨설팅하다

정치가 몰락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정당은 붕괴하고 있다. 정치는 역사의 무대에서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신화나 전설은 경제나 문화, 스포츠에서 만들어진다. 오늘날 정치는 속도, 공간, 영향력, 시스템, 상품(이념)의 모든 면에서 경쟁자들에게 지고 있다.

‘정치의 몰락(박성민 지음·민음사)’은 한국 정치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략가인 박성민이 현장에서 터득한 감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정치의 본질을 소개한다.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르는 2012년이 과연 보수 우위 시대가 끝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그리고 머리는 우파인데 몸은 좌파인, 20~40대의 분노부터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해 왔던 보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진보와 전략적 대치기로 들어가고 있는 흐름을 분석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의사 결정에 국민의 다수를 참여시킴으로써 갈등을 완화시키고 국정의 기반을 넓히자는 ‘75% 민주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대한민국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인 이념전쟁을 끝낼 것을 강조한다.
[Book & Life] 지도자의 삶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다
지도자가 대중에게 평가받는 조건은 세 가지, 즉 이미지, 업적, 비전이다. 그중에서 짧은 시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이미지다. 이미지는 브랜드, 스토리, 정체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미지만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지도자의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대중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지도자의 또 다른 조건인 업적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가는 또한 국민에게 꿈을 주는 존재다. 케네디와 오바마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다른 미래’를 감동적으로 호소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설은 언제나 꿈으로 가득했다. “전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지도자의 3대 요건 가운데 비전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2012년 대한민국은 정치에 몰입하고 있다. 정치가 없기 때문에 정치를 갈망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지도자를 갈망하는 것이다. 좋은 정치가 있었다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갖지 못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ktkang21@han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