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콘셉트 만들기 …키워드는 재미·공익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발하거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첨가되면 그 효과는 수배로 극대화된다. 대중에게 제품 정보와 기업 이미지를 뇌리에 심어주기 위한 활동인 마케팅 분야는 특히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의 최전선이다. 장기간에 걸친 불황으로 많은 기업이 판매 부진을 겪으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이때 성공한 마케팅으로 고객과 기업 모두 만족스러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거둔 사례들을 모아 봤다.



국내 사례
‘고객에게 날아간다’
이마트 ‘플라잉 스토어’

PRUEBA RULO
PRUEBA RULO
대형 마트야말로 갖가지 마케팅 기법이 총망라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트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마케팅을 넘어 이제 대형 마트도 주말에 손님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마트에서 시도한 ‘플라잉 스토어’는 공공장소, 쇼핑센터, 대형 영화관 등에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매출을 끌어올린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기발한 마케팅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뤄진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강남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에 이마트 로고가 새겨진 트럭 모양의 풍선이 나타난다. ‘플라잉 스토어’로 명명된 유유히 떠다니는 풍선은 단지 브랜드 홍보물만이 아니다. 이 풍선에는 와이파이 공유기가 달려 있어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열고 와이파이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다. 그리고 접속자는 이마트의 다양한 상품의 쿠폰을 다운 받을 수 있다.
[SPECIAL REPORT]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마케팅 아이디어
이마트 플라잉 스토어는 쇼핑 갈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마트와 상관없는 장소에서도 모바일 쇼핑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할인 쿠폰이라는 미끼와 쇼핑 재미도 더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적절한 마케팅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플라잉 스토어의 마케팅 효과는 매출로 나타났다. 플라잉 스토어 판촉 행사가 있었던 올해 1월 오프라인 매출은 9.5%, 온라인 쇼핑은 무려 157%나 늘었다. 이마트의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의 다운로드 수는 플라잉 스토어 판촉 이후 한 달에 5만 건이나 늘었다. 플라잉 스토어 마케팅 활동은 이렇게 말한다.

“고객이 이마트에 직접 오기 힘든 상황이라면 이마트가 고객에게 날아가겠습니다.”



공익 캠페인과 브랜드 홍보를 동시에
에쓰오일 ‘기어 중립 스티커’
[SPECIAL REPORT]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마케팅 아이디어
인기 스타를 광고에 출연시키고 막대한 물량 공세로 TV를 틀 때마다 로고송이 울려 퍼진다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거나 공감을 얻는 시대는 갔다. 반면 마케팅 비용을 우리 사회의 좋은 일에 쓰거나 기부함으로써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공익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에쓰오일은 운전자가 정차할 때 변속기를 중립으로 조절하도록 유도해 연료 소모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공익 캠페인을 벌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서울 시내 운전자의 하루 평균 신호 대기 횟수는 60여 회에 이른다. 신호 대기 때 1분 동안 중형 휘발유 승용차의 변속기를 주행(D)에서 중립(N)으로 변경하면 연료 소모량이 4.8㏄ 줄어든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단순히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재미를 더했다.
[SPECIAL REPORT]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마케팅 아이디어
에쓰오일에서 주유를 하면 앞 유리 바깥쪽에 작은 스티커를 붙여 준다. 중립 변속기를 의미하는 알파벳 ‘N’이 적힌 스티커는 주행할 때는 바람에 날려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신호 대기 등으로 차가 정지하면 ‘N’ 스티커가 앞 유리에 밀착돼 운전자에게 ‘변속기를 중립에 놓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메시지 옆에는 에쓰오일의 로고가 붙어 있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변속기 중립을 유도함으로써 1분에 4.8cc의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000원으로 가정해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 기름값을 1만8000원 아낄 수 있다. 1년으로 환산하면 소나무 8920만 그루에 해당한다.

에쓰오일의 기어 중립 스티커를 기획한 제일기획은 지난 9월 있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광고제인 스파익스 아시아에서 미디어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아침 식사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임
던킨도너츠 ‘모닝 스타트업’
[SPECIAL REPORT]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마케팅 아이디어
우리나라는 아침을 사먹는 문화가 외국에 비해 일반화되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을 아예 거를 때도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침 식사 서비스 시장은 침체돼 있다.

던킨도너츠는 건강식 아침 메뉴를 개발해 선보였지만 매출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던킨도너츠는 아침 매출을 오후·야간 매출만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바로 이것이었다. 던킨도너츠는 게임을 즐기듯이 재미있게 아침 식사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알람 애플리케이션(앱) ‘모닝 스타트업(Morning start-up)’을 만들었다. 이 앱은 알람이란 실용적 기능이 있으면서도 마치 게임에서 시간 안에 미션을 클리어하는 재미도 제공한다. 물론 미션을 클리어하면 던킨도너츠 아침을 최대 절반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모닝 스타트업 앱으로 다음날 아침 기상 시간 알람을 설정하고 그날 먹고 싶은 아침 메뉴를 고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기상 후 3시간 내에 출근길 혹은 등굣길에 가까운 던킨도너츠 매장에 들러야 한다. 매장 안에서 앱을 실행하면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울트라 사운드가 자동으로 인식돼 할인 쿠폰이 주어진다.

이러한 아침 먹기 미션에 대한 내용은 페이스 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고 친구들과 랭킹을 매겨 겨룰 수도 있다. 매일 저장되는 아침 먹기 미션 정보는 기록으로 쌓여 평균 기상 시간,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총 할인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장에 3시간 안에 도착해야 하는 레이싱 같은 게임을 실생활에서 즐기는 듯한 재미는 물론 이는 최첨단 정보기술(IT)도 접목된 캠페인이다. 스마트폰에 닿으면 자동으로 인식되는 울트라 사운드 태깅은 쉽고 간편한 인증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모닝 스타트업 캠페인은 처음에 서울의 5개 매장에서 실시됐다. 아침 시간 매출도 늘고 참여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이 캠페인은 전국 모든 매장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해외 사례
채용 과정을 마케팅 수단으로
하이네켄 ‘취업 지원자’
[SPECIAL REPORT]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마케팅 아이디어
네덜란드의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은 챔피언스 리그 등 축구를 활용한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올 초 하이네켄은 축구와 함께 전 세계적 관심사인 취업을 연계한 새로운 영상 ‘취업 지원자(The Candidate)’로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이 광고에는 ‘모든 면접의 질문은 똑같다. 지원자들이 준비해 온 답도 똑같다’는 설명과 함께 하이네켄만의 독특한 면접 3단계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상황은 면접 장소에 들어올 때 회사 직원이 지원자의 손을 잡고 들어오게 되고 면접관은 이에 대한 소감을 묻는다. 면접이 끝나고 자리를 나설 때도 역시 손을 잡고 나간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어색한 첫 만남에 손을 잡는 모습에 당황한다. 두 번째는 면접 도중 면접관이 쓰러지는 상황이다. 지원자들은 급하게 밖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직접 응급처치에 나서기도 하고 면접관의 볼을 두드리는 등의 대응에 나선다. 그런데 면접관은 쓰러진 상태에서 다시 질문을 던지며 지원자를 황당하게 만든다.

마지막 단계는 면접이 진행되고 있을 때 비상사태로 급히 대피하게 되는 상황이다. 구조원들이 밖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다른 직원을 구하려고 하는데 사람이 모자란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물론 위급 상황에서 지원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리 꾸며 놓은 설정이다.

세 가지 단계를 거쳐 17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3명의 최종 후보가 선정됐다. 하이네켄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투표를 실시해 최종 합격자를 뽑았다. 제이디지·제스퍼 등 다른 두 후보를 제치고 결국 네티즌의 선택을 받은 것은 ‘가이 루칭’이라는 후보자였다. 가이 루칭은 응급 상황에 망설임 없이 참여했고 옥상 위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며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가이 루칭은 하이네켄이 공식 스폰서를 맡고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유벤투스와 첼시의 경기에 초대돼 경기 전 행사 진행을 도왔다.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주제가가 울려 퍼질 때 전광판에 가이 루칭이 면접을 보는 영상이 나오며 “가이 루칭, 당신은 채용됐습니다(Guy Lutching, You got the job)”라고 합격을 알려줬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중에게 축하를 받은 가이 루칭은 현재 하이네켄에서 일하고 있다.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이네켄 전 직원 중 91%가 캠페인 영상을 지켜봤고 캠페인 후 채용 지원서가 약 317% 증가해 지원자 수가 무려 4억2200만 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이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약 500만 건 이상에 달하고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2013 칸 국제광고제 PR 부문 금상, 프로모 & 액티베이션 부문 은상 등을 수상했다.



광고판이 시민들의 편익을 높인다
IBM ‘지능형 도시 만들기’

[SPECIAL REPORT]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마케팅 아이디어
도시에 가득한 옥외 광고판, 메시지는 둘째 치고 넘쳐나는 광고 홍수로 때로는 공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옥외 광고판이 시민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이런 발상의 전환을 IBM이 시작했다. IBM의 ‘지능형 도시 만들기(Smarter Cities)’ 캠페인은 스마트 시대에 광고판이 하나의 도시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즉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벤치가 없어 사람들이 땅바닥에 앉아 있는 곳에 광고판을 설치한다. 벽에 설치된 광고판은 아랫부분이 휘어 있어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를 제공한다.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도 광고판이 역할을 한다. 광고판의 윗부분 역시 곡선으로 휘어 있어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자전거나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기 힘든 계단에도 경사로 형태의 광고판이 시민의 편리를 돕는다.

광고판에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광고판에는 이런 문구가 인쇄돼 있다. ‘지능형 도시를 위한 똑똑한 아이디어(Smart Ideas for Smarter Cities)’, ‘IBM의 지능형 도시 만들기에 참여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광고 캠페인과 사회 공헌 사업을 접목한 IBM의 ‘지능형 도시 만들기’ 캠페인은 2011년부터 본격 진행되고 있다. 2010년 시범 도시 7개, 2011년 24개, 2012년 33개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도시의 핵심 시스템(환경·교통·도시계획·문화·브랜드·마케팅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 세계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모 사업에 지난해 말 최종 선정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