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사원에서 임원까지 '코딩 삼매경' ] -한준성 하나금융그룹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
-전 직원이 ‘이노베이터’ 되는 게 목표
“코딩은 디지털 시대의 기본 소양, 고객 위한 ‘혁신’의 출발점이죠”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우리가 다 수학자가 되기 위해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는 건 아니잖아요. 기본 소양인 거지. 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기본 소양이죠.”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드론 등 세상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디지털 전환’은 금융·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의 ‘가장 시급한 화두’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분야는 단연 금융이다. 한준성 하나금융그룹 그룹디지털 총괄 부사장은 지금 현재 금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투의 진두지휘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한 부사장은 2006년 무렵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하나금융의 디지털 전략에 관한 큰 그림을 함께 그렸다. 전지지갑 하나N월렛, 모바일 은행 원큐뱅크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하나금융그룹에 ‘디지털 문화’를 심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주도한 것 역시 그다. 지난 2월 11일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한 부사장을 만나 디지털 인재의 육성과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은행원에게 디지털 교육이 왜 중요한가요.


“금융과 정보기슬(IT)의 결합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글과 같은 IT 회사들이 은행의 경쟁자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비자들도 이런 변화를 그 누구보다 빠르고 가깝게 체감하고 있고요. 하나금융그룹이 ‘소비자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 회사’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죠. 앞으로 금융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은행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디지털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문화가 마련돼야 합니다. 디지털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업점에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직원이라도 기본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모든 은행원이 ‘디지털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문화를 강조하셨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교육은 물론 ‘디지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 내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문화’를 심는 것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가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죠, 이미 은행의 수익 구조만 보더라도 지점에서 대면 영업을 통한 경로보다 모바일과 같은 디지털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의 수익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고 모바일 뱅킹 앱이 디지털 전환은 아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으러 은행 영업점에 왔다고 하죠. 예전에는 그저 은행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은행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대출 상품을 제대로 소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를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상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수많은 ‘정보’들이 필요할 때 적시에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고객과 직접 접대하는 영업점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됐을 때와 아닐 때는 고객들의 경험이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의 첫걸음으로 ‘코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코딩은 디지털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해하는 데는 코딩보다 좋은 게 없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하나만 만들어 보면 그 앱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속속들이 이해하게 됩니다. 단순히 잘 만들어진 앱을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앱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은 코딩 교육을 통해 ‘디지털적인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컴퓨터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컴퓨터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논리적 과정’들이 필요한지를 익힌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이 사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으면, 예를 들어 고객들을 응대하는 과정에서도 ‘아, 이런 점을 고객이 불편하게 여기는 구나.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해집니다. 단지 디지털 전문가뿐만 아니라 하나금융그룹의 모든 직원들이 이와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게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하는 게 하나금융그룹이 추구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고 디지털 금융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코딩 교육 후 직원들의 디지털 혁신 아이디어가 실제 적용된 사례가 있나요.


“그럼요. 이미 사내에서 몇몇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어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이노베이터’들이 적지 않습니다. 코딩 교육을 통해 하나금융그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전 직원이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노베이션’, 즉 ‘혁신’이라는 것은 결국 ‘무엇이 왜 필요한가’를 찾아내는 싸움입니다. 개인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예전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고객들이 돈을 뽑은 다음 자꾸 카드를 잊어버리고 가는 거예요. 왜 그런지 살펴보니 카드보다 돈이 먼저 나오니 돈을 찾은 다음 카드를 되찾아 가는 것을 잊어버리기 십상인 거죠. 그래서 제안했던 게 고객들이 카드를 먼저 뽑은 다음 돈이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었어요. 아주 간단한 과정을 하나 바꿨을 뿐이죠. 이런 작은 ‘프로세스의 변화’ 하나가 고객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이노베이터’들이 제안했던 대표적 서비스가 ‘환전 지갑’이에요. 일종의 모바일 환전 서비스인데, 단 몇 번의 터치만으로 미국 달러와 유로화 등 총 12종의 외화를 손쉽게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2018년 11월 처음 선보여 10개월 만에 거래 100만 건을 돌파할 만큼 호응도가 높았습니다.”


-코딩 교육을 어려워하는 직원들은 없나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젊은 직원들일수록 코딩을 비롯한 디지털 교육에 더욱 적극적이죠. 본인들이 원해서 더 전문적인 과정을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코딩’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아닙니다. 요즘엔 툴이 워낙 잘돼 있어 3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스마트폰에 아주 간단하고 기초적인 앱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현재 하나금융그룹에서 실시하고 있는 디지털 교육 과정은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집합 교육을 병행해 실시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한 번 개설되면 순식간에 마감돼 버릴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과정들을 통해 직원들이 ‘코딩’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을 받은 이후 관련 분야로 전문성을 더 개발하고 싶다는 직원들에게는 심화 학습 과정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딩 교육을 통해 하나금융그룹이 얻고자 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하나금융그룹의 미래 방향은 뚜렷합니다. 더 이상 ‘금융회사’에만 머물러서는 생존할 수 없고 ‘IT 회사’로서의 역량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코딩은 디지털 시대의 기본 소양과 같은 겁니다. 물론 모든 은행원들에게 이와 같은 ‘기본 소양’이 필요하지만 특히 상품을 개발하는 직원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코딩’과 같은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디지털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요. 아주 쉽게 비유해 볼게요. 우리가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규칙’을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의 재미는 굉장히 다르잖아요. 하나금융그룹이 ‘데이터 기반 정보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모든 직원이 다 ‘손흥민’이 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적어도 모든 직원이 손흥민의 경기를 막힘없이 이해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은행 직원이 모두 다 코딩을 통해 스마트폰 앱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다면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 보다 더 큰 경쟁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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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