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등 고배당 대기업 많고 업종 분산…분기별 배당금 지급도 매력

고배당 주식에 대한 투자가 화두다. 정부의 새로운 경제팀이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기업들의 배당을 높이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최근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배당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코스피 지수가 수년 동안 유지해 오던 박스권 상단인 2050선을 추세적으로 상향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현재 고배당주 투자는 정책에 의한 단기 테마성 이슈로 제기되고 있지만 향후 저성장 국면에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현금 흐름을 얻는다는 차원에서 좀 더 긴 안목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고배당 주식과의 차이점을 살펴봄으로써 배당 투자에 대한 기회와 시야를 넓혀 보자.

배당이란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당을 위해서는 영업 활동에 의한 지속적인 이익과 현금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한 배당을 나눠 주는 소위 ‘배당주’로 분류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주주들의 돈인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했는지 나타낸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배당수익률은 일반적으로 ROE를 웃돌기 어렵다.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자기자본으로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고배당 기업을 구분하는 기본 잣대는 시장 평균 이상의 배당수익률이다. 고배당 기업들은 주로 정유·텔레콤·유틸리티처럼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성숙기에 접어든 대기업들이 많다. 성장기에 있는 기업들이 재투자를 통한 주가 상승을 추구하는 반면 성숙기의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주주에게 환원한다. 배당수익률은 기업의 가치 평가 도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배당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나타내며 등락하는 주가는 시장이 평가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배당수익률을 통해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현재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한국은 고배당 대형주 4종목 불과
당국에 의한 배당정책 변화 기대가 높아지기 전까지 한국 주식시장은 배당 수익을 추구하기에는 비교적 까다로운 시장이었다. 2013년 기준 코스피200의 배당수익률은 약 1.14%다. 반면 전 세계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약 2.4%다. 선진 유럽 시장은 3.30% 수준이다. 2004년부터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낮아진 것은 물론 주가가 상승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성장에 비해 배당금 성장률이 따라가지 못한 면도 있다. 당국이 기업들의 배당을 늘리도록 독려하는 배경도 이해가 간다. 더구나 수익이 발생할 때에는 배당에 인색한 반면 손실이 난 때에는 바로 배당금을 축소하거나 중지했던 경우가 많았다. 최근 3년간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배당금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미국이 배당 투자 ‘황금 어장’ 된 까닭
배당 투자는 무엇보다 안정성을 우선으로 한다. 안정성을 측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가총액도 중요한 요소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이면서 배당수익률이 1%가 넘는, 즉 평균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분포는 주로 5조 원 이하다. 10조 원 이상의 기업을 찾는다면 포스코·SK텔레콤·KT&G·SK이노베이션 등 4종목으로 좁혀진다.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5% 이상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들은 주로 1000억 원 미만의 소형주다.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같은 배당금이라도 나눠서 여러 번 지급하는 게 투자 수익에 긍정적이다. 국가별 배당 지급 형태를 보면 미국 배당주의 99%가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과 호주 대부분의 배당 기업들은 반기 배당을 주로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미국이 배당 투자 ‘황금 어장’ 된 까닭
배당금 100만 원을 연말에 한 차례 받는 것과 분기별로 25만 원씩 나눠 받는 것은 다르다. 현금 흐름 측면에서 같은 금액이라도 나눠서 자주 받는 편이 좋다. 재투자의 기회라는 차원에서도 1년에 한 번 재투자하는 것보다 1년에 네 번 재투자할 수 있다면 더 유리하다. 배당을 자주 지급하는 것은 투자자의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금 흐름과 재투자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 증시는 연간 배당금 지급 횟수가 적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증시에서 1%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들 중에서 상당수인 84.6%가 연간 1회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수익 줄어도 배당 수준 유지
해외 기업들의 배당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압도해 왔다. 선진 유럽과 선진 아시아 국가들의 배당수익률은 2%를 웃돈다. 미국 또한 최근 2년 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약 1%대 후반으로 낮아졌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를 제외하고는 최근 10년 동안 배당금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가 없다. 이렇듯이 해외 기업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1~2년 동안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직전 연도의 배당금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점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는 높은 배당수익률을 지급하는 대기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면도 있지만 우선 해외에는 시가총액이 큰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상장돼 있다. 세계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 증시를 보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 중 배당수익률이 3%를 웃돌고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약 10조 원)를 초과하는 기업은 50개가 넘는다. 제너럴일렉트릭(GE)·필립모리스·맥도날드 등이 대표적이다. 시가총액 기준을 약 1조~10조 원으로 낮춘다면 트랜스포머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완구 업체 하스브로(Hasbro) 등 150여 개 기업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증시에서도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로열더치쉘, 석유 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유니레버 등 시가총액이 큰 고배당 기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호주의 은행주들은 매년 6%대의 배당을 하고 있다.

업종 다변화를 통한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시장 평균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보이는 기업들의 업종별 분포도를 그려보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경기 소비재와 유틸리티다. 미국의 경우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는 주로 주주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영 기업이다. 한국 유틸리티 섹터의 고배당주는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한국전력과 그 계열사에 국한된다. 고령화로 향후 헬스 케어 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 해외에는 국내에서 찾기 힘든 머크나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의 배당수익률은 3%를 웃돈다. 이처럼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린다면 한국에 투자하기 어려운 업종에도 투자할 수 있다.

고령화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의 감소, 그에 따른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은 세계적인 화두다. 자금 수요 부진으로 국내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2%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인컴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꾸준히 이익을 창출해 내는 기업들, 안정적으로 매년 고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에 대한 장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주로 해외 고배당주 투자가 더 매력적이었다면 이번 정부 정책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고배당주에 대한 장기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