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인공지능 시대, 반도체·마이크 뜬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기 수혜’ 전망
자동차 vs 가전제품, ‘플랫폼 왕좌’는?
(사진)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가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7에서 아마존의 음성 비서인 알렉사와의 통합 연결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도 역시나 큰 관심을 받았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2016년에는 신선했지만 2017년에는 진부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드론·사물인터넷(IoT)과 연결된(커넥티드) 가전 기기 등 CES의 키워드가 반복됐다. 지난해와 올해 출품작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웠을 정도다.

사람들은 이번 CES 2017의 화두를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에서 찾는다. 물론 이 두 기술은 미래의 방향성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와 IoT 모두 히트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므로 ‘기술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더 중요한 때다. ‘왜 자율주행차를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소개하는 것일까’, ‘왜 인공지능이 바로 지금 이 시점에 대두되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

CES의 자동차 부스와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미래 기술 부스는 무엇이 다를까. 정답은 ‘반도체’다. 지금까지는 가전제품용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의 영역이 달랐다. 하지만 앞으로는 똑같은 반도체가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사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기능과 목적이 똑같아진다는 얘기다.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기술적으로 하나의 ‘인공지능 기기’ 카테고리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이번 CES의 가장 큰 수확이다.


◆가전 박람회의 주인공이 된 자동차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컴퓨터가 기존의 논리적이고 정형화된 판단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비정형화된 판단들까지 하게 되는 시대다.

스마트폰의 다음 시대를 이야기할 때 인공지능부터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CES 2017에서 제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는 결론이다.

이번 CES에서 눈에 띄는 신제품이 탄생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타이밍’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를 열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반 기술을 준비하는 단계다.

패러다임 전환 단계로 보면 플랫폼이 세트업되는 데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 하드웨어(HW)에서는 메인 프로세서가, 소프트웨어(SW)에서는 메인 운영체제(OS)의 기술이 구체화돼야 한다. 이 와중에 세트 업체가 새로운 하드웨어 입출력 기술을 이용해 킬러 디바이스를 내놓아야 한다.


◆HW ‘엔비디아’, SW ‘아마존’ 앞서

지금 단계에서 하드웨어인 시스템온칩(SoC)의 주인공은 엔비디아다. 2016년 자율주행 모듈인 PX2를 공개한 엔비디아는 2017년에 새로운 자율주행차 SoC인 자비에를 공개했다. 2016년에 비해 구체화된 SoC다.

인상적인 것은 히어·젠린과 같은 지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ZF·보쉬 등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와 협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플랫폼의 메인 반도체 역할을 차지하기 위한 엔비디아의 행보가 퀄컴·인텔·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비해 많이 앞서고 있다.

이에 비해 퀄컴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용 SoC를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의 최강자이며 지금도 많은 자동차 업체들과 연구 중인 퀄컴에는 간절함이 부족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또한 전략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두 업체가 인공지능용 SoC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소프트웨어인 OS의 주인공은 아마존이다. CES 2016에서 인공지능 플랫폼이 가전제품의 연결에만 집중했다면 CES 2017에서는 무슨 플랫폼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좀 더 중요한 화두가 됐다. 가장 돋보인 것은 아마존 알렉사다.

화웨이의 모바일, LG전자의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월풀의 오븐이나 포드의 자동차까지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마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전략처럼 인공지능 시장에서의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인공지능 시장에서 알렉사가 안드로이드를 대체한다면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잇는 IT 지배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풋 디바이스는 마이크다. 물론 소프트웨어인 음성인식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고 하드웨어인 마이크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OS 플랫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주제는 바로 ‘음성인식’이다.

예전에는 스마트 홈을 이야기할 때 스마트폰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커넥티드 가전제품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대신 음성인식을 통해 기기와 소통하는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 시대에 터치스크린을 재발견해 키보드를 대체한 것처럼 이번 CES 2017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마이크가 터치스크린을 대체할 것을 확인해 준 셈이다.

마이크의 수요는 집 안과 사무실 곳곳으로 확대되고 멀리서도 들을 수 있도록 파장을 올리며 노이즈를 줄일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의 음성과 다른 사람의 음성을 구분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CES 역시 우리 기업들이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플랫폼을 세팅하는 역할은 실리콘밸리에서 맡고 있다.

한국 기업은 주로 하드웨어의 기술적인 부분과 소비자 보급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혜주를 찾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번에 확인한 기술의 방향성은 고사양 반도체,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 마이크의 채용 확대로 정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