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이동통신(MVNO) 이슈 관전 포인트

국정감사를 앞두고 MVNO(저가 이동통신)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 erator)’를 풀이하면 ‘가상통신망사업자’로 실제 통신 설비를 갖추지 않았지만 통신망을 빌려서 마치 이동통신사인양 고객을 모집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동통신 재판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존의 SK텔레콤·KT·LG U+는 ‘가상(virtual)’을 뺀 ‘MNO(Mobile Network Operator)’라고 부른다. 다만 이런 구분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용어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저가 이동통신’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마치 항공사에서도 기존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가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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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도 과거 미국서 MVNO 사업 경험

현재 MVNO 사업자들은 SK텔레콤과 KT의 이동통신망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로 지정돼 의무적으로 MVNO에 통신망을 제공해야 한다. 가격도 고시에 따라 매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다.

KT는 의무 제공 사업자는 아니지만 수익 다변화를 위해 MVNO 외의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망을 공급해 오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의 망을 이용하는 MVNO 사업자는 한국케이블텔레콤(KCT)·아이즈비전·한국정보통신 등 3곳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음성통화보다 카드 결제용으로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므로 실제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저가 이동통신은 2곳이라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MVNO에 대해 달가운 처지가 아닐 수 있다. 자사 고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SK텔레콤이 과거 미국 진출을 위해 설립한 회사 ‘힐리오’도 미국 스프린트 넥스텔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MVNO였다.

KT망을 이용하는 MVNO 사업자는 수십 곳이 되는데, 그중 음성통화 사업자를 정확하게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프리텔레콤·에넥스텔레콤·에버그린모바일·씨엔커뮤니케이션·인스프리트·에스로밍·온세텔레콤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저가형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정확히 집계하기 힘들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망을 이용하는 MVNO 가입자 수는 7월 1400명, 8월 3500명가량이다.

MVNO는 올 7월 1일부터 시작됐다. 애초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 KT의 자회사인 KTIS(케이티스)도 MVNO를 시작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서비스 개시 1주일을 앞둔 6월 24일 “기존 사업자의 계열사가 MVNO에 진입하는 것은 신규 사업자를 통한 시장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 반한다”며 유예 조치를 취했다.

행정지도를 통해 ‘유예’라는 방식을 썼으나 법으로 금지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SK텔링크도 MVNO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항공사도 대한항공이 ‘진에어’로 저가 항공 시장에 참여하고 있듯 저가형 시장에 기존 사업자가 참여하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SK텔레콤 측이 저가 항공사의 사례를 그다지 강하게 어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가 운항을 개시한 것은 기존 저가 항공사인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첫 운항을 개시한 2005년 8월보다 3년이나 지난 2008년 7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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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SK텔·KT의 진출 막을 법률 검토

한편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이경재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사 자회사의 MVNO 사업 제한에 대해 법적으로 제도화할 것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경재 의원실은 “법적으로 규제가 가능한지, 이것이 위헌 소지는 없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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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VNO 시장은 고객 1만 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걸음마 단계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기존 대형 통신사들이 들어오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MVNO 업체 관계자는 “MVNO가 원래 사용량이 많지 않은 노인과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 한정된 시장으로 마진율이 높지 않아 대기업이 자사 고객 감소를 감수하면서 마케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는 MVNO의 번호 이동이 자유롭게 가능해지는 내년 4월쯤에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SK텔레콤 사용자가 SK텔레콤의 망을 이용하는 MVNO에 가입하면 기존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없다. 그러나 SK텔레콤 가입자가 KT망을 이용하는 MVNO에 가입할 때는 쓰던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곳도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