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外 │ 매거진한경

정신분석학의 베일을 벗기다

1904년 취리히 정신병원에 사비나 슈필라인(키이라 나이틀리 분)이 입원한다. 칼 융(마이클 패스벤더 분)은 사비나에게 대화 치료법을 실시하며 그녀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당한 학대 때문에 성도착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융은 정신분석의 거두 프로이트(비고 모텐슨 분)와 교유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성적 접근만으로 제한하는 프로이트와 무의식·초능력·신비 체험으로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는 융은 갈등을 빚는다. 1904년부터 1913년에 이르기까지 융과 프로이트, 사비나의 관계는 정신분석의 발달 단계를 은유하는 연대기다.

‘크래쉬’,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 등 도발적이고 매번 어떤 선을 넘어가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영화는 정적이고 은유적이다. 희곡 ‘토킹 큐어’가 원작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이미지의 힘보다 기나긴 언어 텍스트를 압축해 대사들 속에 대단히 많은 결을 끼워 넣는 방식을 택한다.

프로이트와 융의 불화에는 정신분석에 대한 견해차뿐만 아니라 계층적 갈등도 존재했다는 것을, 융이 아내로부터 벗어나 사비나(그리고 이후에는 토니)와 불륜을 지속적으로 저지른 이유에는 돈과 섹스의 의존적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시 정신분석 학계에서 여성은 남성 정신분석의의 일종의 뮤즈 역할로부터 시작해야만 위치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매개에 대한 영화다. 인물들은 편지를 통해 대화하고 사비나는 프로이트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융을 매개체로 내세우며, 인물들이 속내를 털어놓을 때는 꿈에 빗댄다. 사비나와 융은 상충되는 힘의 충돌에서 새로운 진실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프로이트 역시 말년에 이르러 성적 충동만이 인간 행동의 근원이 아니라 그것을 경유하거나 혹은 넘어서는 또 다른 충동, 즉 죽음 충동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대면만으론 불충분한, 간접적이고 우회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1899년 출간됐고, 영화는 1895년 탄생했으며 그 무렵 영국에서는 탐정 셜록 홈스가 탄생했다. 인간의 외면부터 시작하며 무의식의 흐름까지 전부 파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이다. 크로넨버그의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그 같은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시기를 세 남녀의 실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 그의 다음 작품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아가는 백만장자의 이야기 ‘코스모폴리스’다.

I AM.(아이엠)
감독 최진성
출연 강타, 보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스타들의 지난 16년의 기록. SM의 4824개 테이프와 엠넷(M.net)의 4415개 테이프를 바탕으로 오디션 모습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무대인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 오르기까지를 보여주는 리얼 다큐멘터리.

다크 섀도우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클로이 모레츠

18세기를 주름잡은 유명한 바람둥이 바나바스 콜린스(조니 뎁 분)는 마녀 안젤리크(에바 그린 분)의 사랑을 거부한 뒤 안젤리크의 저주를 받아 생매장당한다. 200년 뒤 현재의 미국, 뱀파이어로 깨어난 바나바스에게, 또다시 안젤리크가 찾아와 끈질긴 애정 공세를 펼친다.

두레소리
감독 조정래
출연 김슬기, 조아름, 함현상, 최은영

판소리 명가의 손녀딸인 슬기는 집안과 학교의 과도한 기대에 시달리고 부모님을 여읜 아름은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에 진학해야만 한다. 한편 교육청으로부터 합창대회 참가 통보를 받은 학교는 서양음악을 전공한 함 선생에게 이 임무를 맡긴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