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영화] 오일 왕자의 황당 프로젝트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이완 맥그리거, 에밀리 블런트

중동 사막 한복판에서 연어 낚시를 하려면 최소한 연어가 몇 마리 필요할까. 정답은 1만 마리다. 수로 건설까지 하면 자그마치 5000만 파운드(약 860억 원)가 드는 대형 공사다. 실현 불가능한 억지다. 그런데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영국 총리실 홍보 담당자 패트리샤(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는 중동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예멘 오일 왕자의 이 원대한 계획을 덥석 수락한다. 왕자는 진지하다. 일생 낚시라곤 상상도 못 해본 예멘 사람들과 문화를 나누고 싶은 꿈이다.

영국 해양수산부의 고집스러운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 분)는 상관의 명령으로 왕자의 투자 컨설턴트 해리엇(에밀리 블런트 분)을 만나지만 탁상공론만 주장하는 그에게 이 모든 건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일 뿐이다. 그러나 왕자의 믿음이 차츰 그를 움직인다. 바람과 빗줄기와 추위 속에 계속해 기다리는 게 낚시꾼의 마음이다. 사막에서 연어 낚시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그런 종류의 믿음이다. 우리 연어 지키기 푯말을 세우는 요란스러운 영국 낚시계의 움직임과 왕자의 시도를 위협적으로 견제하는 무슬림 조직의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매 순간 풍자적인 웃음과 함께 고민들을 던져준다.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이 만든 고정관념에 갇혀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설혹 이미 최악의 잿더미일지라도 다시 꿈꿀 희망은 늘 남아있다는 것을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결코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넌지시 증명한다.



애나벨
[영화] 오일 왕자의 황당 프로젝트
감독 존 R. 레오네티
출연 애나벨 월리스, 워드 호튼, 알프리 우다

할리우드 호러의 새 지평을 연 말레이시아 출신 제임스 완 감독이 ‘쏘우’ 시리즈에 이어 택한 건 의외로 오컬트다. ‘애나벨’은 그의 오컬트 히트작 ‘컨저링’의 귀신 들린 인형 애나벨의 사연을 파헤치는 스핀오프 영화. 제임스 완 사단의 촬영감독 출신 존 R. 레오네티가 연출을 맡아 잔혹한 묘사 없이도 긴장의 끈을 쥐락펴락한다. 스토리는 다소 허술하지만 장르 팬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만한 범작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영화] 오일 왕자의 황당 프로젝트
감독 임찬상
출연 조정석, 신민아

“사랑해~ 미영!” 박중훈의 이 대사가 1990년대의 유물이라고 여겼다면 오산이다. 이명세 감독의 사랑을 받은 신혼부부의 로맨스가 14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박중훈과 고 최진실의 부부 역은 ‘납뜩이’ 조정석과 신민아가 이어 받았다. 원작의 티격태격 부부 관계를 십분 살린 한편 시대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대통령의 이발사를 그린 2004년 수작 ‘효자동 이발사’ 임찬상 감독의 반가운 컴백 작.



킬 유어 달링
[영화] 오일 왕자의 황당 프로젝트
감독 존 크로키다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데인 드한, 엘리자베스 올슨

해리포터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악당 그린 고블린의 청춘 성장담. 1944년 비트 세대 작가 앨런 긴즈버그(대니얼 래드클리프 분)는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와 문학 운동을 시작하지만 모두의 뮤즈 루시엔(데인 드한 분)이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반항적인 비트 세대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뒤섞인 퀴어 청춘 드라마. 20대 중·후반 배우들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담았다.


나원정 맥스무비 기자 wjna@max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