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첫째, 역량 알아줄 상사 찾아라… 둘째, 조직 기여도 높여라
‘존재감’ 없는 李대리 위한 극약처방
(사진) 2016년 개봉된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의 주인공 로키(람지 베디아 분)는 회사에서 존재감 제로, 자신감 제로의 일상을 보낸다. /‘사랑은 부엉부엉’ 공식 사이트

[한경비즈니스 칼럼=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 모 대리는 요즘 몹시 우울하다. 최근 부서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한 말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강 모 부장은 평소 말이 별로 없었는데 그날따라 술을 마셔 그랬는지 옆에 있는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그가 던진 한마디가 그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미안하지만 이 대리는 존재감이 거의 없어.”

술김에 한 말이었지만 강 부장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입사 이후 결근은 물론 지각 한 번 안 할 정도로 성실했다. 회사 규칙을 어긴 적도 없었다. 업무를 소홀히 한 적도 없었고 성과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직장 동료들과 별로 엮이고 싶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가급적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퇴근하곤 했다.

그렇다고 직장 상사와 동료들 사이에서 투명 인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니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했다.

‘내가 허수아비나 유령 같은 존재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2016년 개봉된 프랑스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은 이 대리처럼 존재감이 없는 남자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로키(람지 베디아 분)는 직장에서 벽의 그림 같은 존재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얼마나 존재감이 없었으면 인턴사원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그에게 구석자리로 옮기라고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같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한마디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시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고양이보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비하한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카페 종업원이 인사만 건네도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지낼까.

◆ 기업도 ‘존재감’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 중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답답해한다. 나름 열심히 일했고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사와 동료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외면하고 허드렛일만 시킨다고 생각한다. 일부 직장인들은 회사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에 불만과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존재감은 직장 생활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조직이라도 그곳에서 인정받고 중심 역할을 하는 것과 주변을 맴돌며 단순 업무나 처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존재감이 약하면 승진이나 보상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해진다. 존재감은 역할과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조직 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핵심 인재들이 기업의 특별 관리를 받는 것도 존재감과 관련돼 있다. 핵심 인재는 잠재 역량이 뛰어나 앞으로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직급이 낮아 중요한 업무를 맡을 수 없다. 회사의 조직 체계 때문에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존재감 없이 지내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회사에 오래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특별 관리한다. 이들이 직장에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둔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주고 주요 업무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빠르게 승진시키고 경영자들이 직접 멘토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 핵심 인재들이 조직에서 중요한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존재감은 이렇게 직장인들의 직장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존재감을 못 느끼는 직장인들이 의미 있고 주목받는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방법은 많은 직장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의 자질과 역량을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는 것이다. 자신의 자질과 역량을 알아줄 백락(伯樂) 같은 상사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백락은 중국 주나라에서 말을 감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안목이 탁월해 말을 고르면 백이면 백 모두 명마였다. 본명이 손양인 그에 관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 ‘백락(伯樂)’은 어디에

하나는 ‘백락상마(伯樂相馬)’로, 말을 관찰한다는 뜻이다.

백락이 왕으로부터 명마를 구해 오라는 명을 받고 길을 가던 중 소금장수 마차와 마주쳤다. 소금마차를 끌고 언덕을 오르는 말은 비쩍 마르고 볼품이 없어 언뜻 보기에 아무 데도 쓸 곳이 없었다.

하지만 백락은 단번에 그 말이 천리마라는 것을 알아챘다. 천리마로 태어나 세상 곳곳을 누볐어야 할 말인데 소금마차나 끌고 있었던 것이다.

백락은 측은한 마음에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말 잔등을 덮어 줬다. 그러자 말이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백락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백락일고(伯樂一顧)’로, 한 번 뒤돌아본다는 뜻이다.

어느 날 백락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말을 팔려고 시장에 나왔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사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백락에게 자신의 말을 한 번만 봐달라고 간청했다. 백락은 그가 하도 간곡하게 부탁하자 따라나섰다. 그가 부탁한 대로 말을 한동안 살펴본 뒤 돌아왔다.

백락이 다녀가자 상황이 급변했다. 백락이 관심을 가진 말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앞다퉈 그 말을 사려고 했다. 그 덕분에 말 주인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열 배 비싼 값에 말을 팔 수 있었다.

직장에서 종종 능력이 있고 자질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 자신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기회를 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아무도 몰라주던 자신의 잠재 역량을 알아준다면, 그것도 자신을 키워줄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 준다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이다.

‘세상에 백락이 있어야 천리마도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늘 있지 않다. 그러므로 비록 명마가 있어도 말을 잘 알아보는 백락 같은 사람이 없으면 그 말은 노예의 수중에서 모욕만 당하다가 마구간에서 머리를 나란히 하고 죽을 뿐 천리마로 불리지 못한다.’

당나라 시인 한유는 ‘잡설’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사장이 되고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 중 상당수는 백락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사람은 주변의 관심을 받을 때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평가해 주는 상사를 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잠재 역량에 주목하면서 길을 열어줄 상사를 만나야 성장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궂은일도 척척, 조직에 헌신하는 직원이 돼라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만드는 둘째 방법은 자신의 조직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대체로 조직 기여도가 낮다. 자신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고 여건도 갖춰져 있지만 역량 발휘에 관심이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직장은 그냥 경제적 필요에 따라 일하는 곳일 뿐이다. 따라서 자신이 받는 월급만큼만 일하면 된다. 그 이상 직장 생활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다.

하지만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게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받는 것은 월급만이 아니다. 월급 외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누리는 혜택이 많다.

이것은 반대로 월급 이상 투입해야 회사가 운영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받는 월급의 3배 이상을 벌어야 자기 몫을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만으로, 업무 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직장이 운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무 외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그것을 맡아 처리해야 한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존재감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업무를 자처하고 맡는다. 그래서 그가 없으면 금방 표가 난다.

어느 곳이든 조직에서 영향력은 기본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닌 그 조직에 투입한 시간과 비용, 관심의 총량에 비례한다.

가끔 난데없이 들어와 목소리를 높이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다가 안 되면 ‘텃세’를 핑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조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존경받고 발언권을 높이려면 먼저 투자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 반발하는 것 역시 조직에 기여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급이나 직책에 적합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도 조직원들이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더 땀을 쏟고 발품을 팔라는 얘기다.

신입 사원이 회사에 들어오면 처음에 존재감이 적은 일을 맡게 된다. 그런데 존재감이 없는 일이니 적당히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존재감이 없어 보여도 그 일이 잘못되면 조직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

거대한 비행기도 작은 부속품 하나 잘못되면 하늘을 날 수 없다. 직장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존재감이 없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중요한 일들이다.

한 번은 인사 평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 자리에서 임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직원, 인사고과를 높게 주고 싶은 직원이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직 운영 과정에서 꼭 필요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는 직원, 굳이 무엇을 바라지 않고 궂은일을 떠맡는 직원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른바 조직에 헌신하는 직원이다.

직장에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이 조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조직 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고 결과만 누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헌신하지 않고 평가받고 존중받길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기대하는 것이다. 헌신이 없으면 권위도 없다.